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치료보다 예방이 답이다

  •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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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2  |  수정 2025-05-12 07:59  |  발행일 2025-05-12 제21면
[월요메일] 치료보다 예방이 답이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우리의 구강 건강은 단순한 입속 문제를 넘어서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전신 건강을 돌보는 일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구강 건강을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의 핵심 지표로 보고 이를 보편적 건강 보장(UHC)의 일환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을까?

예방치과의 모범적인 사례인 덴마크를 살펴보자. 덴마크는 1972년 아동치과건강법을 제정하여 모든 어린이에게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예방 치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 결과 덴마크 12세 아동의 평균 충치 개수는 0.4개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덴마크의 1인당 연간 치과 진료비는 약 400달러(50만원)로, 대부분 예방 치료에 사용된다. 이는 국가가 예방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 이를 실현한 결과다.

핀란드도 마찬가지로, 공공 보건소에서 모든 국민에게 예방 진료를 제공하고 18세 이하 아동과 46세 이상 성인에게는 저비용 또는 무상으로 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의 1인당 연간 치과 진료비는 약 300달러(38만원)로, 예방 진료와 정기 검진에 주로 투자된다. 이 나라는 예방을 통해 건강한 국민을 만들고 있으며, 예방에 대한 투자는 결국 더 적은 비용으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예방치과 정책이 두드러진다. '8020 운동' 즉, 80세에 20개의 자연 치아를 유지하자는 운동을 국가적으로 확산시켰고, 고령층을 위한 재가 치과 진료와 요양기관 내 구강 관리 서비스를 공보험으로 제공한다. 일본의 1인당 연간 치과 진료비는 약 500달러(65만원)로, 예방 치료와 관련된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령층의 구강 건강이 크게 개선되었다. 80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20개 이상의 자연 치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의 치과 진료는 치료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치과에 가는 이유는 '아프기 전에'가 아니라 '아프고 나서'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2세 아동 평균 충치 개수는 1.84개로, OECD 평균(1.2개)보다 높았다. 미국(0.4개)이나 일본(0.8개)과는 큰 차이가 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예방치료를 받은 아동은 향후 치과 진료비가 30% 이상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예방의 효과가 분명히 입증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방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국에서처럼 양치 방법 교육을 비롯한 구강질환 예방치료에 장기적인 기간과 수십만원을 지불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 진료 구조와 접근성 차이로 인해 보철과 기능 회복만을 위한 고비용의 단기 집중치료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비는 계속 증가하며, 구강 건강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제 한국도 예방 중심의 구강 건강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1분도 걸리지 않는 형식적인 구강 검진을 벗어나, 구강 교육, 전문가 위생 관리 등 핵심 예방 서비스를 건강보험에 전면 적용하고, 농촌과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재가 진료나 이동형 치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학교보건과 연계해 어린 시절부터 예방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공공치과의 역할을 강화하여 예방 진료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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