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개정 상법의 칼 끝이 향하는 곳은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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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9  |  발행일 2025-07-09 제26면
다양한 주주보호대책 환영
원칙적 찬성 불구 기업 긴장
배임 등 무차별 소송 우려 커
경제계 “기업활동 위축” 제기
법과 현실 균형 잡을 지혜 필요
홍석천 산업팀장

홍석천 산업팀장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개정안보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야 협치 '1호 법안'이 됐다.


여기에서 '더 센'이라고 말한 것은 기존 법안에서 담지 못했던 주주 보호대책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주주 혹은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을 해왔다. '기업이익이 곧 대주주 이익'을 직결됐고, 경영적 판단은 전체 주주보다는 최대주주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법 개정이 대주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주주 전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3%룰'이다.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할 때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또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과 더불어 기존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이사가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지도록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변경했다. 독립이사는 '사내이사, 집행임원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를 의미한다. 여기에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늘렸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집중투표제 도입과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안(1명에서 2명으로) 등은 공청회 과정을 거친 후 시행 여부가 결정하게 됐다.


이런 제도들로 인해 이전처럼 대주주 이익 중심의 의사결정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기업들의 고민은 적지 않다. 이사의 경영적 판단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리스크와 함께 경영권에 대한 공격 가능성 증가, 주주의 경영 관여 확대, 이사회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주이익과 기업 이익의 충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장기적인 투자로 인해 단기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자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수익 확대를 목적으로 경영 간섭에 나설 경우 기업의 자율성과 장기적 비전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주주들 눈치보기'에 기업 성장이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정 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이나 이사·감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커지는 존재감은 기업들에겐 악몽의 데자뷰다.


이름마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으로 했던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장기 수익을 천명했지만,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각각 3년과 1년 만에 이익을 남기고 처분했다.


외국계인 소버린자산운용은 한술 더 떳다. SK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면서 경영권을 흔들었고, 주가가 치솟자 불과 2년만에 1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며 손을 털었다.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 조성이라는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영 판단원칙 명문화나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기업과 주주의 요구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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