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아저씨' 들안길 금산 삼계탕 김창민 사장의 쓴소리

  • 입력 2008-10-17   |  발행일 2008-10-17 제36면   |  수정 2008-10-17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얼마 전 들안길 금산 삼계탕 사장 김창민씨를 만났습니다.

그가 흥미로운 제안을 하더군요. 자기는 '이렇게 하면 식당 망한다'는 제목의 흥미로운 책을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순간 어떤 느낌이 오더군요. '식당 빨리 망하는 법'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외식업은 리스크 엄청난 벤처산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살얼음판 같은 시장 상황에서 그래도 가장 군침이 당기는 사업 아이템은 단연 식당이더라고요.

금산의 김 사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식당 빨리 망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한 말 중에 무릎을 칠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식당 처음 여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답니다.

"당신 어떤 각오로 음식을 만들 거냐."

그럼 처음에는 다 "부모에게 준다는 맘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이 맞지 않다고 봅니다. 부모에게 준다는 맘은 시간이 갈수록 변질이 될 우려가 많다네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부모를 위하는 맘은 한결 같지 않으니 대신 '자식을 위한다는 맘'으로 음식을 만들어보라고 권하네요.

-건물 신축하면 거의 망한다

망한 집을 분석하면 한꺼번에 손님이 많이 몰려 이를 맹목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증축에 들어갑니다. 주인으로 봐서는 참 신나는 일이고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건물을 신축하는 동안 식당 관리에 이래저래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축되는 걸 보면 상당수 단골이 은근히 질투를 하고 배아파합니다. 조리사는 식당이 이제 상당히 돈을 벌었으니 자신도 몸값을 더 받으려고 대듭니다. 자연 음식 맛도 들쭉날쭉 합니다. 적잖은 부채를 안고 공사를 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대목은 또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축할 때 상당수 사장들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손님 입장에서 인테리어를 하는 게 아니고 주인 자기에게 보기 좋도록 설계를 한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돈 벌었으니 이제 자기도 자기 존재를 격조있게 드러내보겠다는 저의인데 이게 손님 끊어지게 만드는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신축한 집은 거의 5년이 채 되기 전에 백기를 들더군요.

또한 복고지상주의자들에게도 한 마디 해야겠어요. 무조건 어두컴컴하고 토속적이고 허름하면 음식도 괜찮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습니다. 토속적인 메뉴이지만 인테리어는 도시적이고 쿨 버전으로 가면 그게 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저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1998년 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대리석 궁전 같은 삼계탕 집 시대를 열었습니다.

-어쩜, 본메뉴 이상으로 에피타이저가 중요하다

주인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식당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본 메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본질을 벗어난 판단이라고 봅니다. 본 메뉴는 당연히 맛있어야 합니다. 단골들이 그 집 음식 맛이 있다고 얘기하는 건 전체와 디저트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 중 배부른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배가 고파서 식당에 오는 겁니다. 그래서 가능한 빨리 식탁에 음식을 갖다 내놓아야 합니다. 본식이 나오기 전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됩니다. 저는 건물을 신축했을 때 인기 전채 요리였던 닭갈비 볶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불찰이었습니다. 금세 손님이 격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인분석을 잘못하고 계속 삼계탕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레시피 개선에 나섰습니다. 나중에 여론 조사를 한 끝에 그게 아니라 늘 나오던 그 닭갈비가 나오지 않아 손님이 끊어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습니다. 후식 하나라도 정확하고 확실한 걸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놓지 않아야 합니다.

-좋은 차를 타고다니자 마라

국내 고급차는 백보 양보해서 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고급 수입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상당히 배신감을 느낍니다. 식당 주인은 적당하게 머슴스러운 구석이 있어야 하죠. 식당에 갖고 오는 차는 중형차가 딱입니다. 정 좋은 차를 타고 다니려고 하면 휴가철이나 명절 때만 사용하시죠.

-유행하는 요리에 연연해하지 마라

대구의 경우 그래도 국수, 백반, 갈비, 냉면, 횟집, 구이집 같은 메뉴가 유행과 관계없이 손님을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너무 퓨전적이고 실험적인 건 대구에선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메뉴를 다루는 식당에는 사람들이 폭증합니다. 소문맛 때문에 사람으로 흘러넘칩니다. 하지만 이게 불과 1~2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작전그룹이 전국 식당가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치고 빠지기 작전을 구사합니다. 그런데 현혹되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죠.

-요리도 모르고 주방장 믿고 식당 열면 망한다

돈만 갖고 식당업에 뛰어드는 자들이 급증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기존 사업의 경험을 갖고 식당경영을 자신합니다. 다른 업종은 그래도 될 지 모르지만 식당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리를 모르고 주방장만 믿으면 그 주방장이 자기 가족이 아닌 이상 십중팔구 배신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특히 주방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요리 노하우를 주인에게 거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만약 봉급 인상건 등을 갖고 시비가 붙어 주방장이 갑자기 식당을 그만 둘 경우 식당이 패닉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주방장보다 요리에 대해 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주방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요리의 '요'자는 알고나서 식당업에 뛰어드세요 제발.

-최고품 재료가 오히려 싸게 먹힌다

음식 맛은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죠. 재료가 신선하지 못하면 그걸 가리기 위해 동원하는 게 바로 양념과 소스입니다. 명품 식당에서는 재료의 원맛을 그대로 살립니다. 마치 좋은 한우는 생고기로 먹거나 로스구이로 먹지 양념 잔뜩 집어넣어 불고기 스타일로 해먹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흔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식재료를 하등급으로 갖고 오는 이들이 적잖은데 이건 결국 식당이 망하는 첩경입니다. 재료는 좀 부담이 되어도 국내산 최고품으로 가져오세요. 이게 오히려 싼 것입니다. 또 한곳에서 모든 식재료를 다 갖고 오지 마세요. 여러 곳에서 분산해 갖고 오세요.

-식당 주인이 되는 순간부터 사생활은 없다고 생각하라.

식당 주인이 한숨 돌리고 자기 생활 찾는 순간부터 망조가 들게 됩니다. 이렇게 다짐하세요. 한 10년간은 죽도록 일한다. 예상한 돈만큼 벌고 난 뒤부터 자기 생활을 찾으세요. 그때도 늦지 않습니다. 식당을 할 경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고 하지 마세요. 자기가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을 중심으로 식당 메뉴를 개발하면 더 성공적이라고 믿습니다. 다시한번 강조하건데 너무 유행하는 메뉴에 연연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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