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삼계탕 이야기

  • 입력 2007-07-20   |  발행일 2007-07-20 제37면   |  수정 2007-07-20
'色 다른맛' 삼계탕도 컬러풀시대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삼계탕 이야기

경쟁 가열되면서 퓨전식도 '업'…붉은 육수로 끓인 이색메뉴까지 등장

전복 넣은 '오분자기탕'부터 해산물 넣은 '해신탕'까지 종류도 각양각색

지난 15일은 초복이었습니다.

이날 대구 날씨는 복날다웠습니다. 장마 기간 중 모처럼 활짝 갰고 햇살은 따글따글했습니다. 수박을 사들고 부모와 장인 장모, 스승을 찾는 등 나름대로 '복달임' 을 했겠죠. 강변에 솥 걸고 누렁이 잡아 즉석 '보신탕 카니발'을 연출하던 '추억의 중년 남성', 이제 주위에서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 보신탕은 아직 마니아들 말고는 일반인에겐 조금 거리가 있는'별식'으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가장 만만한게 삼계탕인 것 같네요.

예전엔 백숙이 삼계탕보다 더 인기였습니다. 찹쌀 넣던 삼베 주머니는 어머니의 맘이었습니다. 어머니들은 거기에 인삼, 대추, 황기, 마늘 등을 넣었습니다. 그들이 한약재에 대한 조예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전승된 한방음식 레시피를 답습한 거죠. 60~70년대까지만 해도 삼계탕은 별로 대중적이질 못했습니다. 지역의 경우 벌건 기름이 둥둥 뜬 얼큰한 소고깃국이 더 먹혔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신동양학 붐'과 맞물린 음식궁합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삼계탕이었습니다. 전문식당이 전국에 대거 등장합니다. 대구의 경우 대구백화점 북측 골목에 있는 서울 삼계탕, 중구 공평동 옛 아비뇽 레스토랑 자리에 들어선 금곡이 지역 삼계탕 붐을 주도했고 90년대초 수성구 들안길 금산은 삼계탕 체인붐을 일으켰고 이 여파로 연이어 생겨난 주왕산, 가리산, 금강산, 연화정 등도 세를 불려나갔습니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 퓨전 삼계탕까지 가세했습니다. 대구에선 계산동 양만오 토종닭 샤브샤브가 약선 삼계탕을 내놓고 있지만 퓨전은 여전히 수도권이 대세입니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메리츠타워 내 유러피언 레스토랑 '루825'와 '아시아떼'는 여름 대표 보양식 삼계탕을 얼큰한 붉은 육수와 전복으로 어우러진 '전복 홍계탕', 서울 역삼동 GS타워 내 한식당 사랑채는 '오분자기(전복의 일종) 삼계탕', 여의도 트윈타워 내 일식당 '송로'에서 한식과 일식의 장점을 가미한 삼계탕과 해산물을 함께 먹을 수 있는 '해신탕'을 팝니다.

복날 삼계탕은

여름철엔 늙은 닭보다 소화 잘되는 영계 좋아

황기·당삼도 인삼 못지않아

24절기 중 하지는 음(陰)의 기운이 시작되는 시점. 이렇게 시작된 음의 기운은 소서(小暑)와 대서(大暑)를 지나면서 완전히 자리잡게 되어 동지(冬至) 때까지 이어집니다.

여름철은 비록 날씨는 더워도 체내엔 음기가 이미 찬 기운이 깃들기 시작하죠. 따라서 따뜻한 기운을 가진 식재료를 갖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 것은 오래된 우리의 식문화입니다. 또한 여름은 '서독(暑毒·열독)'이 밖으로 훈증(薰蒸)하여 무더운 날씨와 함께 몸의 바깥은 더워서 서늘하고 찬 것을 찾는 까닭에 갑작스러운 설사 질환이 많기 때문에 음식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먹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보양식 중 가장 대중화 된 삼계탕은 이런 여름철의 몸 상태에 가장 적합한 대표적인 보양식이며 보신용 개 혹은 염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여기에 속합니다.

삼계탕은 영계의 뱃속에 찹쌀과 인삼, 마늘 등을 넣고 물과 함께 조리하여 건더기와 국물을 동시에 먹는 탕 요리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따뜻(溫)하거나 뜨거운(熱) 성질로 음(陰)의 기운이 많은 한국인에게는 잘 맞는 보양식이며 비(脾)와 위(胃)의 기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늙은 닭보다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영계를 이용한 것은 매우 훌륭한 배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영양 과잉 등으로 인해 체질이 허한 이들보다 열(熱)하고 실(實)한 이들이 많아 보양식의 재료도 체질의 변화에 맞춰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따라서 이들은 더운 성질의 인삼 대신 덥지도 차지도 않은 평(平)의 성질을 가지면서 효능은 인삼과 유사한 황기와 당삼을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방 영계탕 만들기

▲재료=영계 1마리, 찹쌀 100g, 황기 30g, 당삼 20g, 당귀 5g, 천궁 1g, 생강 1쪽,마늘 2~3개, 파머리 1쪽, 대추씨 뺀 것 2~3개, 땅콩가루 1큰술

▲요리

1. 물에 황기, 당삼, 당귀, 천궁을 30분 정도 끓여 면포에 깨끗하게 걸러 약물을 만들어 두고 영계는 깨끗이 씻어 둔다.

2. 닭의 전 처리 작업으로 달군 프라이팬에 초과 1쪽, 생강 1쪽, 통후추 1/2Ts을 넣고 볶다가 정종 30㎖를 넣고 다시 한번 볶아 법제한 후 닭이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넉넉하게 붓고 끓기 시작하여 향기가 올라오면 영계를 담가 재빨리 데쳐낸다.

3. 전 처리한 영계의 뱃속에 대추, 찹쌀과 땅콩가루를 버무려 집어넣고 만들어 둔 1의 약물을 부은 후 약재는 면포에 싸서 함께 넣은 후 끓인다.

4. 탕이 끓기 시작하면 생강·마늘·파를 넣고 닭이 푹 무르도록 삶아 소금과 후추를 곁들여 낸다.

▲TIP

진한 국물을 원하면 간단하게는 땅콩가루를 탕에 풀어 요리하면 되고 더 풍부한 맛을 원한다면 평소에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 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도움말=김미림 한국약선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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