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최고 유해성분은 '건강염려증'…채식이 무조건 좋은 것 아니다

  • 입력 2008-10-31   |  발행일 2008-10-31 제43면   |  수정 2008-10-31
과일속 과당이 고지혈증 원인이 될수도
유기농이 무조건 무해하다고 확신말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최고 유해성분은

◇…먹거리, 안전지대는 없다

먹거리 걱정보다 더 큰 걱정이 있습니다.

'이것은 건강에 나쁘다'는 건강염려증입니다. '건강과신증'보다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식약청에는 유해관리과(지방에는 식품안전관리과)가 있습니다. 이들은 연 5만가지 정도의 먹거리를 샘플링 검사합니다. 현재 수입되는 축·수산물은 농림수산식품부, 농산물은 식약청, 국내 유통 농·축·수산물은 출하 전단계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유통단계에서는 식약청에서 검사합니다. 하지만 국내 유통되는 모든 식재료에 함유된 유해성분은 전수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기자는 유해물질과 건강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몇가지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A라는 유해물질이 있다고 칩시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안 등에 의해 유해성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입니다. 어느 정도 나쁜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현대 식품의학술 갖고는 그게 얼마만큼 인체에 악영향을 주고, 몇년이 지나야 심각한 후유증이 유발되는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전문가는 "식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양은 치명적이지 않는데 소비자들은 늘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들은 '만일의 하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게 유리하다고 믿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국내산 먹거리가 치명상을 줄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를 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유해성분보다 오히려 교통사고·자살·각종 사고·운동부족·스트레스·폭음·폭연일 겁니다. 자신의 일그러진 생활습관이 암과 유해물질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는데 그런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나쁜 것도 개인의 면역력 정도에 따라 그 악영향 정도가 천차만별일 겁니다. 특정 유해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완전하게 밝히려면 특정인을 대상으로 죽을 때까지 임상실험을 해야 될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포함된 영양소와 유해성분이 혈관안으로 들어가 플러스·마이너스 커브를 그리면서 건강을 놓고 치고받고 맹렬하게 싸울 겁니다. 중간에 흡수되는 각종 보약과 약물 등도 가세합니다. 그 싸움 결과 몸이 건강해졌는지 아닌 지를 과학자들이 어떻게 분석할 수 있겠습니까? 전국민이 다 식품의학자가 되어도 불가능할 겁니다.

◇…몸에 무조건 좋은 음식도 없다

한국인만큼 식품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국민도 드물 것입니다.

우리는 과일과 채소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지지합니다. 육류하면 당장 콜레스테롤을 연상시키며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게 잘못된 상식이라고 합니다.

고기가 곧바로 비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데 이는 과체중 적신호가 울린 미국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육류속 대다수 포화지방의 90% 이상이 콜레스테롤과 관련이 없는 스테아르산, 팔미트산, 라우르산입니다. 채소 편식도 문제입니다. 육류를 너무 섭취하지 않으면 단백질, 비타민 B12, 비타민 D, 아연, 철분 등이 부족해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일에 포함된 과당은 오히려 포도당보다 혈중 지질을 늘려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정하 교수의 생각입니다.

설탕도 그렇습니다.

우린 백설탕을 악마처럼 여깁니다. 많은 이는 설탕을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설탕이 몸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고작 충치의 원인만 될 뿐이라네요. 미국의학원(IOM)도 2002년 '설탕섭취와 비만과의 관계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설탕의 상한 섭취량을 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한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모임에 나오면 맨먼저 탄 고기를 맛있게 먹습니다. 모두 그를 쳐다보면서 '암'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그는 우리를 이렇게 비웃습니다.

"요즘 우린 너무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있다. 군대 때 유격훈련소에 입소하면 금세 눈빛이 초롱해지는 것처럼 우리 세포도 평소 잘 보지 못한 자극적이고 위험한 성분을 만나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근무에 몰두할 수 있다. 결국 면역체계가 튼튼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쁜 것만 골라 먹는다."

다시 옛 선인들의 이런 말에 밑줄을 긋고 싶습니다.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으면 된다. 일찍 죽고 늦게 죽는 건 사람의 몫이 아니라 하늘의 몫이다.'



◇…유기농만이 능사인가

산성비가 지구를 적시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겐 산문을 개방하지 않는 참선도량 문경 봉암사에도 산성비가 내립니다. 허준의 동의보감 시절과 다른 비와 공기입니다. 자연 약초 성분도 달라졌으니 약효도 달라졌는데 민간의학자들은 동의보감 시절의 약효가 지금도 지속되는 줄 압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토양의 지력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습니다. 농약없는 농사는 이제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비닐하우스 등에서 유기농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제 먹거리와 관련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태아의 세포에도 분명 극미량의 중금속 성분이 섞여 있을 지 모릅니다.

흔히 유기농만이 살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세계적 학자는 유기농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합니다. 제임스 콜먼 미 스탠퍼드대 화학부 명예교수는 "유기농식품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그는 "유기농 식품은 농약을 쓰지 않는 대신 거름에 있는 박테리아에 의해 오염될 수 있다. 또 많은 채소에는 천연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농약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아무도 이런 천연 발암물질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경우 UC버클리의 브루스 에임스 교수를 인용하는데, 에임스 교수는 합성 살충제와 제초제를 쓴 식품에 발암 성분이 있음을 DNA 변이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낸 학자다. 이후 그는 유기농산물에도 암을 유발하는 천연 살충물질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대다수 농학자는 이에 반대 의견을 냅니다.

농민 운동가이자 대구한살림 이사를 맡고 있는 모씨는 "농약 섞인 농산물보다 더 문제는 장거리 운송과 장기 보관을 위해 수십가지 식품첨가제를 넣은 가공식품이 더 큰 문제"라면서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수입된 유기농도 멀리해야 된다고 고집합니다. 농산물을 멀리 운반하기 위해 숱한 유해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늘 저녁 뭘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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