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우 숯불갈비 이야기

  • 입력 2008-05-09   |  발행일 2008-05-09 제38면   |  수정 2008-05-09
요즘 참 맘고생 많지만 그래도 韓牛민국! 짝-짝-짝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우 숯불갈비 이야기

#"식량대전 임박한 듯 합니다"

'식량 제국주의'가 발호한 듯 합니다.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 종자회사인 몬샌토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전세계 식탁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제 식품과 관련한 신토불이 사상은 무용지물입니다. 텃밭에서 캐냈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그 종자란 것도 대다수 수입산 다국적 브랜드입니다. 이제 표장지에서'Made in korea'란 문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조리사만 한국인일뿐 음식은 국적불명, UFO 같습니다. 카길의 농사권역은 전세계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탬파에서 인산비료를 생산합니다. 그 비료를 사용하여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 콩을 재배합니다. 그 콩은 사료와 기름으로 가공되고 그 사료는 태국으로 보내져서 닭의 사료로 사용되고, 그 닭은 가공·포장되어 일본이나 유럽의 슈퍼마켓으로 보내지죠.

사람들은 내 땅에서 나는 먹거리를 고집하며 식량 제국주의에 맞서 '식주권(食主權)'을 강조합니다만 WTO체제 하에선 '무인도 버전'으로 살아남긴 힘듭니다.

지금 가금류 취급 업소가 소 광우병과 조류독감(AI)에 포위돼 십자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오죽 하면 영남외식연구소가 지난 6일부터 육류업소 불황탈출을 위해 정재한 서울 그랜드 힐튼 한식조리장, 현석기 전 놀부 본사 메뉴개발 팀장 등을 불러 전국투어 '고깃집 요리 전수' 특강을 열었겠습니까. 특히 대체 메뉴가 없는 닭·오리업소는 더 죽을 맛일 겁니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쓰나미급 복병이 우리의 식단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냉동저장 유통기술의 기원

이미 유전자 변형 식품(GMO)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죠. 곧 공장에서 식품을 대량 생산하는 '생물공장(Bio factory) 시대'가 열릴 것 같습니다. 대량 유통이 가능해진 건 다양한 냉동보관술 때문이죠. 식품학자들은 그 물꼬를 나폴레옹이 터줬다고 봅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은 성공적 전투를 위해 식품저장과 포장방법에 대해 공모를 했습니다. 이때 파리 변두리 식당의 요리사 '니콜라스 아페르(Nicolas Appert)'는 생선을 끓여서 병에 넣고 뚜껑을 밀봉한 다음, 병을 다시 한 번 끓는 물에 담그는 실험을 통해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음식을 고열 처리하여 병에 넣어 밀봉하는 것'이라는 명칭으로 응모해 당선됩니다. 이후 영국의 '피터 듀란드(Peter Durand)'가 오늘날의 통조림을 발명합니다.

고전적 식품의 건조법은 육·어포로 만들고 우유를 분유 등으로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식품품질유지 기술의 공통점은 식품에 열을 가하거나 제거(냉동) 한다는 점이죠. 그러나 열처리는 미생물뿐만 아니라 영양분도 동시에 파괴시킵니다. 그래서 열처리를 하지 않고 식품에 저장성과 안전성을 부여하는 게 방사선 조사 기술인데 1960년대부터 상용화됩니다.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냉살균(Cold sterilization)'으로도 불리죠. 다들 괜찮다고 하지만 한편에선 방사선 조사 식품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부산 동의과학대 강준수 교수에 따르면 벌써 미국은 비가열 냉장육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였고 비싼 생고기를 얼리지 않고 오래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네요.


# "대구에서 괜찮은 쇠고기 숯불갈비집이 어디죠?"

요즘 제게 그런 요지의 전화가 자주 걸려옵니다. 대구는 등심보다 갈비살이 강세죠.

몇몇 미식가를 상대로 숯불갈비집을 모니터링을 해봤습니다.

장터와 시장에서 발원한 국밥의 변형 형태인 대구의 명물 따로국밥.

50년대에서 60년대로 넘어오면서 중구 계산동 땅집과 대신동 진갈비(255-3740·200g 1만5천원)란 양대 스타를 배출합니다. 국밥에서 불고기와 소갈비 로스구이로 넘어왔다는 건 형편이 나아졌다는 말이죠.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대구의 섬유경기와 서문시장 파워는 서울 동대문 남대문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60년대 섬유공장 사장은 참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회식 메뉴로 불고기가 선호됐고 점차 입이 고급화 되면서 양념갈비를 찾게 됩니다. 80년대초 대구시 서구 한국가든은 '주물럭 등심 시대'를 열었고 90년대초 구미 금오산맥 전통을 갖고 온 김옥순씨가 수성구 만촌동에서 비원(중동점, 742-3355·갈비살 110g 2만5천원)을 열고 '갈비살 붐'을 일으킵니다. 김 사장은 95년 비원을 서울서 온 조카에게 주고 자신은 99년 9월 수성구 안압정(743-3369·100g 2만9천원) 시대를 열죠.

