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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이 과거와 유사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말이다. 역사의 반복이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보편적 법칙은 아니지만, 역사적 경험이나 패턴을 교훈 삼아 특정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단순히 지난 과거와 유사한 형태로 반복된다는 경험적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언어적인 말과 문자적인 글의 수사일 뿐, 인간의 우둔함과 나태함은 과거의 경험을 이내 망각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역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기록'이라는 말도 있다. 지나온 역사에서 정치, 경제, 종교, 이념, 영토 등을 둘러싼 대립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점, 특히 이념적 갈등이나 진영 간 대립 등에서 선례나 경험으로 학습된 것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재생 반복된다고 당대의 석학들이 말하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는 역사의 반복을 언급하며 그 결과가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끝난다 했고, 조지 버나드 쇼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은 반복된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존재인가'라고 했다. 아널드 J 토인비는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다. 이상의 이론들은 패턴에 따라 그 결이 다른 듯하나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관점에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헤겔의 '정반합(正反合)' 개념도 갈등과 대립을 거치며 진전되는 정(正)·반(反)·합(合)의 3단계를 통해 역사가 반복되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正)'은 기존에 유지되어 오던 상태를 말하고 이 '정(正)'을 부정하며 새로운 상태를 제시하는 것을 '반(反)'이라 한다. '반(反)' 또한 모순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어, '반(反)'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상태인 '합(合)'으로 진전한다. '합(合)' 또한 완전할 수 없는 모순적 한계를 가지고 다시 '정(正)'의 도전을 받는다.
이런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완전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반합 이론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반복은 정반합의 순환적 반복에 환치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가 약식으로 인용한 석학들의 이론에 의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탄핵과 계엄! 계엄과 탄핵!'의 대립 정국은 닭과 달걀의 순위 혼란으로 인한 위기만이 아닌 반복되는 역사의 선순환적인 기회로 정반합의 궤도에 따라 순항하는 역설적 필요악의 성장통이 아닌가?
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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