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월의 전공의들에게

  • 최창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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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6  |  수정 2024-05-16 13:45  |  발행일 2024-05-16 제25면

[특별기고] 오월의 전공의들에게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의 법정 판결 마지노선이 이번 주말까지로 예고되어 있고, 의료계와 정부는 인용과 부결을 원하는 치킨게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벌어진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과 의료계의 대응은 초유의 상황이지만, 그 저변에는 저수가에 기반한 의료보험, 의약분업, 공공의료 정책 등으로 점철된 오래된 갈등 속에서 서로 간의 신뢰 부족이 그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금의 의료 현안 추진 과정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듯이, 개인사나 공공정책 모두에서 각자가 플랜 A를 기대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이는 플랜 B를 준비해 두기 마련입니다. 플랜 B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세상사 모든 일이 계획한 자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플랜 B는 차선책일 뿐일까요? 가끔은 플랜 A보다 더 나은 계획이자 더 좋은 결과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이는 플랜 A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생각으로 다른 차원의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입장에 따라 플랜 A와 B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원의 기각결정이, 의료계는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때 플랜 A가 작동될 것입니다. 만약,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때 정부와, 기각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의료계에서 만들어져야 할 플랜 B는 어떤 것이 될까요? 각자 입장에서 당혹스럽고 대처가 힘들 것은 명확하니 정부의 대응은 정부의 몫으로 두겠습니다.

저는 의료계의 입장에 선 한 사람의 교수로서 전공의들의 플랜 B를 제의해 보고자 합니다. 법원의 판결과 전공의 수련 인정 가능 마지막 시간이 공히 이번 주말로 다가왔습니다. 기각되면 전공의들은 돌아올 의국을 잃게 되고, 곧이어 학생들도 1년 휴학 내지는 유급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곧이어 정부에서 최종확정 발표가 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올해의 남은 기간을 병원을 떠났다가 내년에 다시 시작하거나 아예 딴 길로 갈 것을 고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전공의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수련 불인정이 최종발표가 되면 곧바로 병원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수련 기간 유예 등의 편법은 국민과 환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니 기대도, 요청도 하지 맙시다. 당당히 수련을 인정받는 전공의가 아니라 환자 치료를 책임지는 의사로서, 그동안 최일선에서 여러분을 지켜줬던 교수님과 팀을 이뤄 남은 한 해를 병원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내년에 비필수과 전공의는 돌아와도 필수과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필수와 비필수를 가리지 않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수련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처음 과를 지원했을 때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더욱 열심히 지내보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년 2월까지 필수과 지원, 수가 현실화, 법적 문제 해결 등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에 지금 하려던 결정을 실행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의료계를 싸늘하게 보던 국민과 환자들에게는 책임감 있는 진정한 의사로서, 의료계의 선후배들에게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원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들불처럼 의대생, 교수 및 각 의료직역 모두에서 플랜 B를 만들어 우리 의료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람만의 몫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여러분이 지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강요받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처럼, 훗날 이 자리를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 여느 때처럼 수술과 진료를 마치고 전공의들과 함께 회식을 하지는 못했지만, 개별적으로나마 카네이션 하나 받으니 소소한 힐링이 되어 병원을 떠나있는 제자 전공의들에게 단상을 부칩니다.

최창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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