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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만 맛이 아니다. 미소 짓는 종업원들의 빼어난 서비스 정신, 배려 깊은 주인의 따뜻한 맘씨도 맛의 구성 요소다. |
#맛을 재는 맛도계는 없다
안타깝게 염도계는 있지만 '맛도계(味度計)'는 없습니다.
갑은 맛있다고 하는 데 을은 맛없다고 합니다. '절대 맛은 절대 없다'고 합니다. 상대적인 맛이기에 손님들은 자기 맘에 드는 식당으로 갑니다. 만약 맛도계가 있다면 안타깝게도 가장 맛있는 식당 한 곳에만 손님이 몰려들고 결국 그 식당도 손님이 흘러넘쳐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잔칫집 같은 분위기에 실망한 미식가들은 좀 덜 맛있지만 더 조용한 곳으로 갈 지도 모르죠. 결과적으로 맛도계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나은 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음식 맛만 맛인 줄 알았는데 이젠 아닙니다.
음식 맛 다음은 '주인의 마음 맛'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식당의 경우 주인이 요리를 모르면 그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 대구는 호남에 비해 요리 모르는 주인이 너무 많습니다. 주인이 요리에 정통해야 음식에 애정을 쏟게 됩니다. 주인이 요리를 모르고 돈버는 법만 알면 그 음식이 '폭력배'로 둔갑합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음식, 그건 인간미 넘치는 주인한테서 나옵니다. '돈만 벌자 주인'은 손님 많이 불러들이는 방법만 모색할 겁니다. 온갖 스타일의 홍보전략을 수립할 것입니다. 재료보다 소스에 더 치중할 겁니다. 화학조미료도 마구 살포하겠죠. 그런 주인 곁엔 늘 그런 조리사가 모입니다.
#주인 마음 맛도 있어야
상당수 주방장도 이젠 인심도 변해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만 갑니다. 조리사와 주인의 맘이 맞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가고맙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조리사는 손님이 좀 늘어나면 금세 월급 인상만 고집합니다. 주인과 조리사의 상호 불신, 그 폐해는 모두 손님의 몫입니다. 그런 식당에선 이틀이 멀다하고 주방장이 교체됩니다. 음식 맛이 자주 바뀌게 됩니다. 단골이 떨어져 나갈 겁니다. 보다 못한 주인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요리학원으로 달려갈 지도 모릅니다.
요리를 아는 주인은 손님의 반응에 예민해집니다. 단골의 입맛 구조를 일일이 조사해 기록해 둡니다. 김 사장은 매운 건 싫어하고, 박 사장은 마늘을 싫어하고, 윤 사장은 너무 뜨거운 걸 싫어하고, 이 사장은 단 것을 좋아하고…. 특정 단골이 어떤 스타일의 음식을 좋아하는가, 이 정보도 요리에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예전 상당수 주인들은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스타일만 고집했습니다. 그런 기질도 존중돼야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식당에선 너무 '인간문화재' 같은 마인드를 고수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정된 맛과 변형된 맛을 고루 구사할 줄 알아야 됩니다. 명 주방장은 그렇습니다. 정확한 레시피에 의해 고정불변의 맛도 엮어낼 줄 알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도 즉시 짜낼 줄 알아야 고수 소릴 듣습니다.
주인이 손님의 입장에서 일하면 손님은 기분이 좋습니다.
#평범한 음식이 롱런했으면
특정 식당 음식은 평범해도 주인이 워낙 진실하고 친절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음식 맛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자연 주인의 맘씨가 성공변수로 부상했습니다. 주인의 마음 맛 못지않게 중요한 게 종업원들의 서비스 맛.
요즘 주인 못지 않게 가게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람이 있는 데 그가 바로 주차 관리원입니다. 주인은 친절한데 그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면 바로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비오는 날 식당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가 환한 표정으로 우산을 내밀 때 고객은 감동합니다. 화장실에서 소지품을 임시 내려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만났을 때 고객은 세심한 배려에 감동합니다. 음식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을 때, 주인이 그 손님에게 문제가 된 음식값을 받지 않을 때, 손님 이상으로 종업원들도 감동합니다.
#경계해야 될 소문 맛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될 맛은 '소문 맛'입니다. 이 맛은 잠시 화려해보이지만 봄꽃처럼 허무하게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문난 맛집을 너무 맹신하지 마세요. '주체적 미식관'을 가지세요. 그래야 영세 식당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너무 뜨는 음식만 챙기지 말았으면, 또 음식 부문만은 대박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남지 않으면서도 늘 일정한 손님이 올 경우, 그런 집이 요즘 대박난 집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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