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1] 古조리 마케팅 이야기

  • 입력 2009-03-13   |  발행일 2009-03-13 제43면   |  수정 2009-03-13
안동·영양 '전통음식 1번지'로 발돋움
탁청정 김유가 지은 '수운잡방'.
안동은 수운잡방 연구회 통해 양반밥상 마케팅
영양은 음식디미방 보존회가 디미방 요리 알려
두 단체가 경상도 음식 세계화 첨병 역할할 때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1] 古조리 마케팅 이야기
한글로 된 최초의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안동과 영양, 고조리 마케팅에 올인

요즘 전국 유명 전통요리 연구가들이 안동시와 영양군으로부터 러브콜을 자주 받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안동의 전통요리 홍보 포인트는 안동이 '한국 종가 1번지'이자 '한국 반가음식 1번지'란 것.

안동은 그럴 자격이 있죠.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서애 유성룡 등 200개 이상의 쟁쟁한 종택이 산재해 있고, 불천위 제사도 무려 46위나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 최고의 고조리서로 분류되는 군자마을 탁청정(濯淸亭) 김유(金綏·1481∼1552)의 '수운잡방(需雲雜方)', 경상도 반가 전통주 연구의 결정적 자료가 되는 '온주법'이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 청계공 종택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 최고의 식경으로 불리는 음식디미방의 저자 정부인 안동장씨 역시 영양으로 시집가기 전 서후면 금계리 경당종가에서 성장했습니다.

영양도 안동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영양군은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을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여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디미방 저자 안동장씨 부인이 재령이씨 문중으로 시집와(남편 석계 이시명) 한국 최초의 조리서를 남긴 사실과 한국 최고의 소설가 이문열이 이 마을에 광산문학연구소를 연 것도 자랑합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음식디미방 관련 음식도 재현하고 전수관도 만들어 관광객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안동은 수운잡방, 영양은 음식디미방을 갖고 먹고 살길을 찾고 있는 겁니다. 두 곳 모두 음식재현 관련 모임까지 만들었습니다. 예전 호남이 '한국 음식 1번지'라고 하는 걸 묵과하다가 참신하게 반격을 시작했네요.


◇…안동의 음식 마케팅 전략은

안동은 한국전통음식사 연구에 참 중요한 고장입니다. 일단 1400년대 중반 궁중 의사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리서인 수운잡방을 잉태했습니다.

수운잡방, 참 귀한 조리서죠.

300년간 문중 서고에 잠자고 있던 이 책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사람은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윤숙경 명예교수입니다. 당초 수운잡방은 광산김씨 예안파 저자 김유의 셋째 아들 설월당 김부륜(金富倫)의 15세 종손 김영탁씨가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6·25전쟁 때 문중의 가보가 멸실될 것을 염려해 마루 밑에 땅을 파 깊게 파묻어뒀죠. 86년 10월 마침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안동 지역 전적문화재 조사 때 동행한 저자의 방손인 김경태씨가 이 책을 윤 교수에게 처음 보여준 것입니다. 후손들은 이 책이 한국 전통요리의 중요한 연구 자료라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윤 교수는 98년 수운잡방에 대한 해석본을 신광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그 이후 수운잡방은 다양한 형태로 연구됩니다.

2006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 만찬 음식을 만든 주인공)이 전통음식 48가지, 전통주 42가지 등 121가지 음식 중 90가지 음식을 현대감각에 맞게 재현해 사진과 함께 실어 도서출판 질시루에서 출간했습니다. 지난해 2월엔 용역을 받은 대구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박금순 교수도 안동의 전통음식 중 개발 가능한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1월19일에는 안동시 주도로 수운잡방 연구회(회장 김종성)가 발족됩니다. 안동시는 수운잡방의 본향지로서 안동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복원 작업을 수행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복원에 참여할 대상자 신청을 받아 연구회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음식 지도자 양성과 전통음식업소 및 고택체험 가정에 수운잡방 메뉴를 보급하며 관광 자원화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동시에는 독특한 담당과가 있습니다. 2007년 7월 전국에서는 드물게 '전통음식담당'이 생깁니다. 늘 동분서주한 이성옥 계장은 요즘 안동밥상, 안동의 반가·종가음식, 수운잡방 재현요리 상품화, 안동 음식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안동음식종합타운사업도 발진중입니다. 물론 정부 예산을 마련중입니다.


◇…수운잡방은 어떤 책인가

일단 여성이 아니고 사대부가의 남성이 지은 요리서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수운'이란 단어는 '역경(易經)'의 한 구절에서 인용된 겁니다. '구름 위 하늘나라에서는 먹고 마시게 하며, 잔치와 풍류로 군자를 대접한다'는 구절인데 '격조있는 음식'을 뜻합니다. 제1~86항까지는 행서체로 1부, 그 뒤는 초서체로 2부를 장식했는데 윤숙경 교수는 1부만 김유의 작품으로 봤습니다. 전체 음식은 121품으로, 역시 양반가답게 음식보다 가양 전통주 빚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주류는 60품, 장류는 10여품, 김치는 15품, 식초류 6품, 채소 저장법 2품, 이밖에 15개 항목에 걸쳐 엿 만들기 등 기타 조리법이 소개돼 있습니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1] 古조리 마케팅 이야기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1] 古조리 마케팅 이야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