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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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06:56  |  수정 2024-03-20 06:56  |  발행일 2024-03-20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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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지방은 위기다. 위기의 본질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준비를 못 한 것이다. 기회가 많을수록 그 기회를 잡으면 더 큰 도약을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한다. 2019년 2월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을 선택했다. 인재가 문제였다. 고급 인력은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대구경북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구미 시민들이 생각하는 구미의 취약점은 교통, 교육, 문화·예술 등 정주여건이었다. 과거에는 기업과 산업단지 관점에서 '생산성'이 중요했다면, 지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매력도'가 더 중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정된 지 5년이 지났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2000년대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할 때부터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지방에 투자를 했다면 지금 우리는 더 큰 도약을 맞고 있을 것이다. 2023년 7월 경북 구미는 경기도 용인시·평택시와 함께 반도체특화단지로 지정되었다. 놓친 기회가 다시 왔다.

대한민국의 지난 압축성장은 인적 자원에 기반한 성장이었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부터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까지 산업화단계별로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모세대의 희생적 교육열과 지방의 희생적 인재유출이 있었다. 지방은 악순환에 있다. 열악한 일자리는 인재가 안 오고, 괜찮은 일자리는 인재를 못 구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일자리, 교육, 문화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서 지방은 인재유출로 소멸위기다.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노른자)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서울 출퇴근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공직 퇴임 이후, 지난 2년간 전국 곳곳에서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청년들과 지역공동체를 위해 애쓰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청년들은 경기도가 계란 흰자라면, 비수도권 지방은 프라이팬이라고 했다. 모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방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청년들은 더 많고 더 다양한 기회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떠난다.

지금부터라도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과감한 전환과 투자를 해야 한다. 탐색과 실험, 훈련과 창업부터 재도전 기회까지 차별화된 기회를 제공하고, 골목과 거리, 창업공간부터 개방적인 문화까지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 지방은 인재공급이 아니라 인재활용과 지역정착이 더 시급하다. 지역인재가 지역을 바꾸면, 떠나간 인재도 돌아온다.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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