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58년 개띠의 미안함, 투표로 덜자

  •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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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06:56  |  수정 2024-03-20 09:00  |  발행일 2024-03-20 제26면
58·59년생 합하면 200만명
김형, 총선때 꼭 투표장 가서
이번엔 바른 사람을 뽑으세
그래야 자녀세대 더 잘 살고
나라가 더 발전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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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김형, 우리는 '베이비부머'라고 늘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 제4차 산업혁명 사회를 직접 경험한, 지구상 어디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세대지. 1958년 출생아 수는 99만여 명, 1959년 100만명을 넘기니 합하면 200만명, 대단한 숫자야. 또래가 많으니 당연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었잖아. 콩나물 교실로도 모자라 3부제 수업을 한 초등학교. 중학교 무시험 진학, 대구서 고등학교를 입학한 우리는 경쟁 입시의 마지막 세대였고, 입시 부정 사고로 입학시험을 두 번이나 치른 세대잖아.

우리는 모두 가난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지. 수돗물로 점심을 때우고 평행봉에서 차오르기를 했어. 학도호국단, 예비고사와 본고사 등이 고교 시절을 일컫는 말이지. 대학 77학번으로 학생 운동도 했고, 역사의 격변기도 여러 번 겪었어. 막걸리를 놓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지. 최전방에서 군 생활도 했어. 입학하던 해 대학가요제가 처음 열렸지.

다행히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기여서 졸업 후 일자리는 찾았지. 대부분 30세 전에 결혼하고 자녀도 낳았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고 나름의 성취도 이루었어. 잘나갈 때 IMF 사태를 만나 조기 퇴직하는 1세대가 되었지. 고학력 실업 문제, 노인 일자리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지. 배우기도 했고 약간의 경제력도 갖춘 노인들이 확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시골서 나고, 도시서 배운 나도 힘겨웠지만 이겨냈고, 직장 생활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어느 칼럼에서 자식 교육을 잘못한 세대라고 책임지라더군. 오로지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생각을 지닌 세대라고.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해서 세상에 조금 미안하네. 우리 대부분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첫 아이를 낳았지. 우리 아이들이 바로 MZ세대야. 이 아이들의 좋은 점이야 당연히 많지만, 결혼·출산에 부정적이고 공동체보다 자신을 생각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부정적인 세대라고도 평가하네. 특히 돈과 공부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세대, 그보다 더한 자식 세대라고 나무라더군.

김형,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약간의 경제력을 갖춘 고학력 은퇴자' 아닌가. 자식 교육 문제는 일부 생각해 볼 점이 있지만, 그래도 경제 성장의 주역이고, 국가 발전을 이룩한 핵심 세대잖아. 그런데 우리도 제법 나이를 먹어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헌신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마침 다시 중심에 서야 할 때가 왔네. 총선이 눈앞이지 않은가. 바르게 선택해야 나라가 발전하지 않겠나.

누구를 선택하랄 수는 없지만, 이런 후보는 찍지 마세나. 양심과 도덕, 법과 규범을 무시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해하는 사람이야. 신념이나 철학을 유불리에 따라 바꾸는 사람은 시민을 멍청이로 본다는 뜻이지. 말 바꾸기가 능한 사람도 같은 부류겠지. 일부 시민을 특정해서 모든 국민이라고 속이는 사람은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이고 권력을 사유화할 사람이야. 상대의 약점만 강조하는 사람은 자기 장점이 없는 사람이지. 시민을 대표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은 부여된 권한을 엉뚱하게 써서 세상을 해롭게 할 거야.

김형, 200만명이 총선에서 바르게 선택하면 세상에 보탬이 되겠지. 우리 자녀 세대들이 더 나은 제도와 문화 속에서 살 수 있겠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겠지. 꼭 투표장에 가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세. 그래야 우리 미안한 마음도 덜 수 있을 테니까.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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