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잘사는 초중고, 가난한 대학

  • 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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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06:58  |  수정 2024-03-19 06:58  |  발행일 2024-03-1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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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지난해 1인당 GDP 3만3천745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가난한 후진국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들 중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내국세수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급하는 내국세 연동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내국세 20.79%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인구 팽창기인 1972년1월1일에 시행되어 50년 세월 동안 유지되면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내국세와 연동된 세수는 경제성장에 비례하여 그 재원이 증가한다. 덕분에 초중고는 잘살게 되어 등록금도 사라지고 무상급식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23년 출산율 0.72명을 기록했고,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는 2020년 546만명에서 2060년 302만명으로, 앞으로 30년간 44.7%나 감소할 전망이다. 급기야 2022년 못 쓰고 남긴 초중고 교육예산이 7조5천억원이라고 한다. 학생 수는 줄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어나 초중고생 1인당 교육교부금 액수가 2023년 1천207만원에서 2032년 3천39만원, 2060년에는 5천448만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초중고는 넘쳐나는 예산을 소비하고자 학생과 교사에게 무상으로 디지털기기를 제공하고, 입학준비금이나 교원 주택임차비까지 지원한다. 내국세 연동 총량 산정방식의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어 초중등 교육투자만 세계 1위 수준이라는 기형적인 재원배분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대학의 경우는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이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OECD 38개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교육 1인당 교육비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를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수입이 대학 총수입의 50% 내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등록금동결정책 이후 사립대학의 재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는 전체 경쟁력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유사한 수준이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4~50위권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

결국 초중고는 국민소득 대비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나 대학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비효율적 교육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교육 분야에서의 재원조절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과거에는 대학진학률이 낮았지만, 이제는 89%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교육도 무상교육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다. 무상교육은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고 실질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미래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을 초중등 학령인구 변화에 맞추고, 대학교육과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의 재정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추산한 사립 일반대학과 국공립 일반대학의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이 10조~11조원이라고 한다. OECD 평균인 GDP 1% 수준으로 확보할 경우 교육의 무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선진국은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GDP가 훨씬 낮은 시절부터 모든 교육의 무상화가 이루어졌다. 교육재정의 분배조절로서 이룰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서둘러 시행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의 교육비 절감은 출산율 상승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국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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