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기부, 공동체를 지키는 작은 나눔

  •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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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06:55  |  수정 2024-02-21 06:59  |  발행일 2024-02-21 제26면
나눔의 대상이 물질만 아냐
재능, 시간, 봉사, 헌혈등 다양
어려운 이에게 따뜻한 눈길
공동체 기부 문화 확산돼야
작은나눔, 나부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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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기부금 모금 목표액의 1%를 달성하면 온도가 1도씩 올라가는 나눔 상징탑이 '사랑의 온도탑'이다. 연말 대구 온도탑은 100.8도를 가리켰다. 지역 기업의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1억원 이상 기부한 대구기업은 17곳이다. 외국인 유학생, 군위 군민, 사회복지사, 익명의 기부자 등 시민들도 적극 참여했다.

'사랑의 온도'를 계기로 기부 문화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 기부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여 공동체의 통합에 이바지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한다.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든다.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나눔 정신의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배고픈 이웃이 없어지길 바라며 전 재산 4억원을 기부한 80세 할머니가 계신다. 이 할머니는 맹물만 먹고 한 달을 버틴 적도 있을 만큼 어렵고 힘든 시절을 거쳤다. 살면서 늘 배고팠고 공부하지 못한 한이 컸음에도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16년째 기부하는 쪽방촌 주민도 있다. 2008년부터 누적 기부액이 2천500만원이 넘는다.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부라 의미가 더 크다. 광주에서도 80대 할머니가 폐지를 팔아 모은 돈 32만원을 기부했다. 모두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고 하면서.

경주 지역 634개 경로당 어르신 1만2천명이 '이웃 돕는 노인 되자'라고 쌈짓돈을 모아 9천335만원을 경주시에 쾌척했다. 가족과 함께 백혈병 환아를 위한 정기적 기부 활동을 해 오던 해양 경찰이 구조 영웅으로 선정되어 받은 상금 전액을 백혈병소아암협회에 냈다. 인천의 한 기업에서는 따뜻한 겨울나기 릴레이 기부로 쌀 3t을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부했다. 육군 한 경비여단은 혈액 5만200ℓ를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기관, 단체, 개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 든다.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계층 이동성의 약화, 이민자 증가 등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보호 대상자, 결혼이민자, 갱생 보호 대상자, 범죄 구조 피해자, 노숙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은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보호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자댁 가훈은 이웃을 향한 복지 실천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성주 한개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양반집에서는 지붕 위 높은 굴뚝 대신 뜨락에 낮은 굴뚝을 만들었다. 높은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나면 평민들의 상실감이 커질까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끼니마다 밥을 끓이기도 어려운 이웃을 향한 눈길이 이보다 더 따뜻할 수 있을까?

나눔의 대상이 물질만 아니다. 재능, 시간, 노력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크다. 지식 공유, 강연, 멘토, 일손 돕기, 헌혈, 교통 봉사 등 생활 속에서 나눔의 방법은 다양하다. '내 집 앞 내가 쓸기'처럼 드러내지 않는 기부도 있다. 소액 기부처도 다양하다. 이웃을 위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실천하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모금 기관, 단체들의 투명한 운영은 기본이다.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도 더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눔 정신이 더 필요한 시대다. 이웃이 무너지면 우리도 위험하다. 공동체가 안정되어야 나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자. 공동체를 지키는 작은 나눔, 나부터 실천하자. 이웃이 있어 내가 있다.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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