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통시장의 숨은 먹거리-남문시장 남문 납작만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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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는 빼고 채소만 갖고 만들었습니다
동아시아 음식발전사에서 아주 특별한 지위를 가진 음식이 1960년대 대구에서 생겨납니다.
바로 '납작만두'입니다. 일명 '대구식 야채만두'로 불리죠. 납작이 표준말인데 '납짝·납딱'이란 말이 대구선 더 정겹게 사용됩니다.
경상도식 만두의 대명사인 납작만두는 중국식 만두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만두소로 돼지비계 등 동물성 식재료를 전혀 넣지 않지만 중국에선 들어가지 않는 당면은 들어갑니다. 만두소의 경우 고기는 넣지 않고 오직 채소만 넣습니다. 완전 '웰빙식 만두'인 셈이죠. 또한 모양도 특이합니다. 어른 주먹만하게 생긴 왕만두와 달리 반달형이고 두께는 종이장처럼 얇습니다. 왜 대구 분식점 주인들이 그렇게 파격적으로 변형시켰을까요. 기존 중국식 만두는 한 개만 먹으면 느끼해져 더 이상 먹기 힘듭니다. 그래서 진간장에 고춧가루 듬뿍 뿌려 찍어먹어도 속이 시원치 않습니다. 화끈얼큰한 경상도 기질에는 그렇게 궁합이 맞지 않는 만두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만두시장은 거의 중국에서 온 화교들이 좌지우지했습니다. 지역 토박이들은 화교들이 독점하고 있는 만두 요리술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같은 만두를 만들어선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대구식 만두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납작만두의 역사는 한국 제분역사와 궤를 함께 합니다. 국내 최대 제분회사의 하나인 대한제분은 1952년 문을 열었습니다. 그 이전에 일반 가정에서 밀가루 요리를 해먹는다는 건 엄두도 못냈습니다. 고작 메밀·감자 가루가 밀가루 대용이었습니다. 6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에 분식 붐이 일면서 밀가루가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납작만두도 납작만두 명가로 발돋움한 미성당처럼 63년 어름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대구의 3인방 납작만두 이야기
중구 남산초등 정문 맞은편 미성당(053-255-0742)·중구 교동시장 좌판·중구 남문시장 내 남문 납작만두(053-257-1440)입니다.
세 곳의 만두소의 양과 피 두께는 서로 다릅니다. 가장 얇은 곳은 교동시장, 그 다음은 미성당, 가장 두꺼운 데는 남문입니다. 만두소의 경우 가장 양이 많은 데는 남문, 가장 적은 곳은 교동입니다. 교동의 경우 부추와 당면만 들어갑니다. 하지만 남문의 경우 소를 듬뿍 넣습니다. 당근, 파 등 6가지가 들어갑니다.
경북여고 맞은편 반월당 주유소 옆 골목 안 남문 납작만두를 지키는 김상출(61)·장광수씨(59)를 만나 한 수 배웠습니다.
굽는 것과 튀기는 것의 차이나 알고 갑시다. 전체가 갈색으로 변하는 군만두는 거의 튀김 만두에 가깝도록 기름이 많이 묻습니다. 그런데 납작만두는 튀기지 않고 돼지 기름 향기가 나는 식용유로 빨리 구워야합니다. 특히 표면이 좀 울퉁불퉁해서 불판에 닿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 사이의 습도가 달라집니다. 더 굽힌 곳과 덜 굽힌 곳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일고, 이게 꼭 저기압과 고기압이 대립하는 양상이라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남문은 체인점을 단연코 거부합니다. 맛이 없어진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네요. 중국식 만두가 주로 찌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만 납작만두는 삶은 뒤 찬물에 식힙니다. 찌지 않고 삶으면 잘 터지지 않고 졸깃해진다네요. 피에 탄력을 주기 위해 강력분 밀가루 3분의 1, 중력분 3분의 2를 섞은 뒤 면이 잘 터지지 않도록 면소다를 조금 첨가합니다. 중국집 만두는 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익반죽해 쪄냅니다. 38년 역사의 남문, 초창기엔 돼지비계 기름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위생 문제 때문에 사용않지만 불판만은 두꺼운 무쇠를 고집합니다. 7년전 차남 동수씨(32)에게 기술을 전수했답니다.
또 한 군데 남문시장 안에 내공 있는 만두집. 김석권(53)·김정희씨(50) 부부 사장이 27년째 꾸려가고 있는 남문 만두(053-253-8832)입니다. 제주도산 무말랭이, 최고급 식용유도 한번 사용하고 버리고, 환경을 생각해 스티로폼 대신 종이 포장지만 고집합니다. 맛을 위해 소 만들 때 땅콩, 깨소금, 마늘 등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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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집과 달리 만두소가 풍성하고 피도 두꺼운 40여년 역사의 남문 납작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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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남문시장 내 남문 납작만두 입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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