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같고 묵은지 같은 블루치즈 먹어봤나요"

  • 입력 2008-08-29   |  발행일 2008-08-29 제38면   |  수정 2008-08-29

◇…전북 임실은 한국의 치즈 메카

부드러움이 딱딱함으로 진화하는 것에도 절차가 있는 모양입니다.

티베트 고산족들의 주수입원은 산양의 일종인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입니다. 젖을 대나무 통 같은 데 넣어 피스톤처럼 종일 상하로 움직이면 젖의 입자 끼리 충돌하면서 엉김현상을 보입니다. 우유는 열을 만나면 엉겨버리죠.

참, 치즈와 버터의 차이가 궁금하죠. 일단 버터가 치즈보다 더 비싸죠. 치즈는 우유에서 단백질만 걸러내서 발효시킨 것입니다. 치즈는 우유가 가지고 있는 모든 영양소가 농축된 상태로 단백질 외에 칼슘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네요. 버터는 우유에서 지방질만 걸러낸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아메리칸 치즈로 불린 노랑 슬라이스 치즈는 샌드위치 속재료로 정말 인기가 높았죠. 이게 한국 치즈의 첫단추였습니다.

길게는 1천년 이상 역사를 가진 유럽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치즈도 와인처럼 유럽이 종가입니다. 미국 등 신대륙권 치즈는 아직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럽형 치즈는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지만 차 바퀴처럼 생긴 '휠(Wheel) 스타일'이 주종이고 미국형은 주사위처럼 생긴 블록형이 강세입니다.

치즈 1인당 연간 소비량을 보면 프랑스가 압도적으로 17㎏, 벨기에·네덜란드·독일·이탈리아 등이 10㎏ 이상, 미국·캐나다 등이 6~7㎏, 일본이 600g, 한국은 이들보타 훨씬 적어 100g에 머물고 있답니다.

한국산 치즈도 있을까요.

이 의문은 '한국에도 와인이 있을까'라는 질문과 대동소이합니다. 물론 한국에도 마주앙이란 국내 첫 정통와인이 1970년대말에 등장했죠. 토종 치즈도 있습니다.

1964년 임실성당 세스디벤스(지정환) 신부가 농촌지역의 가난을 극복하고자 치즈공장을 세웠죠. 현재 전북 임실은 한국 치즈의 메카로 발돋움했습니다. 임실읍 금성리는 '치즈마을'이죠. 이밖에 화성, 중금, 금당 3개 마을 45가구가 운영하는 치즈마을에는 가족단위의 체험 관광객이 붐비면서 매년 5만 명 이상이 찾고 있습니다.


◇…치즈 상식

치즈(Cheese)란 우유에 젖산균과 소의 네번 째 위에서 추출한 레닛 효소의 일종인 응유효소(凝乳酵素)를 넣어 생긴 지방질 덩어리인'커드(Curd)'에서 찌꺼기 수분인 유청(Whey)을 제거한 것이죠.

고대 아라비아에 카나나(Kanana)라는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먼길을 떠나기 위해 염소 젖을 양의 위로 만든 물통 안에 넣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 물주머니안을 보고 그는 매우 놀랍니다. 젖은 졸지에 물과 함께 흰덩어리로 변해있었던 겁니다. 이 덩어리가 바로 치즈의 1차 변신한 표정이죠. 왜 그렇게 됐죠. 바로 양의 위에 붙어 있던 소화 효소인 레닌(Rennin)이 젖을 응고시켜버린 겁니다.

치즈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로마제국시대 때 치즈는 사치품으로 분류됐고 스위스로부터 수입해 먹었습니다.

치즈 분류법은 와인분류법 만큼이나 복잡합니다. 현재 18개 그룹 500여종이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굳기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생치즈로 불리는 프레시 치즈로부터 연성-반경성-경성으로 나뉘어집니다. 수분 함유율을 기준으로 할 때 34% 이하는 초경성, 경성은 39% 이하, 반경성은 50% 이하로 보면 됩니다.

초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역시 브리, 까망베르 등과 같은 소프트 타입입니다. 이건 빵에 발라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죠.

발효를 갓 끝낸 걸 '자연치즈'라 하고 다른 첨가제를 넣어 재가공한 걸 '가공 치즈'라 하죠.

된장처럼 구린내가 나는 치즈를 흔히'블루치즈'라고 합니다.

이걸 좋아하면 치즈 마니아그룹에 들어간 겁니다. 뭐랄까, 흑산도 홍어의 아린 맛에 비견될까요.

블루치즈는 가공할 때 푸른곰팡이를 첨가해 만든 것입니다. 모짜렐라 등과 같은 대중적 치즈와 달리 그 맛이 짭조름하면서 냄새가 무척 역해요. 하지만 레드와인의 떫은 맛에 점차 중독되는 것처럼 블루치즈의 묘한 냄새도 빨리 친해지죠. 블루치즈 계열은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하죠.

치즈용 우유는 젖소에서 많이 추출되지만 염소와 산양 젖으로 만든 고트 치즈도 있습니다. 버팔로 젖으로 만드는 모짜렐라 치즈도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경성보다 연성일수록 기한이 짧습니다. 치즈도 김치처럼 발효식품이지만 유통과정 때는 법적 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생치즈는 1개월 내 소비해야 됩니다. 나머지는 연성과 경성 가릴 것 없이 3개월~1년이 유통기한입니다. 김치 종류도 많죠. 물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등처럼. 치즈도 브리, 에멘탈, 에담, 고다, 블루치즈, 고르곤 졸라, 그라나파다노, 팔미지아노, 레지아노 그룹이 있습니다. 물론 이 계열의 치즈를 만드는 국내공장은 부지기수입니다.


◇…치즈는 어떻게 만드나

응고(凝固)-배수(排水)-성형(成形)-숙성(熟成)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일차적으로 우유에 젖산균 등을 넣어 굳어지게 만듭니다. 다음은 수분을 제거해야 됩니다. 젖산의 산과 열에 의해 응고된 우유를 가늘게 절단하고 100배 이상 수축시키면서 물기를 제거합니다. 수축된 우유를 두부처럼 판에 채워 압착하고 배수시키며 예비발효를 지속시킵니다. 그 다음은 된장·와인처럼 적당한 치즈 저장고에서 1년쯤 숙성기를 거치도록 합니다. 숙성기 젖당은 젖산으로 변해 치즈 내부를 산성화시킵니다. 보관도 잘 해야 됩니다. 정오 3~5℃가 적당하고 0.5℃ 이하에서는 얼어서 조직이 푸석해져버립니다. 가공치즈는 가열살균했기 때문에 생치즈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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