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가 오기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물질이 있다. 중국을 비롯한 브라질 등 일부에서만 생산되는 희토류(稀土類)다. 공급은 한정되어 있으나 수요가 많다 보니 몸값이 어마어마하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내세워 국제질서까지 뒤흔들 정도다. 일본은 깊이 5천m가 넘는 심해저에서 희토류가 함유된 진흙을 채취하려고 한다. 희토류가 국가의 첨단산업 존폐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 채굴로 인한 환경재난에 빠져 있다고 한다. 세계 희토류 산업의 수도로 불리는 내몽골 자치구 고비사막 남단에 있는 산업도시 바오터우 북쪽 11km 지점에 위치한 인공호수에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남은 폐기물을 방류하면서 납과 카드뮴 등 각종 독성물질과 방사성 토륨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것은 물론 건기인 겨울과 봄에는 이들 성분이 먼지가 되어 대기로 확산되고 있다. 바오터우에서 130km 떨어진 고비사막의 희토류 광산에서도 토륨이 폐수와 먼지형태로 배출되고 있다.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하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봄철이면 고비사막에서 발원해 북서 기류를 타고 남동쪽으로 이동하는 황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희토류 생산 광산이나 바오터우와 문제의 인공호수가 자리한 곳이 황사의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그 인근이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의 재앙에 대해 인정한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황사바람에 이들 독성물질이 함께 실려 한반도까지 날아오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어쩌면 단순히 모래바람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황사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
전영 논설위원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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