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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와 박람회는 차원이 다르죠
행사와 대회는 차원이 상당히 다릅니다.
행사는 좀 무질서하고 주먹구구적인 구석이 있지만 대회는 질서정연하고 정결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대회는 결코 한두 사람의 입김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박람회의 경우 우주선 발사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 성공하는 '매머드 대회'입니다.
2008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가 어제부터 대구 엑스코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 8회째를 맞았군요. 이제 대구의 틀을 벗어나 국제적 버전으로 간답니다. '축제 인플레이션 시대'속에 열리는 이 박람회는 관계자들이 관심 갖는 것만큼 위상과 인지도가 그렇게 높아지지 않습니다. 국제적 버전으로 격상된다면 반드시 대회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스며들어가야 합니다.
대회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 한 가지가 있습니다.
행사 관계자들이 비록 몸은 피곤해도 맘은 설렘으로 가득해져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이 박람회는 감동과 벅참보다는 행사 구색맞추는 데 관계자들이 진을 빼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만 허리가 휘청거리고 나머지 관계자들은 심하게 말해 뒷짐지고 있습니다. 한해 한해 박람회가 세련되어지고 중심도 잡아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현안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박람회란 말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됩니다. 박람회는 국가적 에너지, 국제적 이슈와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는 그동안 규모와 예산을 봤을 때 여느 시·군 축제 수준이어서 왠지 대회 명칭에 걸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했습니다. 박람회라고 하면 대구시장은 물론 대구시 식당 관계자들이 그 대회의 노하우를 훔쳐보려고 기웃거려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상당수 대구시 공무원들은 그냥 이 대회가 숱한 엑스코 행사 중 한 가지로 바라봅니다. 월드컵·올림픽에 준하는 열정과 집중은 아니라도 국제관광박람회라고 하면 명실상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야 합니다.
◇…시·군 축제 예산보다 더 적은 대구음식박람회
평소 이 박람회에 자문·심사위원으로 자주 참석해본 저로서는 박람회의 앞날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관람객 숫자가 늘어나는 대목이 대마는 아닐 것 같습니다.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자가 얼마나 이 대회에 관심을 갖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심지어 이 대회는 서울의 유수 일간지에도 비중없게 다룹니다.
대구음식박람회 목표는 대구음식의 국내외적 위상 제고입니다. 예산을 집행하는 대구시로선 신문과 방송에 크게 어필되고 실제 관람객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고 바랄 겁니다. 그런데 맘대로 굴러가지 않죠. 갈수록 이 대회가 식당 주인, 시민, 외국인 등과 유리된 채'행사용 행사'로 전락하는 징후가 농후합니다.
예산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구시 예산이 3억3천만원이고 서울은 10억원입니다. 3억3천만원이라면 유명가수 무대설치 비용에도 못미칩니다. 갈수록 관람객의 수준은 높아가고 참여업체나 참가자들의 지원금 요구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3억3천 중 엑스코 임차료만 5천만원이나 됩니다. 결국 행사는 2억8천만원 갖고 해야됩니다. 유사행사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니 괜찮은 조리사, 명사 등을 데리고 오기도 어렵고 고품격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박람회가 매년 열리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제대로 된 박람회를 하려면 최소 격년제(비엔날레)로 가고 예산도 최소 10억원은 넘게 잡아야 합니다. 현재 담당부서가 대구시 보건위생과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새로운 상설재단을 설립하고, 연중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의 박람회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됩니다. 해외로 출장도 가고, 대구의 숨은 식객과 대장금도 찾고, 경북의 풍부한 반가·종가음식 노하우도 수렴해야 됩니다.
◇…대구음식박람회 추진할 상설 재단기구 만들어라
박람회를 얕잡아보지 마세요.
대구시의 일개 과에서 추진할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구시장이 총대를 메야 합니다. 그리고 대구음식박람회 추진위원회가 상설되어야 합니다. 그해 대회 노하우도 차곡차곡 추진위 주도하에 관리되고 업데이트해야 됩니다. 그래야 행사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대회가 격조를 갖게 되고 국제적 위상과 명성을 갖게 됩니다. 대회가 끝난후 다음 대회가 열리기 수개월 전까지 개점휴업상태가 지속되면 횟수가 늘어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매년 첫회 대회로 전락하고 맙니다. 다행히 사무국에서 2011년 목표로 국제전시연맹 인증을 받으려고 합니다. 국제연맹이 되면 반드시 참가자의 20% 이상이 해외업체여야 하고 전체 관람객의 4% 이상이 외국인이어야 합니다.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음식과 무관한 한 서울 시민이 주말 다른 일을 접고 순전히 이 대회를 위해 대구로 올 확률은? 저는 거의 제로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도 함평 나비축제, 부산 영화축제, 춘천 마임축제 등은 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 겁니다. 행사의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제3자들은 잦은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그런 행사에 익숙해진 탓입니다.
홍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브랜드 파워가 생깁니다. 대구음식축제는 그런 변수까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행사 진행하는 데 진을 다 뺐던 겁니다.
특히 식당 관계자들도 자꾸 방관을 합니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이 대회의 권위에 대해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바닥권 음식 경기에선 식당 문 닫고 대회장에 갈 식당 주인, 거의 없을 겁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박람회가 아닌 것 같고 그냥 축제장·직거래 장터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설령 대회에 참가를 해도 지원금도 별로 없고 도움도 별로라는 평가입니다. 또한 지역 조리사들은 자신들이 행사를 주도하지 못한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들의 모임인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회장 문재신)와 조리사들의 모임인 대구조리사협회(회장 김태근)가 한 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조리사들이 빠져나와 대회장에 오려고 해도 주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요리경연대회에 출전해서 대상을 받아도 받는 그날 뿐입니다. 대상을 받은 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그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많은 특전과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솔직히 언감생심입니다.
차라리 요즘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로 임명된 세계최고의 호텔 두바이 버즈 알 아랍 총주방장 권영민씨를 설득, 대회장으로 밀고,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맵고 자극적인 '대구식 스테이크'를 들고 UN과 미국·프랑스·이탈리아 외교가들을 경악케하는 게 더 빨리 대구음식을 띄우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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