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흑염소 요리 이야기

  • 입력 2007-08-03   |  발행일 2007-08-03 제41면   |  수정 2007-08-03
흑염소! "이젠 약용이 아니고 식용입니다"
[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흑염소 요리 이야기

흑염소는 오랫동안 식용보다 약용이었습니다.

아녀자의 '산후보양식', 허약한 중년 남성의 '강정식'으로도 은밀하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식탁에는 쉽게 진출하지 못했죠. 늘 닭과 개한테 밀렸습니다. 한·미 FTA 직후 지역 흑염소 농가가 염소 알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단 '염소 고기는 질기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존 방목에서 비육시스템으로 사육형태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방목은 좀 질기지만 거세해 키운 비육은 훨씬 부드럽습니다. 관계자들은 염소 고기는 소와 달리 살점에 지방이 거의 스며들어가 있지 않아 '웰빙식으로 최고'란 점을 중점 부각시킵니다.

명심보감에 염소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고기는 맛은 있지만 여러 사람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다."

늘 바위투성이 척박한 언저리에 돋아난 풀만 먹고 자라서 그런지 살점도 그렇게 풍성하지 못합니다. 도축해 분해하면 내장이 대부분. 소·돼지 내장은 구이집으로 팔려가는 데 이놈 내장은 버려집니다. 다른 고기에 비해 냄새도 짙어 자연 청궁, 백작약 등 냄새 지우는 한약재가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자연 한방요리로 개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지역의 염소 판촉 운동

도 농정국, 경북도농업기술원, <사>영남축산진흥회, 도내 흑염소 사육농가, 전문 조리사 등이 힘을 합쳤습니다.

흑염소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죠. 지난달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흑염소를 살리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도가 지원금을 내놓았습니다. 경북 흑염소농업인회(회장 이의선)는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있는 영남축산진흥회(회장 조옥봉)와 손잡고 대대적인 흑염소 홍보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지역에서 맨처음 '한방 숯불갈비 시대'를 연 김태근 대구시조리사협회장이 다양한 흑염소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김 회장은 기존 육회·불고기·탕에서 진일보했습니다. 떡갈비, 만두, 오징어 순대, 스테이크 등도 만들어 젊은층을 겨냥할 계획입니다. 오는 28일 시식회 때 이들 요리를 모두 공개할 방침입니다. 김 회장은 흑염소 요리 판촉 일환으로 내당동 본점에 이어 달서구 대곡동에 2호점(053-637-5040)을 개점해 염소 전문 식당으로 키울 작정입니다. 향후 흑염소농업인회는 비육된 염소 고기도 소고기처럼 대형마트, 체인점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할 방침입니다.

참고로 도내에선 김천,영양, 경산, 영천 등이 대표적 염소 산지. 아직 조합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식당과 사육농가간 직거래 방식으로 주로 유통됩니다. 염소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한우처럼 국내산 염소 원산지 증명제 정착, 둔갑 판매 및 양고기 끼워팔기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달성군 우록리 흑염소 마을

대구에도 흑염소 마을이 있습니다.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입니다. 이 마을의 명소는 임진왜란 때 귀화한 김충선 장군을 기리는 녹동서원. 1975년 여기서 처음 흑염소 요리를 선보인 건 화담가든(사장 김상헌·053-764-5555)입니다. 김 사장의 가업은 현재 장남 강희씨(43)한테 전해졌습니다. 평소 운수업을 했던 김 사장은 경산 자인면의 몇몇 흑염소 식당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때 염소 고기에 매료돼 우록으로 갖고 왔습니다. 염소 성수기인 오뉴월, 우록리 계곡물이 워낙 시원해 지역의 중년층이 여기로 몰려와 염소 붙들고 삼복을 났습니다. 한창 때는 시·도청 공무원은 물론 청구와 우방 등 주요 기업체 직원들의 회식 1번지로도 각광 받았습니다.

3시간 동안 피를 빼내고, 황귀, 청궁, 감초, 엄나무, 생강, 마늘, 파 등을 넣고 가마솥에서 3번 달여 탕약 같은 육수를 만듭니다. 이 육수에 숙성시킨 고기를 재어놨다가 구이용으로 냅니다. 특히 6천원짜리 진국이 잘 팔립니다. 구이용은 120?에 1만2천원. 털 벗긴 껍질무침도 별미.

현재 이곳에서 흑염소를 취급하는 식당은 부곡장, 고향, 우미산장, 복숭밭, 우록장, 산골, 감나무, 은지, 반석, 초인 등 모두 11군데. 모두 닭백숙과 보신탕을 함께 팝니다. 한창 때는 36개 업소가 성업한 이 마을은 98년 달성군 먹거리 골목으로 지정됩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흑염소싸움대회도 한번 유치했지만 지금은 중단. 현재 염소 한 마리 잡으면 30만원선.

# 경산 자인면도 염소로 유명

경산 자인면도 우록 못지 않는 흑염소 동네. 현재 초가집보양탕(856-7373), 회나무흑염소식당(852-2521), 부흥식당(852-2010), 자인흑염소식당(813-2010), 대성식당(856-6833), 남광흑염소(854-9010) 등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염소 마을은 부산시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 언저리에 자리를 잡은 산성마을. 일명 산성흑염소 불고기촌입니다. 60년대 초원지대에서 흑염소 사육을 시작, 현재 100여 군데 이상 모여 있습니다. 상가 번영회에서는 염소 홍보를 위해 산성 흑염소 캐릭터까지 제작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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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흑염소 마을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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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록리 흑염소 마을에서 가장 먼저 염소 요리를 선보인 화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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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양한 흑염소 요리를 개발한 김태근 한방요리 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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