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푸드] 와인야담(5) "한국판 와인 테이스팅 기준 마련 절실하다"

  • 입력 2008-05-23   |  발행일 2008-05-23 제38면   |  수정 2008-05-23
향토 와인엑스포 추진 간담회 지상중계
[와인&푸드] 와인야담(5)

◇…향토 와인 엑스포를 열자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와인 엑스포의 여명이 돋습니다.

경향신문이 서울 힐튼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주최했는데 이때부터 와인 유통업자, 소비자, 외국 와이너리 등이 한 자리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1998년부터 프랑스 보르도가 아시아 와인시장을 겨냥해 론칭한 홍콩 와인 엑스포만큼의 권위는 없습니다. 그동안 서울에서 열린 엑스포는 수입산 와인만 대상으로 열렸습니다. 국내 와인은 거의 참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재 영천은 복분자 와인의 신 지평을 연 전북 고창과 함께 국내 와인산업의 메카로 우뚝 섰습니다. 관계자들은 고창보다 영천의 내공에 더 주목합니다. 영천은 농림부 지정 와인특구이고 향후 3년간 6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본지는 지난 20일 대구시 수성구 수성아트피아 내 와인레스토랑 '테이블 13'에서 '향토 와인 엑스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언론 주도의 향토와인 엑스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또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한국형 와인 테스트 기준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간담회 지상중계

▷최종욱 교수(경북대 식품공학과)= 엑스포는 찬성한다. 언론은 수입산 와인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 와인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줘야 한다. 관에서는 엑스포와 와인 산업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해야 된다. 단순히 포도만 파는 것보다 와인을 만들어 팔면 농민이 더 잘 살 수 있다. 엑스포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소모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와인산업의 기초 구축을 위한 축제로 이해해라. 와인 특수를 조성하기 위해선 일정 단계에 오르기 전까지는 힘을 모아야 수입산 와인에 경쟁할 수도 있고 행사도 성공적으로 갈 수 있다.


▷정재식 소장(영천 농업기술센터 소장)= 우린 와인 문화는 일천하다. 맛 측정을 위한 한국형 기준도 없다. 빨리 기준을 마련하자. 또 엑스포를 단순히 와인을 위한 이벤트 형식으로 보지마라. 와인산업 활성화 일환으로 봐라. 영천은 지난해 와인 선포식을 했다. 자랑 같지만 전국에서 영천만큼 잠재력이 풍부한 곳도 없다. 영천은 전국 최고 포도생산지고, 다양한 과일이 열려 와인 다각화에도 유리하다. 오는 10월5~6일 영천 한약축제 때 와인 붐을 위한 콘테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행사가 와인 엑스포, 국제 행사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에서 많이 도와달라.


▷하형태 대표(영천 (주)한국와인)= 지원은 필요한 자에게 적절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토종 와인이 국제화될 수 있게 조직적으로 장기 구도를 갖고 밀어줘라. 지원만큼 구조적 애정을 가져야 된다. 형식적 지원은 금물이다. 농림부가 과일 생산자 위주에서 식품산업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와인 시장이 거의 1조원 이상규모다. 하지만 국내산이 거의 40%. 중국도 와인 산업이 커져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맹목적으로 수입 와인과 대결할 게 아니라 우리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가져야 한다. 판소리같이 한국밖에 없는 고유의 와인, 그게 바로 국제적 경쟁력이다.


▷한임석 대표(의성 (주)애플리즈)= 술이란 기반 다지기가 어렵지만 다지고 나면 자자손손 먹고 살 게 나온다. 사과와인 개발, 너무 힘들었다. 난 포도보다 사과가 경북을 대표하는 과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2년간 사업하면서 수없이 망하고 일어났다. 과일 재배에서 와인 제조·마케팅까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혼자 기술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진작 이런 간담회를 알았다면 덜 고생하고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의성에서조차도 관심이 부족하다. 언론이 향토 와인이 자생할 수 있도록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외국에서 우리 와인 호평하는 것은 그냥 인사치레로 보면 된다.


▷여태룡 회장(세계주류)= 와인은 만들기도 파는 것도 어렵다. 향토 와인 개발자의 고충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94년 내가 대구에서 처음 '수입 와인상'을 차렸을 때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라. 이번 간담회를 통해 지역 향토 와인이 명품으로 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수입 와인과 경쟁하려면 우리 와인 인지도를 높여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대규모 엑스포가 절실하다. 향토와인 관계자들이 한 가지 유념해야 될 게 있다. 와인 판로 개척을 위해 너무 애향·애국심에 호소하지 마라. 동창회 석상에서 우리 와인을 맛있다고 칭찬하는 것과 실제 구매는 별개의 문제다.


▷채장희 국장(경북 농업기술원 기술지도국)= 유럽의 와인 양조술은 100년 이상 축적돼 있다. 향토 와인이 그들과 힘을 겨루기 위해선 그들을 무조건 따라가선 안된다. 나도 청도 감와인 개발 과정에 간여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기반을 다졌지만 2004년 개발 당시만 해도 와인 마니아들은 감그린을 단순한 과실주로 이해하려고 해서 홍보하는 데 참 애를 먹었다. 향토 와인도 이종 브랜드가 뭉쳐야 한다. 향후 행사를 경북에서 할 건지 대구에서 할 건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된다.


▷엄기헌 과장(경북도 농산물 유통과)=오늘 간담회는 매우 유익하다. 영천, 청도, 의성, 김천, 문경, 봉화 등이 와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만큼 경북도로서도 이들 브랜드 간에 시너지 효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23~25일 대구 동성로 축제장에 경북 와인 홍보를 하는 부스 7개를 만들 계획이니 많이 동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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