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기술보증기금 대경본부장
지방소멸시대가 화두다. 지방소멸은 흔히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제는 순서도 없고, 특정 지역의 문제도 아니다. 한꺼번에 몰려온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인구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것처럼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라졌다. 현재 수도권 인구는 2천6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한다. 수도권 명목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의 52.3%에 달한다. 산업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우려의 수준을 넘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에서 최근 'K-MEDI 전통의학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한의대가 '글로컬 대학 30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바이오, 뷰티,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여 지역경제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산시, 영덕시, 청도군 등 지자체도 적극 참여하여 재원과 힘을 보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기업이 조성한 기금 규모만 4천5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대구·경북중소벤처기업청을 중심으로 유관 기관들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 등과 협력하여 전통의학을 글로벌 기준으로 확장하고, 의료관광 인프라를 구축하여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또한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K-MEDI 산업벨트'를 조성하여 전통의학 관련 산업생태계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K-MEDI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노마드캠퍼스'를 지향하여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 청년들에게 첨단 바이오·헬스케어 교육을 제공하고, 글로벌 취업 및 창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해외인재를 지방으로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방법이다. 현재 R&D 인력의 남방한계선은 평택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은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에 별도의 연구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력구조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노동 가능인력의 생산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기준, 55~79세 연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이고 취업자는 무려 944만명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고령층은 여전히 노동할 의지가 있으며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있다. 실상은 다르다. 고령층과 청년층의 역할을 분리하고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형성하면, 두 세대가 경쟁하기보다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경산시의 경우 13개의 대학과 170여개의 연구소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화된 전국 최고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생산인력 구조혁신이 가능하다. 고령 인구의 노동구조와 생산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청년층이 지방에서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지방소멸을 막는 핵심대책이 될 수 있다.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감소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경제 구조, 산업 생태계, 교육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해결해야 할 복합적인 문제다. 'K-MEDI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지방 경제를 살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다양한 R&D를 추진하고 관련 산업생태계를 단단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 다음은 지방이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령층과 청년층이 분담하고 융합하는 '전문인력 양성'과 '생산가능 인력의 활용'에 치밀한 대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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