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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상임대표 대구 화동초등 교사〉 |
학교현장 체험학습이 사라지고 있다. 2022년 11월 속초 어느 학교 체험학습에서 한 학생이 버스에 내려 운동화 끈을 묶다가 미처 이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버스가 움직이다가 사망하는 슬픈 일이 일어났다. 춘천지방법원은 올해 2월, 인솔 교사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교사 당연 퇴직을 하게 만든 판결이다. 지금 학부모 세대는 한 해에 겨우 한 번 가는 소풍과 6학년 수학여행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이 학생들의 수업과 성장, 발달에 중요한 교육과정이 되었다. 하지만 2018년 대구에서 일어난 휴게소 사건 이후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의 과도한 행정업무와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행정적 보호조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이때부터 교사들의 현장체험, 수련 활동, 장거리 이동과 숙박을 하는 체험학습을 기피,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했고 교사들의 교육 활동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강화된 학교폭력법과 아동복지법은 2023년 서이초 사건으로 폭발하게 했다. 춘천지법의 판결은 현장체험학습 기피를 넘어 거부로 옮겨졌다. 강원도의 경우 94% 이상의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법적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현장체험을 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 달성교육재단이 달성군 학생들이 지역의 자연을 체험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달성습지, 비슬산 체험학습을 현장 교사들과 같이 기획했지만, 학교의 참여는 아주 미미했다. 학교장들도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을 권장할 수 없다. 대전에서 일어난 교사가 저지른 학생 살해 사건으로 최근 학부모가 학교장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학교장이 왜 이런 교사를 강제 인사시키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만약 인사권이 없는 학교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학교장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계엄으로 나라는 개판으로 만들었지만, 대통령 파면 말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장관 이상의 고위 관료가 없는 나라에서 공직 말단의 학교만 책임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체험학습이나 놀이가 아무리 교육적으로 중요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교사들은 거부할 것이다. 능력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성과만 내면 되는 교육 모순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다 아무리 교육적이더라도 그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나에겐 어떤 책임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이런 현실에서 우리 교육은 지속가능한가를 물어 본다. 교육의 질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 나는 3차 교육과정 끝에 교사가 되었고 지금은 2022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는 초기이다. 아무리 교육과정이 바뀌고, 열린교육이니 IB교육이니 해 봐도 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그건 그저 행정 권력이 강제할 때만 지속한다. 교육엔 왕도가 없다고 한다. 기껏 대학입시 결과나 무슨 대회 수상, 교육청이 주는 학교 상만으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은 국가권력, 자본 권력, 능력주의가 끌고 가는 것뿐이다. 마치 언론이 시청률, 조회 수, 화제성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런 교육은 참 쉽다. 하지만 학교 교육이 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가?
언론이 다루는 교육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는가? 나는 오랫동안 고맙게도 10년째 영남일보에 교육칼럼을 써 왔고, 교육비평 프로그램에 고정패널로 출연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비평했다. 하지만 교육을 깊이 다루는 기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교육을 고정적으로 다루는 방송도 없다. 이젠 나라도 교육비평 유튜브라도 해야 하나 싶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이지만 꾸준하게 교육비평을 쓰도록 기회를 준 영남일보가 늘 고맙다. 고백이다.임성무〈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상임대표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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