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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
미술관은 작품과 사람을 잇는 다리다. 이 다리가 얼마나 투명하고 열려 있는지에 따라 예술과 관람객 간의 거리는 달라진다. 현대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적 역할과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자리한 개념이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와 '개방형 수장고(Open Storage)'다. 보이는 수장고는 유리창을 통해 소장품을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으로, 관람객은 이 투명한 창을 통해 작품이 보존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반면 개방형 수장고는 관람객이 직접 수장고 내부에 들어가 작품과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며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1976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소장품을 가시적인 공간에 보관하며 전시하는 방식이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Shelton, 2009). 국내에서는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개방형 수장고를 도입해 관람객이 소장품 보존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도록 하여 미술관의 투명성과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높였다. 또한 2021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은 개방형과 보이는 수장고의 특성을 결합한 형태의 수장고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대전시립미술관이 개방형 수장고를 설치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2025년 1월14일, 대구미술관은 부속동과 함께 '보이는 수장고'라는 또 하나의 투명한 창을 열었다. 미술관 공간의 확장을 넘어, 예술과 관람객을 잇기 위한 대구미술관의 새로운 시도를 담은 공간이다. 부속동 2층에 자리 잡은 보이는 수장고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이었던 수장고를 대중에게 열어, 작품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보이는 수장고 안에는 선별된 조각과 설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스터 '스트로베리 보이스'(2007)와 키키 스미스의 '메두사'(2003), 최정화의 '연금술'(2013), 그리고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2014)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각 작품은 투명한 유리 뒤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투명한 유리를 통해 작품과 소통하며, 예술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결국, 이 투명한 창은 단순히 소장품을 드러내는 창이 아니라, 예술과 사람이 서로를 들여다보는 창이 아닐까.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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