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우 이야기 셋 <끝>

  • 입력 2007-06-22   |  발행일 2007-06-22 제37면   |  수정 2007-06-22
성난 한우 가라사대 "국내산 육우야, 너 정말 한우 행세 할래!"

# 한우업자 박만성씨의 추가 고언

지난 주 한우 관련 기사가 보도된 뒤 영천의 한우업자 박만성씨가 기자에게 '애매모호한 법적 기준 때문에 소비자만 이용당한다'란 제목의 문건을 팩스로 또 보냈습니다.

논지는 이랬습니다. "수입소(생우)가 국내에서 6개월만 사육되면 국내산으로 인정해주되 표기만 국내산 육우로 표시해야 되는 데 이런 소를 우리 축산물로 선전판매하는 게 위법"이라는 지적입니다. 현재 상당수 소비자들은 국내산만 붙으면 그게 한우라고 믿는 게 현실이니 그의 이런 지적도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표기 방법은 호주에서 수입된 냉동 소고기의 경우 수입품(호주산)으로 하면 될 것 같고, 국내산 젖소·국내산 육우·국내산 한우는 각각 젖소·육우·한우로 표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FTA체제하에서 미국 등이 싫어하겠죠. 표기개정은 미묘한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산이란 용어 때문에 육우는 기분 좋은 데 정작 한우 진영은 외국에서 입양된 소들과 동급으로 취급받아 좀 억울할 겁니다.

# 국내산 육우와 한우의 함수관계

국내의 한우 사육 농가는 약 20만호, 젖소 농가는 약 1만2천여호로 추산됩니다.

소고기 유통량은 국내산(한우, 육우, 젖소)이 40%, 수입산이 60%쯤 됩니다. 현재 한우는 외국으로 거의 수출되고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한우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우는 수입 소고기에 비해 육질이 좀 질깁니다. 그렇다고 내국인들이 무조건 질긴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방에선 육질이 쫄깃한 것, 수도권에선 입에 녹을 듯 부드러운 게 선호됩니다. 대구의 경우 늑간 갈비살, 서울에선 등심이 더 잘 팔립니다.한우 가격을 100원으로 볼 때, 육우는 평균 60~70원, 젖소는 50원, 수입산은 40원선에 거래됩니다. 요즘 소고기 가격, 천차만별입니다. 가격은 4천원에서부터 1만~5만원대. 물론 한우가 가장 비싸겠죠.

g당 가격을 반드시 비교해야 됩니다. 주인들은 "우린 다른 집보다 싸다"고 자랑합니다. 이때 반드시 "1인분에 몇 g이냐"고 물어보세요.

1인분 양은 지역별로 다릅니다. 대구에선 100∼120g, 서울에선 150∼180g, 일부 지방에선 200g, 요즘은 한 근별로 파는 것도 유행합니다. 가격과 양의 함수관계, 잘 따지고 먹어야 됩니다. 대구에선 1인분에 3만원이 넘어가면 비싸다는 소릴 듣고, 서울은 5만원이 넘어가면 세다고 느낍니다.

소비자들은 솔직히 소고기집에만 가면 골치아픕니다. 시설 수준, 인건비, 마진폭, 각종 경상비, 곁반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1인분 가격은 업소 사정을 감안한 절대평가를 해야지 상대평가로선 제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


# 육우, 언제 한우로 바뀌나?

소비자들은 과연 육우가 언제 한우로 둔갑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사실 사육단계, 도축돼 경매될까지만 해도 둔갑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니깐요. 육우에는 파랑색, 한우에는 붉은색 검인이 찍혀 있습니다. 도축돼 검인이 찍힐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식당으로 넘어가기 위해 가공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는 일일이 고기작업을 할 겨를이 거의 없습니다. 통상 육가공업자들이 채소 다듬듯 일일이 다듬어줍니다. 이때 검인은 다 잘려 버려집니다. 원하면 손님 식탁에 나가는 크기로 정육만 절단해 옵니다. 특정 식당에 고기 다듬는 직원이 있어도 고기가 들어올 때 그게 육우인지 한우인지 알지 못합니다. 주인만 서류상으로 무슨 고기가 들어왔는지 알 따름입니다. 주인이 손님을 속일 수 있겠지만 육가공업자도 주인을 속입니다. 하지만 속이는 사람은 자꾸 줄어들 것입니다. 둔갑 판매보다 웰빙육, 신개념 브랜드 고기를 개발하면 그게 더 어필되기 때문이죠.

최근 동구 몇 식당에서 육우를 한우로 팔다가 걸렸죠. 가공업자가 준 고기가 의심스러우면 주인들도 연구원 등을 통해 DNA조사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 참품 한우 직판장 식당 오픈

요즘 정육점이 딸린 '할인마트형 고기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꼭 도축장 옆에 딸린 구이집 같습니다.

지난 4일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아리아나 호텔 경북한우클러스터사업단과 경북지역축협, 한우 농가, 전국한우협회 경북도지회가 모여 만든 참품한우 1호 직판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인상적인 건 여기 고기에 주민등록증 같은 '우민등록증'이 부착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의 탄생에서부터 소고기 판매까지 '전 과정 생산이력추적시스템'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소고기만 팔겠다는 각오입니다.

2층 직판장은 210평 크기의 퓨전스타일 구이집입니다. 1등급 명품 갈비살 1인분(120g)은 2만5천원.

경북한우클러스터사업단이 개발한 '우민등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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