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재구속, ‘내란·외환’ 진상 규명 철저하게 하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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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2  |  수정 2025-09-02 17:06  |  발행일 2025-09-02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처음 구속됐다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취소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에 다시 '영어(囹圄)의 몸' 신세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강변했지만, 재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이다.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사유는 '증거 인멸 우려'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줄곧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등이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의 영장 내용을 보면 믿기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경호처에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까지 보여주며 무력시위를 하라'는 어이없는 지시가 사실이면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이 보인 작태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선 지금까지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다. 최후 진술에서도 "경고성 계엄이었다"라는 궤변만 늘어놓았다. 이로 인해 진영 간 갈등을 확산시키는 등 우리 사회가 치른 대가는 컸다.


향후 내란 특검팀의 수사 방향은 이번 영장에서 빠진 외환유치(外患誘致) 혐의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무인기 투입 지시 등 외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검팀은 사초(史草)를 쓰는 자세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계엄해제 요구 국회 표결에 불참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조사는 정치 보복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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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왜곡된 사실 인식부터 차분히 바로잡는 게 우선 등


8월 1일부 상호관세(25%) 부과, 의약품 200%·구리 50% 관세 예고, 방위비 9배 증액, 주한미군 감축 등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드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첫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것도 중대 국면에 접어든 대미 관세 및 안보 협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상당한 내용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미국의 왜곡된 인식부터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민감한 사안이어서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 정치권에서 에둘러 문제제기를 먼저 했다. 어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멨다. 그가 왜곡 사례로 든 건 "주한미군 4만5천명"(실제 2만8천 명), "한국에 대한 무상군사지원"(매년 1조수천억원 부담금 지급),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 보다 4배 높다"(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대부분 상품에 관세 철폐)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뿐 아니다. 기지 무상 제공, 첨단무기 구입 등 제반 간접비용을 감안하면 미국의 부담 보다 우리의 방위비 부담이 훨씬 크다.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으로 벌어들인 흑자 대부분은 미국 현지에 고스란히 투자된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돈을 더 받아내려고 잘못된 사실 관계로 트집 잡는 건 주권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고 과도한 흥분은 금물이다. 기분 나쁘다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꺼내드는 건 자충수다. 자칫 안보의 정치화 늪에 빠진다. 굳건한 동맹 토대 위에 한반도 방위와 평화를 우리가 책임지는 당당한 자세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양국 정상이 속히 만나 얽힌 문제를 일괄 푸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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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경선, 공천권 포기 선언하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보여 준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김문수 후보가 유세하는 자리에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거나, 대통령선거보다는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까지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일사분란한 단일대오가 나타나지 않더니 대선 결과도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에서 의미있는 약진'이라는 말처럼 제20대 대선 때보다 더 잠식당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을 사상 처음 선거로 선출한다. 시당위원장은 지역구 의원 중 선수와 나이를 고려해 한 명을 뽑았다. 이에 대해 권영진의원이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이인선 의원과 맞대결이 성사됐다. 권 의원은 "낡은 관행을 버리고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이 지역 정치의 신뢰와 협의 구조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출마를 강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시당위원장 선출이 합의추대라지만 사실상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권 의원 말대로 '형님 먼저 아우 다음'식이다 보니 시당위원장이 친목단체 회장 같다.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지역 정치권 경쟁력을 키우자고 하니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다. 이번에 시당위원장이 되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게 된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마음이 가 있다는 해석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똘똘뭉쳐야 할 지역국회의원들끼리 행여 자리다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두 명 모두 공천권을 포기한 채 경선을 펼친다면 안팎의 비난도 잠재우고 경쟁력도 키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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