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고정관념 허문 지역 유일 '남자 수간호사'

  • 강명주 시민기자
  • |
  • 입력 2025-01-22  |  수정 2025-01-22 07:17  |  발행일 2025-01-22 제24면
대구파티마병원 근무 한상현씨

동료간 결속…섬김·돌봄 앞장

"男탈의실 없던 불편함 개선돼

남자후배 적극 지원하길 바라"

[동네뉴스] 고정관념 허문 지역 유일 남자 수간호사
대구 파티마병원 한상현 수간호사가 환자의 컨디션을 살피고 있다.

대구 파티마병원 91정형외과 병동에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남자 수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상현 수간호사.

대구과학대 01학번인 한상현 수간호사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남자가 가는 곳, 여자가 가는 곳이라는 어떠한 거부감 없이 사촌 누나와 함께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수업 듣는 학생 200명 중 70명이 남자였지만, 호탕한 성격 덕분에 학과 친구들과 잘 지냈다.

한상현 수간호사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근무한 지 18년이 됐다. 처음엔 응급실에서 근무했고, 신경외과 수술방 PA(수술방에서 수술을 돕는 간호사)를 하다 2023년 9월 실력을 인정받아 대구경북 최초의 남자 수간호사가 되었다.

처음엔 남자 간호사가 많지 않아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는 게 부담도 되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탈의실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근무환경에 불편함이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선 그에게 "여자 간호사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일을 하냐" "어려움은 없냐"며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군대를 먼저 입대해 입사하니 동기들이 3년 차 선배가 되어 있어 호칭 면에서 살짝 부담이 있었지만, 워낙 털털하고 활발한 성격이라 잘 이겨냈다.

간호사란 직업은 섬세함을 필요로도 하지만 힘을 써야 하는 부분도 많다. 키가 183㎝인 그의 건장한 체격은 체력적인 면에서 강점이다. 간혹 병동에서 행패를 부리는 보호자나 환자분들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91병동에 같이 근무하는 홍모 간호사는 "정형외과는 힘을 많이 써야 하는 과인데 힘든 일은 한상현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도맡아 하시고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아픈 곳을 걱정해 주며 가족을 대하듯 세심히 얘기도 잘해주신다"면서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라 상사로서도 나무랄 데가 없이 좋으신 분"이라며 칭찬했다.

보람을 가질 때는 퇴원환자나 보호자가 병동 로비나 복도에서 잊지 않고 반갑게 인사를 해줄 때다. 신경외과 PA 시절에는 젊은 환자가 수술 후 사지 마비가 될 거라 했는데 점점 차도가 생겨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진심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고.

91병동에 입원한 장모(82·대구) 어르신은 "한상현 수간호사 선생님은 성격이 너무 활달하시고, 친절하시고 인간관계가 너무 좋고, 어디 하나 흠잡을 수 없이 좋으시다. 남자 수간호사 선생님이 손자 같고 아들 같다"며 열변을 토했다.

한상현 수간호사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오래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파티마병원은 의료진 간 깊은 결속력과 유대감으로 의료진의 이탈 없이 환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다는 걸 자랑하기도 했다. 각 과 선생님들의 결속력이 너무 깊고 애사심이 높아 18년이 아니라 팀장, 간호본부장을 꿈꾸며 평생직장으로 지내고 싶다고 했다.

파티마병원에는 전체 간호사 700명 중 70명의 남자 간호사들이 있다고 한다. 한상현 수간호사는 후배들이 성 고정 관념을 깨고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고 아픈 환자를 위해 섬김과 돌봄으로 생명존중의 전인 치유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남자 간호사 후배들이 지원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여러모로 선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상현 수간호사의 자리가 크게만 보였다.

글·사진=강명주 시민기자 kmejuw7@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