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봄·여름·가을·겨울 제철음식 올가이드

  • 입력 2008-09-12   |  발행일 2008-09-12 제38면   |  수정 2008-09-12
사랑은 시와 때를 안가려도 음식은 가려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봄·여름·가을·겨울 제철음식 올가이드
송이와 함께 가을 식탁의 전령사로 불리는 전어

명절=음식.

그럴겁니다. 먹는데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이 나는 명절. 특히 연중 가장 크고 푸짐한 보름달이 떠오르는 한가위에는 오곡백과·산해진미가 봇물처럼 터져나옵니다. 시설재배와 냉동·진공포장술 덕분에 제철음식도 제철을 넘어 국경은 물론 시공을 초월해 연중 무차별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아열대화로 인해 제철음식 지도도 적잖게 변동되고 있습니다. 남해안 멸치가 북상하는 바람에 동해안으로 남해 멀치꾼들이 이동할 정도입니다.

아직 제철에 나는 식재료의 매력포인트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산지에서 제철 먹거리를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는 전국의 주요 먹거리와 제철식재료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한가위 얘깃거리로 활용하세요.

봄은 도다리와 주꾸미·죽순이 제격

# 春-봄 먹거리

봄 도다리의 유명세는 다 알거다.

초봄 경남 통영과 거제 바닷가는 겨울철 영덕 강구항의 대게처럼 곳곳이 도다리쑥국판이다. 통영에 가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게 있다. 서호시장 뒷골목의 시래기국, 적십자 병원 뒷골목 오미사 꿀빵, 그리고 충무김밥이다. 특이한 통영식 다찌문화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조건 3만원 채우면 각종 회가 안주로 푸짐하게 나온다. 소주 한병 1만원, 맥주는 6천원이다. 미수동 해저터널 가는 길목의 울산다찌 등이 유명하다.

주꾸미를 제대로 접하려면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와 홍원항으로 가라. 이맘때쯤 전남 목포 등 바닷가에선 홍어 내장에 여린 보리싹을 넣은 보릿국을 해먹는다. 남도에선 보릿국으로 봄을 연다고 한다. 도다리 붐이 숙지면 죽순이 식탁을 넘본다. 전남 담양의 웬만한 데는 다 죽순요리를 한다. 그렇지만 대통밥을 널리 알린 송죽정이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죽순 산지는 경남 거제시 하청면. 그런데 여기는 죽순 전문식당이 없다. 백합도 봄의 전령사, 전북 부안이 주산지다. 부안 계화회관 백합죽도 이때 맛봐야 한다. 부안 변산온천산장은 바지락죽을 잘 한다.

매실의 메카는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 청매실 농원이 좌장격이다. 매실농원을 보고난 뒤 광양의 명물 불고기를 먹어야 된다. 여기는 경상도와 달리 미리 소고기를 내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버무린다.

여름엔 은어로 시작해 민어로 정리

# 夏-여름 먹거리

여름의 전령사는 역시 은어.

은어는 섬진강과 경북 울진 왕피천, 강원 삼척 오십천, 양양 남대천 등지서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요즘 대다수 양식이라서 수박 맛은 옛말이다. 구이도 화학조미료를 발라 너무 감치는 게 흠이다. 섬진강 하류 하동군 화개 혜성식당이 자연산으로 유명하다. 영덕은 화림산 가든이 유명하다.

섬진강 재첩을 맛보려면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촌 재첩거리로 가서 강변할매재첩국을 찾아라.

장어하면 전북 고창이다.

선운사 근처 인천강 어귀 풍천장어가 알아주는 데 요즘은 양식이 대세다. 장어는 양식이 자연산 못지않게 맛있다. 선운사 입구에 30여군데가 성업중이다.

여름은 물가자미철이다. 일명 '미주구리'로 불리는 물가자미는 영덕에 가야 제맛을 본다. 토박이들은 회보다 마른 가자미찜을 더 좋아한다. 강구 수협 옆에는 밥식해가 유명하다. 멍게도 제철이다. 거무튀튀한 돌멍게가 자연산이고 양식은 꽃멍게로 불린다. 돌멍게는 5~7월이 제철. 멍게 진미는 경남 거제에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신현읍 고현리 세무서 앞 백만석은 멍게젓으로 만든 비빔밥으로 히트쳤다.

