[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2024년 설 전통과 뉴노멀의 공존…갑진년 설은 쉼이 있는 나들이로 값지게 보내세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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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9 07:30  |  수정 2024-02-09 09:06  |  발행일 2024-02-09 제11면
엔데믹 이후 간소화·다양화된 명절
여행·취미로 재충전하는 경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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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설은 '전통'과 '뉴노멀(new normal)'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공존하는 명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은 설을 비롯한 우리나라 5개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명절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로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설과 대보름'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자 성묘, 벌초, 제사 등의 조상 추모 의례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한식' △음력 5월5일로 다양한 놀이와 풍속이 전승돼 온 '단오' △음력 8월 보름인 날로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한 '추석' △24절기의 22번째 절기로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까지 5개다.

문화재청은 무형유산 정책이 전문 기·예능을 보유한 전승자 중심에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 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확대됨에 따라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전승돼 온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근거로는 삼국시대에 명절문화가 성립돼 고려시대에 제도화된 이후로 지금까지 고유성과 다양성이 전승되고 있다는 점, 의식주·의례·예술·문화상징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명절 문화와의 비교 등 다양한 학술연구 주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음력 정월 초하루에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신년맞이' 명절인 설의 흔적은 과거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설과 대보름은 삼국시대부터 구체적 기록이 확인되는 국가적 세시의례였다. 또 고려시대 설과 대보름은 '고려사(高麗史)' 등에 '관리 휴가 규정' 및 '형벌을 금하는 날'이었던 9대 속절(俗節)에 포함돼 있고, 설의 핵심 요소인 설 차례, 세배, 떡국을 먹는 풍속이 확인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조선시대에는 3대 명절(단오·추석·설) 혹은 4대 명절(한식·단오·추석·설)에 설이 들어갔다. 설에는 설 차례·세배 등 가족공동체를 중심으로 세시문화가 강조된다.

또한 이번 설은 지난해 6월 사실상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 이후 갖는 첫 설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명절은 과거에 비해 보다 간소화되고 다양화되는 추세다. 팬데믹은 일상의 '뉴노멀'을 가속화시켰고, 이는 명절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표준을 뜻하는 신조어다.

설을 비롯한 명절의 '뉴노멀' 현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은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17∼18일 리서치 플랫폼(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설 연휴에는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다.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을 방문하겠다는 답변은 31.3%였다. 설 선물을 준비한다는 응답은 46.5%,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53.5%였다. 선물 예정 품목은 현금(20.4%)이 가장 많았다.

2022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서울·경기지역)에 거주하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설 명절 및 명절 전후 가족관계 관련 인식) 결과, 설 연휴를 일종의 '휴가'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설날 연휴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이라는 응답은 2020년 66.5%, 2021년 71.2%에서 2022년 73.5%로 매년 증가세였다.

해당 조사에선 연령별로 설 연휴 기간의 의미에 대해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층이 낮을수록 설 연휴 기간을 휴식 및 재충전의 시간으로 느끼며 여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휴가 기간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컸다. 20대 응답자의 84.0%가 '설 연휴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이라 답했으며, 30대 77.6%, 40대 71.2%, 50대 61.2%였다. 또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란 응답은 20대 80.0%, 30대 66.8%, 40대 54.8%, 50대 51.6%였다.

팬데믹 당시 방역 정책 강화로 설 명절 특유의 분위기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에 불만을 갖기보다 명절 부담감을 덜게 되어 좋았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설 명절 풍습의 축소가 향후 설 명절 문화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높게 나타났다.

시민들은 이번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낼 계획일까. 지난 5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33·대구 북구)씨는 이번 설 연휴에 '나 홀로 휴식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서씨는 "설 연휴에는 가족·친지·친구와도 떨어져서 혼자서 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연초에 바쁜 업무 때문에 너무 바빠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혼자 해외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연휴 일정이 빠듯해 다음으로 미뤘다. 대신 평소 일하느라 가보지 못했던 미술관 등을 찾아가 보거나 산책을 하면서 여유롭게 명절 연휴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역시 동성로에서 만난 한 20대 취업 준비생은 "설 연휴에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주부는 "집에 어르신들이 계시기 때문에 차례상을 준비하고, 떡국을 끓이는 등 기본적인 전통은 지킬 것 같지만, 형식 면에서는 좀 간소화되고 자유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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