이들 이전에 북구 고성동 대창가든(356-2800), 수성구 신성가든, 섬유회관 옆 국일 생갈비(254-5115·생갈비살 200g 1만9천원) 등이 70년대초 숯불갈비 1세대로 유명하죠. 이밖에 앞산가든, 가야동산, 제주가든 등은 중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현재 줄 설 정도로 손님이 붐비는 데를 정리해봅니다.

들안길 서민숯불갈비 옆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후식으로 나오는 된장국으로 유명한 소백축산(764-8567·갈비살 280g4만5천원 ), 경산시 자인면 남산식육식당(853-5124·꽃등심과 갈비살 섞어 150g 1만4천원), 경산시 남천면 대명1리로 이사간 대천 황우촌(811-0500·갈비살 130g 1만3천원), 10년전 북구 서변동 쥬라기랜드 어린이집 옆에 문을 연 고향 왕소금구이(951-1626·갈비살 130g 1만7천원), 조야동 버스종점 옆에 있는 동네 한우석쇠숯불(943-3882),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옆 식당촌에 있는 참한우 소갈비집(632-4936), 달서구 월성동 석정가든(642-9233·갈비살 본살 120g 2만원)


☞[이메뉴]…갈비살 전문 '곰내미'

"제돈 냈다면 제대로 된 한우 먹어야죠 소는 친동생, 식재료는 장모가 줍니다"


골발도를 든 한 사내가 석고처럼 보이는 통갈비 앞에 선다.

그는 약 40분쯤 샌드백 치듯 엉켜 싸운다. 일단 갈비를 둘러싼 세 무더기 기름층을 걷어내야 한다. 일반인은 칼을 줘도 못 발라낸다. 기름과 살점의 경계를 잘 파고들지 못해 고기를 다 버리게 된다.

건장한 소 한 마리에서 30~40㎏ 통갈비 두 짝이 나온다. 한 짝 당 평균 3만~5만원의 공임료를 줘야 한다. 통갈비에서 살점 부위에 도착하려면 3㎝ 이상 두께의 기름층을 지나야 한다. 갈비는 모두 13개. 갈비와 갈비 사이에서 길이 30~40㎝ 폭 5㎝ 남짓한 갈비살을 선별해 내는 즉시 육즙 증발을 막기 위해 랩으로 둘러씌운다.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4동 귀빈예식장 바로 동편 이면 도로상에 문을 연 한우 갈비살 전문점 곰내미 조리부장 이규창씨(32). 기자의 제안에 따라 즉석에서 장인의 솜씨로 갈비살을 생선 살점 발라내듯 능수능란하게 선별했다. 올해 13년째 갈비 해체업무를 하고 있다.

갈비살도 본 부위와 주변부위가 있다. 본 부위는 채 1㎏도 안되는 안창살. 가장자리에 지방이 전혀 붙어 있지 않고 마블링이 참 좋다. 참숯불에 살짝 익혀 입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금세 사라진다. 꾼들은 의외로 이런 부위를 꺼려 기름이 많이 붙은 가장자리 고기를 선호한다. 하여튼 40㎏ 통갈비에서 기름을 제거하면 석쇠에 오르는 건 고작 10㎏ 안팎. 도축장에서 나올 때 가장 좋은 갈비는 요즘 ㎏ 당 2만원에 팔린다.

그리 역사가 오래된 집은 아니다. 지난 해 3월 열었다. 단지 사장 김종문씨의 갈비살 애정이 워낙 남달라 취재를 했다.

무기는 단 하나. 오직 등급 좋은 갈비살을 공급하는 것. 재료 공급 여건이 퍽 좋다. 김 사장의 동생이 고향 경남 창녕군 우포에서 한우농장을 꾸려간다. 거기엔 약 400두가 있다.

체력을 위해 오전에 서둘러 영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하체 힘이 좋아야 고기를 잘 썰 수 있고 그래야 맛있단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오전에는 운동 등으로 체력을 보강한다. 석쇠도 직접 씻는다. 펄펄 끓는 물에 소독한 다음 철수세미질을 한다. 김천에 사는 장모도 곁반찬 지원을 한다. 된장과 고추를 보내주고 김치도 직접 담근다. 특히 물김치가 맛있다. 첨가제를 넣지 않아 단맛이 없고 시큼깔끔하다.

김 사장이 통갈비 원가를 공개한다. 이날 선별한 통갈비의 경우 74만원. 약 90인분이 나오는 데 팔면 약 135만원. 인건비, 공임, 곁반찬, 세금 등을 제하면 이윤폭이 그렇게 좋지 않다. 참숯(16㎏ 2만3천원)을 사용하고 갈비살은 120g 1만5천원. 1·3째 일요일 휴무. 영업은 오후 3시~ 다음날 오전 2시. (053)753-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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