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재기발랄 고딩 예술가들(1) HIGHSCHOOL BANKSYS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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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3  |  수정 2024-08-23 07:34  |  발행일 2024-08-23 제11면
내년 철거 학교건물에 학생들 벽화

英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처럼

익명으로 재기발랄한 예술 메시지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재기발랄 고딩 예술가들(1) HIGHSCHOOL BANKSYS
대구제일고 미술중점반 학생들이 철거될 학교 건물을 추억하기 위해 복도에 그린 그림. <대구시교육청 제공>

도시의 회색 벽면에 갑자기 나타난 예술작품이 우리를 매혹시킨다. 단순한 그래피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투영된 현대 예술이다. 영국 출신의 작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이다. 뱅크시는 그래피티 아트와 정치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품 세계로 유명하다. 도시의 건물벽, 거리, 공공장소 등을 캔버스로 삼아 작업한다. 작품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며 활동한다. 이 익명성은 작품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면서도 대중이 그의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익명성이란 무엇인가. 행동에 구속과 제한을 없앤다. 예술은 무엇인가.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과 그 작품이다. 그래서 익명성과 예술이 만나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규범과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조할 수 있다.

이런 예술의 본질과 익명성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대구에서도 나왔다. 서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의 이야기다. 대구제일고 미술 중점반 학생들이 '소멸과 창조'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학교 건물 복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왜 '소멸과 창조'일까. 왜 복도일까. 현재 사용 중인 학교 건물은 내년이면 철거돼 영영 사라진다. 추억이 깃든 공간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다. 작업은 학교에 사람이 없는 시간에 익명으로 진행된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완성하기 위해서다. 서로가 어떤 그림을 그린지 모른다. 학생들은 마치 학교 안 뱅크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예술의 본질이 있다. 예술은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다. 인간의 내면을 밖으로 내비추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건 물론, 타인의 공감과 치유도 이끌어낸다. 간혹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학생들도 '소멸과 창조'와 더불어 '감정'을 주제로 한 전시도 열고 있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기한은 없다.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다.

현직 예술가도, 기성 작가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신선하고 색다르다. 교사의 큰 개입 없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10대만의 개성과 끼가 담겨 있다. 이번 주 위클리포유에선 그런 대구제일고 미술중점반 학생들의 전시장으로 떠나본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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