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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일고 미술중점반 학생들이 '소멸과 창조'를 주제로 복도 벽면에 그린 그림. <대구시교육청 제공> |
전시 주제는 '소멸과 창조'다. 현재 제일고는 약 50년 된 건물을 쓰고 있다. 오래된 탓에 건물은 내년이면 철거된다. 학교 구성원들은 새로 지어진 신축 건물로 이동해 생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42명의 미술중점반 학생이 사라질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변형해 기존 건물에서의 추억을 그림을 통해 남기기로 했다. 주제부터 진행까지 지도교사의 큰 개입 없이 학생들이 주도로 기획해 진행 중이다. 작품도 '소멸과 창조'라는 주제 내에서 자유롭게 만든다. 개인 혼자 그린 것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그룹을 만들어 준비한 그림도 있다.
'소멸과 창조' 테마 자유형식
개인·그룹별 각양각색 그림
작품에 담긴 의미 공개 안해
토론의 장 열려 다양한 해석
새로운 예술시각·가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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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일고 미술중점반 학생들의 '복도 게릴라 창작전' 작품. |
이번 전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뱅크시(Banksy)'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 알려진 뱅크시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활동한다. 이 전시도 그렇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보다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작업하기 위해서다. 작업도 역시 익명성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시간에 진행된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이른 아침이나 하교한 늦은 저녁, 재량휴업일이나 공휴일 중 건물 출입이 가능할 때 등이 된다. 그래서 누가 그렸는지, 그림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전시에 참여하는 학생들마저도 서로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모른다. 오로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그룹의 작품에 대해서만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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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건물 복도 벽 그림. <대구시교육청 제공> |
학교 내에서 열리는 전시라 관람은 학내 구성원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반응은 뜨겁고 긍정적이다. 박지수 지도교사는 "평소 다른 과목 선생님들은 미술중점반 학생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자주 못 본다. 그런데 요즘은 야근 중 학생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접하는 분들이 있는데, '역시 예술하는 애들이네' 하며 달리 보시는 듯하다"라며 미소지었다. 전시가 진행되는 3층은 도서관이 있어 일반반 학생들도 자주 오가는 층이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의 주목도도 높다. 자신들도 참여하고 싶다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미술 수업 시간에도 전시 작품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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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게릴라 창작전'이 진행 중인 대구제일고 3층 복도. |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