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만 장애인 복지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이범식 박사. <이범식 박사 제공>
경북 경산시 자인면 남촌리에 위치한 생명농장에서 작년부터 농사를 짓고 있는 이범식 박사(60, 경산 동부동)와 이 박사 서포터즈 회원 등을 만났다. 이 박사는 몸이 불편해 직접 작물을 심지는 못해도 마음을 보태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 박사의 삶은 인간승리 그 자체다.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대구공고 전기과를 졸업했다. 군 제대 후 1985년 11월 22살 때 청도 공사현장에서 고압전기공사를 하다가 감전사고로 두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1급 장애인이 됐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수 있었다. 그런 그와 함께 하기 위해 2024년 7월 '이 박사 서포터즈(단장 김선완)'가 발대식을 가졌다. 현재 23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포터즈는 이 박사가 도보종주에 나설때 함께 참여해 필요한 물자와 다양한 후원을 한다.
이 박사의 인생을 바꾸어준 것은 바로 컴퓨터다. 발가락으로 글쓰는 연습을 부단한 노력을 한 끝에 '도전을 통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47세에 전문대를 졸업했다. 49세 때 대구대 산업복지학과에 편입해 직업재활학을 복수전공한 후 졸업했다. 만학도였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대학원에 진학해 11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장애인IT복지협회 회장과 한국장애인협회 이사, 법무부 교정위원을 맡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겪어온 험난한 삶을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2022년 1월에는 역경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 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양팔 없이 품은 세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난 3월에는 또 다른 저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내놓았다. 수상이력도 화려하다. 제35회 장애인의 날 보건복지부장관상(2015년), 법무부장관상(2016년), 국무총리상, 자랑스러운 도민상(2023년)을 받았으며,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제29회 올해의 장애인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박사가 아내와 인연을 맺은 것도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였다. 아내 김봉덕(59)씨는 늘 그의 두 팔이 되어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그를 우뚝 서게 했다. 그런 아내가 최근 간경변증 진단을 받고 건강이 악화되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이겨내고 있다.
특히 이 박사는 불편한 다리로 도보종주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4년 7월 15일 '대구·경북 통합'과 '지방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경산까지 462km를 종주했다. 올 7월에도 도보종주에 나설 예정이다. APEC 성공과 동서화합을 위해 7월 7일부터 8월 8일까지 33일 동안 광주에서 경주까지 400㎞ 도보 종주 계획을 앞두고 있다. 성공을 위해 그는 매일 평균 10km 걷기를 하고 있다.
이 박사는 "자신을 더 다지고, 장애를 가진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걷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찍 다쳐서 고맙고, 많이 다쳐서 감사하다"는 말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또 "이전에는 살기 위해 도전했다면, 앞으로는 꿈을 전하는 전도사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없는 도전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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