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클라베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연합뉴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가 7일(현지시각)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을 포함해 전 세계 70개국에서 133명의 추기경이 참석한다. 투표권은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sede)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이에 당초 투표권자는 135명이었으나 케냐의 존 은주에 추기경과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니자레스 로베라 추기경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콘클라베 첫날 오후 4시30분에 투표를 한 차례 치르고, 이후부터는 매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번씩 투표에 나선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은 이틀 전까지 모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고, 전날 바티칸 내 숙소에 입소했다. 콘클라베 기간에 추기경 선거인단은 버스를 타고 시스티나 성당으로 출근해 교황 선출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콘클라베 참여 추기경들은 콘클라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영구적으로 비밀에 부친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개인 휴대전화를 모두 밖에 두고 콘클라베에 들어가야 하며, 전화와 인터넷, 신문 열람 등 외부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흰 연기가 나오면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검은 연기가 나오면 선출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콘클라베를 거쳐 탄생한 새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때 고위 추기경이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우리에게 교황이 있다)"를 외치면 새 교황의 탄생은 마무리된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1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콘클라베는 전쟁과 기후위기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보수' 또는 '개혁'이냐를 두고 향후 가톨릭의 방향성을 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콘클라베 참여 추기경 중 81%(108명)가 개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임명됐지만,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성향 추기경들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치러졌던 콘클라베의 일정을 살펴봤을 때 교황 선출은 향후 2~3일 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1963년 교황 바오로 6세를 선출한 콘클라베 이후 총 네 차례(1978년 8월26일·10월16일, 2005년 4월19일, 2013년 3월13일)의 콘클라베가 열렸지만, 1978년 10월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당시 3일이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틀 만에 교황 선출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한편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는 뜻에서 유래된 콘클라베는 13세기부터 시작됐으며, 성 베드로 광장을 제외한 바티칸 일원에서는 휴대전화 통화까지 제한할 정도로 보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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