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
컴퓨터는 계산기다. 1940년대 말,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던 컴퓨터는 단순 계산조차 복잡한 명령으로 구성된 카드를 필요로 했다. 이때부터 '프로그래밍', 즉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작업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다.
이후 1980년대를 기점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점차 프로그래밍 언어가 인간의 언어에 가까워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발자'는 이런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앱, 웹사이트, 게임 등 모든 디지털 제품들은 개발자들이 한 줄 한 줄 코드를 써서 만든 결과물이다. 작곡가가 음표를 쓰듯, 개발자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된 명령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런 개발자의 작업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도 크게 놀라웠지만, 코딩을 타깃으로 한 AI가 속속 등장하면서부터 이런 경향은 가속화되는 중이다. 최근 등장한 커서AI(Cursor AI)의 경우 코드 생성은 물론 통합까지 자동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작성되는 코드를 지켜보다 승인 버튼만 누르면 되는 수준이다.
아마 이런 추세라면, 전통적인 개발 방식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AI가 작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당연한 개발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20년 후에는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가 마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소수 마니아들의 고급스러운 취미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참고 자료를 뒤적이고, 동료들과 밤새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AI에게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제시된 다양한 해결책 중 최적의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개발의 기본 원리와 용어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필수지만,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필자의 회사에도 개발을 거의 모르는 직원이 있었는데, AI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디스코드봇을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비개발자도 노코드(No Code)로 원하는 것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자들에게 있어 축복이자 도전이다. 한 달이 걸리던 프로젝트를 이제는 일주일 만에 완성할 수 있고, 디버깅 시간도 대폭 줄었으며, 레거시 코드를 이해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개발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 있는 개발자가 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개발자의 역할은 더 이상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게 될 것이다. '코드를 지휘하는 사람'이나, '전반적인 설계와 아이디어에 천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개발자 교육과 채용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변화는 늘 불안과 저항을 동반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우리는 이미 AI와 함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턱을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AI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협할 것'이라 얘기한 바 있다.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나 자녀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부모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눈여겨봐야 한다. 더 이상 프로그래밍 언어나 알고리즘만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그것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 새로운 시대의 개발자는 단순한 코더가 아닌, AI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여야 한다.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