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푸드] 와인야담(8)-향토와인 순례 '문경 오미자 와인'

  • 입력 2008-06-27   |  발행일 2008-06-27 제38면   |  수정 2008-06-27
문경 공무원은 컬러링에도 오미자 로고송
[와인&푸드] 와인야담(8)-향토와인 순례

# 오미자 전국 최고 생산지 문경

한때 탄광 도시였다가 KBS대하사극 '왕건'으로 인해 세트장이 있던 문경새재가 주 관광상품이 됐던 문경.

그런데 요즘은 오미자가 문경을 먹여살리는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2006년 6월에는 동로면 생달리가 '오미자 산업특구'로 선정됩니다.

오미자(五味子)?

다섯 가지 맛이 감돕니다. 껍질은 시고, 과육은 달고, 씨는 맵고 쓰고, 전체는 짠맛이 돕니다. 그런 열매도 별로 없죠. 그래서 오미자란 이름을 받게 된 겁니다. 감초 못지않는 한약재로 중국에서 더 탐을 냈습니다. 수확기는 9~10월. 평지보다 해발 300~700m 산지에 자생지가 널려 있습니다. 원래 전북 장수가 한국 오미자 메카였는데 이젠 문경 동로면(생달리)에 메카 자리를 뺏깁니다. 장수의 오미자 관계자들이 문경으로 한 수 배우러 올 정도입니다.

2006년 9월17일 KBS 요리 프로그램인 비타민이 오미자의 생리활성 성분 및 효능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예로부터 영약으로, 피를 맑게 하고 식은 땀을 줄이며 갈증 해소 효능이 있고, 주독을 풀어주며, 남녀 모두의 정력을 보강해 준다'고 적었죠.

요즘은 수요가 일어 야생 오미자로는 부족합니다.

한 여름 오미자 차 한 잔, 붉은 빛도 빛이거니와 그걸 올릴 줄 알면 운치있는 한식 요리가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김천이 자두 갖고 온갖 상품을 만들 듯 문경도 오미자 퓨전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야생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재배용 오미자가 대세를 이룹니다. 문경 오미자는 이미 조선 때 특산물로 유명했고 1993년 야생 오미자 이식재배시험이 이뤄집니다.

오미자 붐은 농민보다 문경 공무원이 한발 앞서 생각해 낸 겁니다. 전국에선 처음으로 문경농업기술센터 안에 오미자계가 생길 정도로 공무원들이 열정적이었습니다. 요즘 문경농업기술센터 이우식 계장은 오미자에 미쳐있습니다. 2년전부터 향토가수 윤석구를 불러 휴대폰 컬러링용 '오미자 로고송'까지 만들었습니다.

도예산업 외에는 특산물이 없고, 비탈진 산지가 많아 유휴지는 많았습니다. 문경시는 96년 시범단지를 만들어 오미자를 키워보았죠. 고산지라야 잘 자라는 특성이 기후와 지형과 들어맞았고 수익률도 고추의 2배, 벼의 3배, 내친김에 오미자 축제도 열였습니다. 오미자 재배 면적은 지난해 말 현재 382ha로 전국의 45%(연생산량 1천300여t)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 7월~내년 6월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동로면 일원에 연구실 및 부속건물(연면적 1천500㎡)과 시험재배장 등을 갖춘 5만㎡ 규모의 오미자연구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와인 전문가 영남대 이종기 교수를 초빙, 조만간 오미자 와인 연구소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요즘 매주 토요일 오미자 재배농민들을 대상으로 오미자 와인 원천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새재오미자순대타운과 부성갈비는 오미자 전문 식당이 됐고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전문식당이 10여개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여기선 간수 구실을 하는 오미자를 이용한 오미자 두부를 만듭니다. 또 오미자 김치와 오미자 돼지수육도 개발완료됐습니다.


#오미자 와인 선두주자 (주)생달주조 주병식 대표

"한약재인 오미자, 과실주로 변신시켜 내년부터 본격 오미자·머루 와인 출시"


동로면 생달리가 고향인 주병식씨(36). 현재 (주)생달주조(017-522-8447)의 대표이자 오미자 와인 개발의 선두주자입니다.

오미자와 만난 것은 8년전. 맛이 워낙 강해 이걸 갖고 술을 만들면 돈이 될 것 같았습니다. 쌀로 빚은 술을 갖고 오미자 침출액을 가미, 술을 만들었는데 맛은 별로였습니다. 연구를 계속하니 발효를 해야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당 30만원짜리 고급 프랑스산 효모를 수입했습니다. 효모는 좋은 술을 만드는 데 없어선 안될 가장 핵심 촉매입니다. 그래서 양조 전문가들은 자기 효모가 뭔지 절대 가르쳐주지를 않습니다. 물론 효모를 어떤 걸 사용하느냐에 따라 술의 질도 천양지차. 평균 당도는 11 브릭스. 고급 와인이 되기 위해선 백설탕 등으로 당도를 더 높여야만 합니다. 가당(加糖) 절차는 국내는 물론 정통 와인 산지인 프랑스도 거칩니다.

주씨는 오미자 와인 개발 과정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모든 과일은 음료용으로는 맛있다는 것, 물과는 궁합이 맞는데 비해 술로 만들때는 과일 고유의 맛을 살리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입니다.

생달주조는 8년전 오미자 약수 시대를 열었고, 반응이 별로라서 다시 지난해 오미자 과일주 시대를 엽니다. 브랜드 명은 '오감만족'입니다. 그런데 약주에서 과실주로 넘어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현행 주세법상 오미자는 한약재로 분류돼 있어 과실주로 만들 수 없었습니다. 주씨는 고민고민하던 중 '말리지 않은 오미자는 한약재가 아니고 과일이다'는 논리로 농림수산식품부와 국세청의 주조허가를 받아냅니다.

오미자가 들어오면 바로 씨를 빼고 6천ℓ용량의 발효조에 10여차례 공수된 오미자를 투입합니다. 보름쯤 1차 발효해서 병입하면 일반 과실주로 출시됩니다. 여기서 와인으로 가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숙성기를 거쳐야 됩니다. 발효후 걸러낸 맑은 오미자 액을 영상 1℃에 보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합니다.

이제부터 과일주 시대에서 와인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 데 걸림돌은 오미자 와인이 그렇게 당도가 높지 않다는 것. 내년 중으로 알코올 13~14도 오미자 와인과 비가림 기법 때문에 18브릭스의 고당도를 유지하고 있는 머루로 주조한 머루와인도 함께 내놓을 방침입니다.

[와인&푸드] 와인야담(8)-향토와인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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