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처음 구속됐다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취소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에 다시 '영어(囹圄)의 몸' 신세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강변했지만, 재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이다.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사유는 '증거 인멸 우려'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줄곧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등이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의 영장 내용을 보면 믿기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경호처에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까지 보여주며 무력시위를 하라'는 어이없는 지시가 사실이면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이 보인 작태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선 지금까지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다. 최후 진술에서도 "경고성 계엄이었다"라는 궤변만 늘어놓았다. 이로 인해 진영 간 갈등을 확산시키는 등 우리 사회가 치른 대가는 컸다.
향후 내란 특검팀의 수사 방향은 이번 영장에서 빠진 외환유치(外患誘致) 혐의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무인기 투입 지시 등 외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검팀은 사초(史草)를 쓰는 자세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계엄해제 요구 국회 표결에 불참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조사는 정치 보복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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