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눈물의 여왕, 또다시 K드라마 신드롬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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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07:02  |  수정 2024-04-05 07:03  |  발행일 2024-04-05 제26면
국내외서 히트 '눈물의 여왕'
기존 로맨스 드라마 관습을
적당히 뒤집어 신선한 접근
익숙 참신한 요소 결합으로
K드라마 신드롬 길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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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동안 부진했던 tvN 드라마가 이번에 대박을 쳤다. 바로 박지은 작가의 신작 '눈물의 여왕'이다. 1회 방영 후 계속 상승하더니 8회 만에 시청률 16.1%를 찍으며 20%선까지 넘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3월19일부터 21일까지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순위에서 방송 2주 만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일에 발표된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서비스 플릭스패트롤의 차트에선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인도, 그리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68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또 다른 K드라마 열풍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만남이다. 이 둘은 2013년 작 '별에서 온 그대'로 국제적 신드롬을 일으켰었다. 그 드라마로 인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이 공식 등재되기까지 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치맥을 '맥주와 영어 단어에서 빌려온 튀긴 닭을 뜻하는 치킨의 합성어 …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둘은 2015년 작 '프로듀사'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한 시트콤 느낌의 드라마였는데도, 그해 KBS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이 됐고 김수현은 연기대상까지 받았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렸던 두 사람이 9년 만에 함께한 '눈물의 여왕'으로 또다시 국제 신드롬을 일으킬 분위기다. 이 작품에선 박지은 작가의 장기가 절묘하게 발휘됐다. 바로 관습을 적당히 뒤집는 감각이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 장르의 관습을 뒤집기는 하는데, 모두 뒤집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선을 정확히 잡아 딱 적당하게만 뒤집는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에선 결혼이 끝이다.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면 '사랑의 영원한 완성'으로 간주되며 이야기가 끝난다. 반면에 '눈물의 여왕'에선 결혼 3년 차 권태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주인공의 소원이 이혼이다. 이런 로맨스물은 지금까지 없었다.

보통 남주인공이 재벌3세 백마 탄 왕자인데 이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이 재벌3세다. 백마의 대체물인 헬기를 타고 상대를 만나러 오는 것도, 키스를 먼저 하는 것도, 미래를 약속하며 '나만 믿으라'고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도 여주인공의 몫이다. 남주인공은 데릴사위로 처월드 눈칫밥을 먹으며, 독박 제사음식 준비로 신세한탄을 한다.

이런 전복적 설정에 대해 미국 타임지는 "'눈물의 여왕'은 우리가 K드라마에서 흔히 기대하는 것을 비틀고 신선하게 접근한 드라마"라고 썼다. 포브스도 "많은 K드라마들이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눈물의 여왕'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라고 썼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관습을 다 뒤집지는 않았다. 여주인공만을 사랑하는 뛰어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지켜준다는 관습은 그대로 구현했다. 이래서 '딱 적당히만' 신선한 작품이 된 것이다. 적당히 신선한 설정을 만들어내는 게 박지은 작가의 장기이면서 K드라마의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타임지가 "'눈물의 여왕'은 익숙한 요소와 참신한 요소를 결합"했다고 썼는데,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참신하게 느껴지도록 장르의 관습을 적절한 선까지만 비트는 감각을 계속 보여준다면 K드라마 신드롬의 수명이 더욱 연장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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