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블로그] 안동 음식문화의 현주소

  • 입력 2008-01-11   |  발행일 2008-01-11 제37면   |  수정 2008-01-11
한국 음식문화의 軸 안동으로 이동중
[이춘호기자의 푸드블로그] 안동 음식문화의 현주소

# 안동의 음식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

그는 안동소주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유는 독하기 때문이랍니다. 안동소주는 '저도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소주는 독해야 된다"면서 알코올 함량 45도 만을 고집해왔습니다. 마셔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꼭 중국 고량주 같습니다. 지역 특산품인 마(麻)잎으로 향을 낸 독특한 누룩 때문이죠.

안동소주 기능보유자 조옥화 여사(86)는 인품·안목·열정을 겸비한 귀한 향토음식연구가입니다. 개인적으론 '안동의 황혜성(작고한 궁중요리 전문가)'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조 여사는 '향토음식 맥잇기 사업'을 추진한 안동 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1995년 우리음식연구회를 만들었고, 그걸 발판으로 2002년 지역에선 처음으로 안동의 전통음식과 특산품을 응용한 향토음식을 '안동음식여행'이란 제목으로 펴냈습니다. 그의 아들 김연박씨는 현재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장으로 안동 음식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 여사가 현장에서 안동 음식과 함께 동고동락했다면 2000년 '경상도 음식'이란 논문집을 발간한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윤숙경 교수(73)는 안동의 불천위 제사 음식 등 안동 식품사학 분야에선 단연 독보적입니다.

# 市 관광과 전통음식문화 담당 신설

일본은 안동음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고가와 전통음식 결합'에 매료돼 있습니다. 2005년 10월 일본 오사카 TV 방송국 취재팀은 특히 전통음식인 헛제사밥과 안동 간고등어, 식혜 등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해 6월 30일 아오모리현의 TV방송국도 촬영을 왔습니다.

안동시의 의식도 점차 고양됩니다.

그들은 요리 전문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음식 칼럼니스트, 향토음식 연구가, 레저 관계자 등이 이구동성으로 "안동의 식품관광 하드웨어는 개발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선 처음으로 시청 문화관광과 내에 '전통음식문화담당'이란 자리가 신설됩니다. 현재 이성옥씨가 담당자입니다. 이씨는 지난해 10~12월 뜻깊은 조사를 기획했습니다. 고성이씨 임청각 외 안동 내 94군데 종가 및 고택을 대상으로 체험 음식 발굴 산업화를 위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조사는 기념비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가 음식은 일반에 공개가 안됐는데 조사 덕분에 안동 반가음식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이때 밥류 13종, 국류 29종, 죽류 13종, 국수 8종 등 모두 271종의 음식이 발굴됐습니다. 은어국수, 콩죽, 두부 미꾸라지탕 등 격조 높은 28종은 한정식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대상 음식입니다. 예산(300억원) 반영이 안돼 아직 본격 추진을 못하고 있는 '안동 전통음식 박물관' 건도 계속 시도할 모양입니다. 현재 조사 대상 고가 중 손님을 맞는 곳은 15호, 하지만 아직 52호는 고가체험에 부정적입니다.

대다수 고령이고 건강상의 이유로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하니 지자체에서 대책 마련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대구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박금순 교수는 안동의 전통음식을 학술적으로 정리해, 내년 2월에 '한국 전통 식탁 문화 정착을 위한 학술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안동시는 올해 안동의 전통음식 100가지를 선정, 홈페이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종가음식 브랜드 사업도 활발하게 펼칠 것입니다.

# 개발 콘텐츠는 무궁무진

미당 서정주 시인의 대표시 '국화 옆에서'를 기리기 위해 전북 고창 석정온천지구 내 100만여㎡ 들녘에 무려 300억 송이의 매머드 국화밭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국화 마니아들은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봉정사 아래 동네 3만여㎡ 국화밭을 더 주목합니다. 거기 감국으로 만든 안동 감국차가 지난해 제2차 남북정담회담 답례만찬인'팔도 대장금 요리'디저트용 차로 발탁됐기 때문입니다. 봉정사 일대에서 국화차가 등장한 것은 80년대 후반. 봉정사 돈수 스님이 경내에 국화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어 신도들에게 나눠준 것이 점차 상업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죠. 이후 돈수 스님과 가깝게 지내던 김재현 대표(54)가 5년전 국화농원 '가을신선'을 열었습니다. 봉정사 주차장 앞에 국화차 전통찻집 '만휴'도 있습니다.

북후면 옹천·도촌리가 산약(마)의 본산지란 사실도 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590여가구 1천700여명 주민이 마에 매달렸습니다. 주민도 체험 마케팅의 위력을 알고 있는 듯 산약 테마 거리 조성에 나섰습니다.

현재 북안동 농협에서 분말과 음료 등 각종 상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마칼국수까지 팔고 있습니다. 안동시 북후면 도촌리 경북농업기술원 내 생물자원연구소 김상국 연구사는 지난해 9월 특수 가공법이 투입된 마칼국수를 특허출원했습니다. 쪄 말려 분말화한 마와 생콩가루, 튀겨 분말화한 검정콩(서리태)을 밀가루와 섞어 면을 빼냅니다. 풍산읍 괴정리 천일제면에서 올해부터 시판에 들어갈 모양입니다. 안동탈춤페스티벌 이벤트 판매 등으로 판로 다각화를 모색중입니다.

안동시는 또 '콩의 도시'로 만들 웅대한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개량 검정콩의 일종인 '청자콩'을 '생명의 콩'이란 프로젝트 상품으로 팔고 있습니다. 청자콩 생산~가공~체험관광이 원스톱으로 연결되는 콩 특화단지를 육성중입니다.

많이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특히 안동이 '음식의 본향'이란 점을 부각시킬 수 있게 각종 이미지 통일 작업도 시급합니다. 물론 시가 거시적 차원에서 사업을 통일적으로 추진해야겠죠. '고가 체험'은 분명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고가는 적극적이지만 아직 상당수 관계자들은 고령이고 건강상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차제에 고가체험 사업자도 발굴하고 외식 전문가를 불러 '가격대 별 안동 음식 세팅법'도 연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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