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케팅 주도권 잡은 챗GPT

  • 박종필(경남대 디지털마케팅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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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0  |  수정 2024-06-20 08:18  |  발행일 2024-06-20 제21면

[기고] 마케팅 주도권 잡은 챗GPT
박종필(경남대 디지털마케팅 학과장)

최근에 새롭게 론칭한 챗GPT 4o를 즉각적으로 사용해 보았다. 먼저, 이름부터 처음 본 사람의 경우에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소 난감할 수 있는데, 챗GPT 4o는 '포오'라고 읽어야 한다. 이는 Omni(옴니)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기존의 챗GPT와는 달리 '옴니버스식'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새롭게 론칭한 챗GPT 4o를 나의 일상생활에 과감히 적용해 보았다. 일상생활 가운데 적용해 보니 큰 충격과 더불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시대를 직감하게 되었다.

우선, 챗GPT 4o는 속도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챗GPT와는 다르게 당신의 질문에 1초 만에 매우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또한 기존의 텍스트 중심의 정보제공이 아닌, 음성 모드로 매우 자연스럽게 AI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AI와의 직접적인 대화가 이젠 가능하다.

실제로, 나의 삶 속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매일 아침 AI와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었는데, 마치 어느 목소리 좋은 원어민 교사가 매일 친절히 내가 말한 영어의 문장이나 발음까지도 자연스럽게 교정까지 해주는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우리나라 영어 교육 시장에 큰 변화가 예견되었다.

한편, 카메라를 통한 영상 모드까지 제공되어 AI가 주변 상황에 대한 맥락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끼리와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까지도 가능해 앞으로 전개될 AI 기반 사회가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과 같겠구나 하는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AI는 나와 며칠 동안 나누었던 대화내용 전체를 '기억'하면서 계속적으로 나와의 대화의 맥락을 이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단답형 질문에 대해 단순한 답변을 제공하던 기존의 챗GPT에서 벗어나 마치 사람처럼 지금까지 나눈 모든 대화들을 기억하고 학습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AI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자본의 종속'처럼 이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재편'의 그림자도 분명히 보인다는 점이다. 한 가지 예로 챗GPT 4o에게 '이번 여름 휴가 때 서울에서 머물 가성비 호텔을 추천해 줘'라고 하였는데, 국내기업인 야놀자 등과 같은 소위 국내 기업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소외(?) 당하고, 부킹닷컴(Booking.com),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 아고다(Agoda)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호텔 정보만을 기반으로 호텔을 추천해 주었다.

물론, AI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액세스가 쉬운 해외 데이터셋의 문제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결국 챗GPT 4o와 같은 'AI 마스터'에게 종속되어야지만 살아나갈 수 있는 국내기업들의 미래도 엿보이기도 한다. 즉, 이제는 챗GPT 4o 등과 같은 AI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빅 브라더'가 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줄서기'가 시도될 것으로 강하게 예측된다.

우리는 이제 웹(Web)의 시대와 앱(App)의 시대를 지나 GPT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즉, GPT를 통한 검색은 이제 곧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앞서 웹과 앱 그리고 GPT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한 번쯤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바로 '정보제공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즉, 웹과 앱의 시대에서는 나 자신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였지만, GPT 시대는 내가 아닌 'AI'가 알아서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래서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이제는 AI가 요리(?)해 주는 대로 당신은 그저 따라가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대해 빨리 눈치채야 할 것이다. 즉, 이제는 GPT가 마케팅의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나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비즈니스의 방식'까지 바꾸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 국내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여 AI가 이끄는 새로운 시대에 결코 도태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예측과 준비가 매우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박종필(경남대 디지털마케팅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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