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공단의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

  • 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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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6 08:02  |  수정 2024-04-16 08:06  |  발행일 2024-04-16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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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 세계적으로 관심과 칭찬을 받는 제도는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았듯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한다. 근데 건강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지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건강 보험의 지출관리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무장병원이라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 약사 또는 법에서 정한 법인이 아니면 병·의원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불법개설기관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등에 본인 돈을 투자해 개설 자격이 있는 의사와 약사 명의를 빌리거나 비영리법인으로 가장해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취하는 형태다. 하지만 아무리 사무장병원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사무장병원 관련 통계를 보면, 항생제와 수면제를 과다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진료 등 과잉진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부당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는 등 개인 돈벌이에 급급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그 수익을 편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고자 2009년부터 불법개설조사를 수행했다. 최근까지 1천447건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는 등 확인된 재정 누수 금액이 무려 3조3천76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을 대상으로 징수한 실제 징수율은 적발금액 대비 6.92%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 그 결과 통보까지 평균 11.5개월이 소요된다. 그사이 사무장병원 개설자들은 폐업으로 현장 증거물을 없애고 잠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 조사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빠른 수사와 기소를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단이 운영하는 '불법개설 의심 기관 감지 시스템(BMS)'을 활용해 불법 개연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발굴·분석부터 단속에 이르기까지 이른 시간 내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모든 수사 역량을 집중해 신속한 수사를 펼치는 등 사건 인지부터 종결까지 기존 수사 평균 기간 11.5개월 대비 3개월 이내 수사 종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가지면 수사권 오남용으로 사무장병원 수사만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권의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사권 범위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권한 제한 등 법제화를 추진하면,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일은 향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4개 의원실에서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하루빨리 관련 법안이 신속히 처리돼 국민 건강 보호와 함께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기반으로 건전한 건강보험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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