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우 이야기 둘](https://www.yeongnam.com/mnt/file/200706/20070615.010371527090001i1.jpg) |
지난주 영천시 도남동 영천한우숯불단지(2005년 5월에 조성) 내에 있는 (주)낙원 육가공의 박만성 대표(50)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20여년 째 한우만 팔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한우 관계자를 향해서도 서슴지 않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는 "만약 내 주장에 이의가 있으면 그가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지 공개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의 얘기를 정리하면 대충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우를 살리기 위해선 수입산·국내산 젖소와 육우만 동네북처럼 두드리지 말고 한우시장의 문제점도 아울러 짚고 넘어가야 FTA 세상에서 한우가 웅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는 지금 한우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고, 그러다보니 한우에게 시비 걸 자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로 인해 '한우는 완전무결하다'는 식의 '한우불패(韓牛不敗) 인식을 심어주면 장기적으로 한우의 국제적 위상을 실추시킬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 대표는 조만간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을 펴낼 계획입니다.
한우업자 박만성씨의 쓴소리
# 애매한 소고기 표기 개선하라
젖소·육우·수입소를 국내에서 6개월만 키워도 국내산으로 표기하도록 한 건 잘못이다. 국내산이란 애매한 표기가 온갖 갈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 표기 방법을 당장 개선해야 된다. 국내산 젖소는 젖소, 국내산 육우는 육우, 국내산 한우는 한우로만 표기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될 걸 공연히 국내산 육우 등으로 표기토록 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고 악덕업자들만 배불리게 해줬다.
문제는 한우와 육우 섞어 팔기. 안타깝게도 둘은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못한다. DNA 조사를 해야 제대로 구별할 수 있다. 축산연구원에서 개발한 이 검사기 한 대 가격은 2천만원. 전국한우협회와 정부가 한우를 살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적정수의 유전자 검사기를 전국 여러 기관단체에 보급해 필요한 사람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예산 타령만 해선 안된다. 현재 턱없이 부족한 감시인력만으론 육우의 한우 둔갑을 절대 근절시키지 못한다. 전국민이 감시원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소고기 샘플을 연구소에 보내고, 둔갑 판매 사실을 제보한 '우파라치'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토록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 유사 한우, 교잡우 실태를 고발한다
일반인들은 누런 빛깔이 나면 무조건 한우라고 맹신한다. 아니다. 사각지대가 있다. 호주산 수입소 사로레의 경우 외형상 꼭 한우 같다. 더욱 구별을 어렵게 하는 건 DNA 검사를 해도 한우로 판명이 난다. 배 부위에 야구 글러브 크기만한 흰 반점이 있고 다른 부위는 한우 빛깔이 나는 '이모색 교잡우'가 더욱 문제다. 이들이 정통 한우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젖소와 한우를 인공수정시킨 것이다. 젖소와 한우를 교배시킨 F1은 '흑우', 하지만 재차 흑우와 한우를 합치면 10마리 중 4~5마리가 황우가 된다. 물론 외형상 한우로 보이지만 실은 교잡우다. 도축장 검사관도 교잡우를 한우로 보는 게 현실이다. 현재 축산연구원에선 이모색 교잡우를 '잡우'로 분류한다. 일부 한우 농가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적잖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교잡우를 양산하고 싶어할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교잡우 개체수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데 농림부에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잡우는 반드시 한우와 구분돼 판매되어야 한다. 자칫 교잡우가 한우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교잡우는 한우와 똑 같은 100% 황갈색 교잡우와 이모색(부분 희거나 검은 반점) 교잡우가 있다. 이게 우시장에선 육안 검사에 통과돼 한우로 유통된다. 이런 소를 한우로 알고 팔았다가 나중에 젖소로 판명돼 막대한 손해를 본 육가공 업자가 적잖다. 나도 당했다. 우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한우 송아지는 어미소가 젖소인지 한우인지 확인할 수 있는 귀표도 달아줘야 된다.
# 한우 너무 비싸다
한우 소고기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송아지 가격도 확 내려 150만~160만원선, 비거세 황소는 ㎏당 6천500~6천700원선, 거세우는 ㎏ 당 7천500~7천800원선, 암소는 ㎏당 7천500~8천원선이 유지돼야 한우 농가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우 소비를 활성화시키려면 식당에서도 1인당 한우 값을 내려야 한다. 한우만 무조건 좋고 그래서 무조건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맹목적 한우사랑'은 지양돼야 한다. 그럼 자꾸 한우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우업자들도 많이 받고 적게 파는 것보다 덜 받고 더 많이 파는 길을 찾아야 된다. (054)332-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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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성씨가 운영하는 영천 낙원 육가공 한우 판매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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