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 푸드] 와인야담(10) 향토와인순례 영천 한국와인 '뱅꼬레'

  • 입력 2008-08-08   |  발행일 2008-08-08 제38면   |  수정 2008-08-08
"영천에 오시면 수입와인은 잠시 꺼두세요"
영천은 전국 최대 포도 산지…와인 특구로 지정
국내 첫 와인격인 마주앙 기술 배어있는 뱅꼬레
당도 높은 머루포도로 만든 아이스와인도 호평
[와인 & 푸드] 와인야담(10) 향토와인순례 영천 한국와인
(주)한국와인 하형태 대표가 공장 옥상에서 뱅꼬레 와인을 마시며 우아한 포즈를 취했다.

국내 공장들, 색감이 영 엉성합니다.

특히 공장의 한 언저리에 분홍~선홍빛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에도 무척 인색합니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국내 토종 레드와인 중에서 수입와인에 대적할만한 것으로 호평 받는 레드와인 뱅꼬레(VIN COREE). 그 와이너리가 있는 영천시 금호읍 한국와인 포도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19일 뱅꼬레가 출시되고나자마자 전국 와인 마니아들이 술렁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정말 우리 기술로 만든 토종와인 맞아?"

맞습니다.

◇…전국 최대의 포도산지인 영천

영천시는 와인 메카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영천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선정 와인특구로 지정됐습니다. 적잖은 와이너리가 생겨날 겁니다. 잘 추진되면 영천은 영동과 함께 그 고장 전체가 와인투어 상품으로 팔릴 수 있을 겁니다. 영천은 전국에서 가장 비가 적게 내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영천이 탄약고 적지로 적극 활용되고 있죠. 재배 면적도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전체면적 2천284㏊ 중 캠벨은 1천124㏊, MBA는 685㏊입니다.

뱅꼬레를 만든 하형태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영천 금호읍 원기리로 갔습니다.

금호읍 벌판 전체가 거대한 포도밭으로 변해있습니다. 유럽에 뒤지지 않는 와이너리가 될 수 있는 바탕은 갖고 있는데 주변에 무질서하게 산재해 있는 우중충한 민가와 공장이 풍경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와이너리로 만들려면 그리스의 대표적 휴양지 산토리니 섬처럼 시설물의 주조색을 조례로 제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가령, 와이너리 반경 1㎞ 내에서는 흰색과 주홍색만 사용하도록 하자는 거죠. 진입하는 농로도 콘크리트길로 방치하지말고 와인 색으로 칠하면 와이너리가 더욱 멋져 보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관계자의 의식은 와인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습니다.

멀리서 바라다보이는 공장 외벽에 포인트 컬러가 묻어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보라와 레드로 외벽 일부분을 돌아가며 칠해놓았습니다. 2층 테라스엔 빨강 비치 파라솔이 액세서리처럼 놓여 있었다. 유럽 와이너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가 와인 공장이란 기분이 나도록 디자인에 각별한 정성을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특히 상표 디자인은 국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품위가 있어 보였습니다. 디자인 통일작업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해결했더군요. 그 덕분에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우수디자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와인 전도사 하형태

하 대표이사는 오늘의 뱅꼬레를 만들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그는 국내 와인 양조 전문가로선 몇 손가락에 꼽힙니다. 적잖은 토종 와인 관계자들이 그에게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경북대 농화학과 출신인 그는 학창 시절 양조학 실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조 전문가의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와인 공장을 꾸려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82년 OB맥주에 입사합니다. 경기도 이천 공장에 머물다가 어느 날 경산 OB 공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때 경산시 진량면 평사리 문천지 옆에 있던 마주앙 공장 양조책임자로 일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현장 와인 제조술을 익힐 수 있게 됐습니다. 이때 마주앙의 주 포도원은 포항시 청하면을 비롯, 밀양과 흥해 등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당시 포도 품종은 캠벨이 아니고 유럽에서 수입한 것이었습니다. 사이벨, 리스닝, MBA 등이었습니다. 그때 동촌에선 애플와인 파라다이스란 사과와인도 생산됐습니다. 마주앙 공장장인 이순주는 직접 독일 가이젠하임대에서 와인 주조술을 배운 유학파였습니다. 초창기엔 코르크 마개도 없었습니다. 80년중반쯤 국내도 코르크 와인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코르크 원산지는 포르투갈인데 프랑스와 독일에서 가공해서 수출한답니다. 쓸만한 건 한 개 400~500원.

87년 해외 주류가 전면 수입 개방이 됩니다.

마주앙이 엄청나게 타격을 받습니다. 당시 마주앙은 국내 와인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주앙은 있지만 국내 미사주만 생산합니다. 마주앙은 결국 와인수입업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94년에는 호주로 6개월간 와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교훈은 우리가 유럽 와인에 너무 쫄 필요가 없다는 것.

2006년 6월15일 현재 자리에서 공장을 설립하기 전 청도의 대표 감와인인 감그린 양조기술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장을 세운 당해 무려 4종의 와인을 출시해 화제가 됐습니다. 뱅꼬레 레드·뱅꼬레 화이트·로제·아이스와인입니다. (054)333-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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