민어도 여름을 수놓는다. 옛 사대부는 민어탕을 일품, 도미탕을 이품, 보신탕을 삼품으로 쳤다. 민어는 목포와 신안 등이 물이 좋다. 특히 목포시 중앙동 영란횟집과 삼화횟집은 전국 최고의 민어전문점. 제대로 전복을 먹으려면 전남 완도로 가라. 완도 대도한정식에선 전복삼합으로 불리는 전사마(전복, 삼겹살, 묵은 김치)를 맛보라. 오징어는 울릉도라지만 퓨전요리는 속초가 메카. 오징어회와 가자미회를 넣은 회국수는 속초 명물이다. 회국수는 속초 중앙초등 옆 속초회국수가 원조. 오징어 순대는 단천·아바이·진양식당이 잘한다. 토마토 요리를 맛보려면 매년 8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문화마을로 가면 된다. 거기서 토마토 축제가 열리기 때문. 여기서 1천인의 스파게티를 맛보라. 경기도 퇴촌면 정지리도 토마토 축제를 연다.

가을은 송이와 전어로 시작 갈치로

# 秋-가을 먹거리

송어타령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가을 초입은 역시 전어가 첫손에 꼽힌다.

2년 지나 15㎝ 될 때 가장 맛있다. 이놈은 동·서·남해에서 다 잡힌다. 메카급은 충남 홍원항, 마량포구. 도매상인들은 남해산 전어, 그중에서 삼천포산에 주목한다. 또한 마산, 광양시 망덕포구, 하동군 진교면 술상마을 등에서도 전어축제를 연다.

참게도 이 철이 제철. 임진강이 참게 1번지. 거의 파주에서 소비된다. 연천군 백학면 밤나무집, 파주시 원조본점, 어부집, 두지리 매운탕집 등이 매운탕을 잘한다.

대하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이 본거지. 여기가 최대 집산지다. 20여곳의 횟집이 모여있다. 20㎝ 넘으면 대하가 된다. 미꾸라지도 한몫 낀다. 전라도식 추어탕의 본가는 남원 광한루 옆 옛 육남식당 자리 천변에 있는 새집이 남원식 추어탕 원조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대구 대구백화점 옆 상주식당. 서울은 무교동 용금옥, 성북구 하월곡동 형제추탕. 강원도식 추어탕 명가는 원주고 앞 원주복추어탕.

송이바람이 숙지면 낙지가 등장한다. 무안은 세발 낙지로 알아준다. 무안 낙지는 10월초순부터 한달간이 딱이다. 무안읍 버스터미널 뒤에 낙지골목이 있다. 패류로 국물내고 거기에 배추 넣고 끓인 연포탕이 이 고장의 명물. 참고로 무안은 창녕과 함께 전국적 양파산지.

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값보다 높다. 제주 은갈치와 목포 먹갈치가 유명한데 종류가 다른 게 아니고 낚시로 잡은 게 은갈치고 그물로 잡은 게 먹갈치며 회는 은갈치로만 뜬다.

겨울에는 복어와 대게, 숭어가 제맛

# 冬-겨울 먹거리

겨울엔 복어만한 게 없다. 봄날 송홧가루 날릴 때는 임진강 황복이 유명하다. 하지만 마니아들은 동절기 참복 지리를 노린다. 한국식 복요리는 부산이 고향. 해운대 금수와 초원 복국이 이름났다. 금수복국이 뚝배기에 넣고 끓이는 버전을 처음 개발한다.

새조개도 겨울에야 제맛이 난다. 충남 홍성군 남당리가 주산지, 겨울부터 4월중순이 적기다. 홍어는 겨울~4월까지 제철. 숭어는 입동 지나 설까지가 맛있다.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가 주산지.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봄·여름·가을·겨울 제철음식 올가이드
10월 갈치는 제주 은갈치와 목포 먹갈치로 나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봄·여름·가을·겨울 제철음식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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