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대건고 전경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청소년 기업가 정신'(Youth Entrepreneurship) 교과서를 발간했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 혁신·창의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의미한다. 이 교과서는 올해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학점이 인정되는 정규 교과목이다. 지난 3월 개학 시기,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삼괴고는 이 교과서를 처음으로 정식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에도 고교생을 대상으로 창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물론 찬반은 엇갈린다.
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대건고는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한 '대구창업체험교육 거점학교' 공모를 통해 거점학교로 지정됐다. 대구에서 유일하다. 대건고는 찾아가는 창업교육, 창업가정신 특강, 학생 창업동아리 등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식 교과목을 토대로 한 교육과정은 아니다. 대학에서도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은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이수하도록 해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구지역 경영계를 대표하는 대구상공회의소는 이재하 회장 재임때 '기업가 정신'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 일환으로 '대구 기업가 박물관' 건립 추진 등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는 일단 온라인 박물관도 오픈한 상태다. 윤정현 영남대 창업지원단장은 "고2부터 기업가정신 수업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길러줘야 한다. 고교 시절부터 기업가정신을 통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며 "현재 중기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학생 교육의 주체인 교육부가 맡아 진행한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교생이 교과서를 통해 사회 첫발을 내딛기 전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당장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기업가정신 교과목 대상이 모호하다. 일부 교육업계는 현 교육과정 구조상 비즈쿨·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직업계고 중심으로 적용돼야 효과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현재 직업계고는 대부분 대기업과 유망 기업의 빠른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밀히 말해 창업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대학 입시가 목표인 일반고도 기업가 정신 교과목은 사실상 '계륵'(鷄肋)에 가깝다. 일반고 모든 교육과정이 입시에 맞춰져 있어 기업가정신 교과목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고 학생들도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명확한 대상 선정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장기적 측면에선 지속적인 지원에 비해 아웃풋(결과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효과를 빨리 볼 수 없어 사업 지속성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것. 결국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교육청 내부에서도 학생의 창의성 교육에 대해 공감하고, 관련 지원사업을 추진·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업 추진 시 대상 학교와 예산 확보 등을 구체화해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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