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영 새마을문고대구남구대명1동분회 부회장
사랑, 살아오며 가장 어렵고도 복잡한 감정이었다. 생일을 앞둔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들고 깜짝 방문한 적이 있다. 미소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말은 뜻밖이었다. "이렇게 바쁜데 일부러 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웃으며 넘겼지만, 마음 한편이 조용히 무너졌다. 정성스러운 마음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관계에는 간격이 있고, 감정에도 온도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했다.
그때의 마음을 품은 채 '사랑책'을 펼쳤고, 장상용 작가는 그 깨달음에 조용히 응답해주었다. 그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교차하는 수많은 감정의 결로 바라본다. 기대와 실망, 용기와 회피, 이해와 용서가 뒤엉킨 그 복잡한 감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책에는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수용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우리는 사랑을 이해의 기술로 여기며, 종종 상대를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설명되지 않는 감정조차도 고요히 품어낼 수 있는 너그러움, 바로 그 태도가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 구절을 읽으며, 나는 내 관계 속에서 과연 얼마나 '수용하는 사람'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
책 속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닮아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얼마나 자주 어긋나는지, 그렇지만 얼마나 끈질기게 되돌아오는지를 깨닫는다. 사랑은 도달해야 할 이상향이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매일의 연습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진가는, 사랑을 감정의 위안이 아니라 '책임 있는 태도'로 그려냈다는 데 있다. 관계는 선택일 수 있지만, 사랑은 다짐이며 실천이다. 봉사의 자리에서도, 책을 통한 나눔의 현장에서도, 우리가 사람을 향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은 결국 '사랑'이라는 본질과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책장을 덮으며 문득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건네는 말과 손길 속에 진심은 충분한가. 사랑을 말하기에 앞서, 사랑을 배우려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사랑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자주 멈춰 서고, 더 깊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사랑책'은 그 성찰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단단하고 따뜻한 관계는 언제나 '책'과 '사람', 그 두 축에서 비롯된다는 믿음과 함께, 일상 속 사랑의 자리를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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