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다시 일어난 대구의 숯불 오리 구이

  • 입력 2007-06-29   |  발행일 2007-06-29 제37면   |  수정 2007-06-29
조류파동 때 움츠렸던 오리식당, 요즘은 바쁘다 바빠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다시 일어난 대구의 숯불 오리 구이

# 경상도는 오리 구이, 전라도는 오리탕


대구와 달리 광주에선 '오리탕'이 대세입니다.

오리탕은 '광주 5미'의 하나죠. 그런데 10년 전쯤 광주시 서구 매월동 매월농원에서 오리탕의 아성에 도전한 '광주식 로스 구이'가 태어나 엄청나게 팔려나갔습니다. 모르긴 해도 대구의 오리 구이 붐도 매월농원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대구에서도 오리 갖고 적잖게 돈버는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잘 아시죠. 대구에선 실험적인 요리가 물먹는다는 것. 오리도 그렇습니다. 풀코스 요리 같은 건 마니아만 찾고 아직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세는 오리 구이입니다. 구이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양념을 많이 넣은 오리 불고기, 하루 쯤 숙성시켜 키위와 같은 맛내기 소스만 넣고 숙성시킨 로스구이가 있습니다.

며칠 힘들게 지역의 유명 오리요리 전문 식당을 돌며 '로드취재'를 했습니다.

5~8월은 오리 성수기. 몇년전 조류독감 파동 때 오리 식당들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다시 오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문을 열어 연일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 달서구 송현동 대구 승마장 맞은 편 앞산 양주골 오리농장. 이 집이 요즘 오리 식도락가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오리 구이 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일명 셀덕 회전오리죠. 이집 오리는 셀레늄 먹인 셀덕입니다. 셀덕은 91년 창업한 모란유통이 지난해 4월 수원의 한 호텔에서 선보인 셀레늄 먹인 기능성 오리입니다. 현재 국내 기능성 오리는 유황오리, 주원이 개발한 아스타 오리, 충북 천안 (주) 다영식품의 삼백초 오리, 전북 남원 코리아 더커드의 녹차 먹인 다향오리 등이 성공작입니다.

현재 회전 오리가 대구의 트렌드 메뉴로 급부상 중입니다. 식사 시간 때는 가도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밤 10시 넘어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비큐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열기가 밑에서 올라오지 않고 좌우에서 쏟아지는 게 다릅니다. 쇠꼬챙이에 오리를 끼워 불판 사이사이 뚫린 꼬치걸이 구멍에 쏙 집어넣고 3분쯤 지나면 노릇노릇하게 익습니다. 1마리에 모두 11개의 꼬치가 나옵니다. 꼬치는 익는 순간 숯불에 달궈진 옆쪽 철판위로 옮겨집니다. 회전식 구이기는 11년전 쯤 잠시 히트를 친 신개념 요리 기구입니다. 코리아덕, 길흥산업, 경기공업사 등이 유행시켰습니다. 대당 가격은 40만~80만원선. 손님이 일일이 석쇠에 올려 굽지 않아도 되도록 꼬치에 오리를 꽂아 열탄 속에 집어 넣으면 알아서 돌아가며 굽히는 장치입니다. 수성구 두산동, 최근에는 수성못 호반 레스토랑 바로 맞은편에 숲과 오리도 회전 오리를 투하했습니다.

# 대구의 오리 구이 명가

현재 전국 최대 온라인 푸드 정보 사이트인 달서구 성당동에 사무실을 둔 오푸드(www.ofood.co.kr)에 등록된 오리관련 업소만 무려 600개가 됩니다. 이 중 100여개가 오리 전문점입니다. 대구에서 오리 붐이 인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습니다. 불과 10년 전입니다. 처음엔 팔공산 송림사 옆 황토오리가마구이, 달서구 대곡동 한신들 마을의 한계정, 동구 만촌동의 고향집 등이 주름잡았습니다. 황토오리는 현재 팔공산에 4개점이 있습니다. 한계정은 오리 불고기 전문점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녹두죽이 맛있죠. 한계정과 함께 깔꾸리와 미진가든도 가세, 한실들 마을을 오리촌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 대구MBC에서 2군사령부쪽으로 조금 가다가 왼쪽 골목 안에 있는 고향집(97년 오픈)은 특이하게 오리 수육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들깨 가루 들어간 오리탕 수제비는 거의 광주 유동 마을 오리탕을 연상시킵니다.

선발 주자들을 위협한 다크호스가 2001년 팔공산에 등장합니다.

바로 '하늘천따지(대표 김종팔)'입니다. 하늘천따지는 지역에서 첫 참숯불오리구이 붐을 주도합니다. 현재 냉천점 등 체인점이 5개로 늘어났습니다. 창고형 실내지만 참숯 냄새가 살짝 파고든 질리지 않는 육질 때문에 하늘천따지는 단번에 '오리의 대명사'로 정착합니다. 가창댐 초입에 문을 연 가창유황오리(대표 지영진)도 2000년 5월 같은 방식으로 하늘천따지보다 먼저 오리구이를 선보였지만 하늘천따지는 추월하지 못했습니다. 가창오리는 2006년 10월 냉천 스파밸리 근처로 이전합니다. 가창 오리 자리엔 가창 오리 궁뎅이가 들어섰습니다.

이때부터 대구에서 오리구이는 '흥행 보증수표'처럼 인식됩니다. 참숯불오리구이 대박행진은 계속 이어집니다. 달성군 다사읍 낙동 생오리(대표 김상덕)가 2003년부터 세몰이를 합니다. 오리는 다른 집과 비슷한 데 낙동은 부추 겉절이 맛이 오리 맛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현재 지역 내 4개, 경산, 포항, 울산 등지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오리 코스 요리는 아직 대구에선 그렇게 대세는 아닌 듯 합니다. 배나무골 오리가 대구로 내려왔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접었습니다. 그 다음 주자는 들안길 낙동강입니다. 여기선 로스구이, 양념 주물럭, 훈제 바비큐, 거기다가 양념 게장, 삼백초탕, 영양죽, 냉면까지 내줍니다. 팔공산 산나물 정식으로 유명한 산중식당도 처음엔 오리 코스 요리를 냈지만 지금은 내지 않습니다.

올해 또 다른 다크호스가 생겨났습니다. 지난 1월 오픈한 수성못가 비잔티움 옆 오리학교(대표 박근이)입니다. 기존 집과 달리 전량 청도에 있는 숯가마 건강나라의 참숯(백탄)만 사용합니다. 전북 남원에서 온 녹차 먹인 오리는 김치냉장고에서 저온숙성시켜 나옵니다. 숯이 좋다보니 다른 양념을 절대 넣지 않습니다. 숯냄새가 진한 게 매력포인트죠. 또한 물에 씻어 독한 맛 제거한 양파 샐러드, 에피타이저용 오리탕, 오이·무·깻잎 장아찌가 곁반찬으로 나옵니다. 인기 후식은 갖은 채소 들어간 된장비빔밥. 500평 규모로 테이블이 44개. 마리당 2만5천원.


대구에서 인기 끄는 오리 식당들

△앞산 오리마을(셀덕 회전오리·621-8333) △하늘천 따지(숯불구이·019-506-2211) △가나안 덕(숯불구이·985-5296) △고향집(오리수육·743-4722) △낙동 생오리식당(숯불구이·583-5292) △가창 유황오리(숯불구이·768-5277) △숲과 오리(회전오리·762-5279) △팔공산 황토오리(054-976-5292) △오리학교(숯불구이·761-9944) △한계정(오리불고기·632-6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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