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도 브런치 시대

  • 입력 2009-10-02   |  발행일 2009-10-02 제43면   |  수정 2009-10-02
"저희집에선 샌드위치가 '해장빵' 으로 불려요"
원주민 강사들 도움받아 메뉴개발
소시지는 돼지고기로 직접 만들고
미국식 브런치 메뉴 22가지 준비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도 브런치 시대

◇…대구의 브런치 문화 엿보기

브런치(Brunch).

아침과 점심의 합성어이죠. 2000년대초 미국의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가 브런치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4명의 주인공은 주말이면 뉴욕 도심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먹습니다. 이걸 보고 한국의 젊은층이 열광합니다. 바로 서울의 홍대 앞, 강남 압구정동에 브런치 레스토랑이 생겨납니다. 2005년 주5일제 근무와 함께 브런치는 새로운 외식문화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합니다. 브런치 레스토랑에는 메이플 시럽 올린 와플과 팬케이크, 핫도그와 소시지, 베이컨, 주스, 커피, 우유, 과일, 채소, 감자 등이 주메뉴입니다. 지난 달 6일 서울 강남의 브런치 레스토랑 '트레루치'에선 파리바게트가 20~30대를 위한 브런치 파티 행사를 가졌습니다. 한국도자기는 브런치 식기세트를 출시하면서 가정의 식탁에까지 브런치 문화를 파급시키고 있습니다. 브런치가 뜨자 디저트 카페도 생기고, 한식, 일식, 이탈리안 브런치 레스토랑도 가세를 합니다.

대구는 어떨까요.

좀 빨랐습니다. 1993년 구본건 대표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죽뷔페인 '마이하우스'를 열었습니다. 아침에 등산 다녀온 분들이 많이 애용했죠. 처음에는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건 아닌데 세월이 지나고 나니 대구의 첫 브런치 레스토랑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여긴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샐러드바였습니다. 팬케이크와 소시지, 베이컨 등도 갖춰 놓아 미국식 아침 식사도 됩니다. 하지만 마이하우스 이후로 대구에는 이렇다할만한 브런치 레스토랑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대구에는 실험적인 메뉴가 잘 착근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런데 '브런치 아트 붐'이 대구에서 숙성됩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황원구 예술감독이 '브런치 콘서트'란 개념을 지역에 처음 도입합니다. 물론 40대 이상의 전업주부들이 가장 좋아했죠. 이 흐름은 최근 문을 연 수성구 만촌동 앨콘스 아트센터에서 국세정 대표가 '국세정의 뮤직토크란 코너'로 연결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성구 가락스튜디어 이동우 대표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브런치 영화보기모임을 가동했습니다.

지난해 3월 정통 브런치 레스토랑이 남구 봉덕동 캠프워커 정문 입구에 생겨났습니다. 이름은 하미 마미스(Hami mami's)입니다. 다들 명실상부한 브런치 레스토랑 1호라고 하네요. 규모는 작지만 실속이 있고, 모자가 함께 꾸려가고 있는 푸릇하고 패브릭한 장난감 가게 같은 곳입니다. 이곳의 소문난 메뉴는 '클럽 샌드위치'입니다. 속에 베이컨, 치즈, 닭살, 양상추 등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곧바로 거기로 가서 수줍기만 한 하병철 사장을 만나 봤습니다. 일하던 미군들이 미군 식당인양 여기로 와서 아침을 해결하는군요.
◇…하미마이스를 찾아서

-지난해 브런치 카페 문을 열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오픈했습니까.

"그때 당시만 해도 대구엔 아직 브런치 레스토랑이라는 것이 생소해 대구에 브런치 레스토랑이 생기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오픈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주 고객층 공략 전략과 들어간 자금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오픈 준비는 동생과 함께 4개월 정도 가게를 직접 꾸미면서 하였습니다. 주메뉴와 위치가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하였기 때문에 일단 가게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기까지는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먼저 했습니다."



-오픈하니 생각과 달리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오픈을 했을 당시에는 위치나 생소한 메뉴 모두 단골손님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조건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한국인 모두 자주 찾아 오시는 분들이 늘어난거죠."



-아메리칸 스타일인가요. 주재료는 어떻게 마련하죠. 소시지도 직접 만드시다면서요.

"여동생이 원어민 교사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현지에서 요리사였거나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몇 년 일한 친구들이 제게 요리를 가르쳐 준거죠. 그들이 가르쳐 준 메뉴에 그 친구 이름을 붙였어요. 한번씩 와서 맛이 좋다거나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하는 조언도 줬어요. 수제 소시지 만드는 과정은 간단해요. 돼지고기에 허브랑 후추, 소금 등을 잘 섞어서 적당히 타지 않게 굽기만하면 되니까요. 갈수록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지네요. 생각해보니 우리집에선 샌드위치가 '해장빵' 구실을 해요. "



-브런치 레스토랑이 일반 레스토랑과 다른 점은 뭔가요.

"보통 레스토랑이라 하면 오전 11시 쯤에 오픈을 하지만 저희는 오전 8시에 오픈을 하죠. 요즘은 바쁘셔서 다들 아침식사를 거르는 분이 많은데 간단히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아침 겸 점심식사, 아니면 간단하게 아침을 드실 수 있는 이로움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미국 샌드위치의 지역별 특성과 소시지가 한국 소시지와 어떻게 다른 지, 또 식빵과 핫도그 빵 등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제일 잘 나타나는 것은 양과 주재료에서 차이가 나죠. 하미마미의 샌드위치는 하나만으로 저녁한끼가 될 만큼 푸짐한 양에 각 샌드위치의 주재료 맛이 잘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는 소시지 하면 길다란 소시지죠. 미국사람들은 그것을 핫도그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수제 패티 소시지를 만들어 쓰죠. 가장 간단한 브런치라면 계란, 베이컨, 해쉬브라운(미국식 감자전)에 토스트 정도. 우리나라의 밥, 국, 반찬 정도에 비견될 듯 하네요. 베이컨은 두터운 수입산을 쓰고 있습니다. 가격은 거의 두배지만 드셔보시면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외국인들은 베이컨을 과자가 될 만큼 바삭하게 구워달라 하죠.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오믈렛, 블랙퍼스트, 브리토(Burrito·계란, 베이컨, 소시지, 살사소스 들어간 미국식 케밥)이고요. 샌드위치로는 필리치즈 스테이크를 많이 드세요. 처음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클럽이나 필리치즈 샌드위치를 권해드립니다. 처음엔 동생과 함께 제빵과정에 등록까지 했어요. 그런데 가게가 너무 협소하고 너무 전문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아주 유명한 제과점에서 직접 공수해 쓰고 있습니다."



-계란도 프라이팬에서 익혀내는 방법이 몇 가지 되죠. 미국인들은 스크램블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련된 메뉴는 메인 메뉴 10가지 포함, 모두 22가지입니다. 계란은 마구 으깬 스크램블을 많이들 먹는 것 같아요. 또 의외로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 ·계란 노른자를 그대로 둔 후라이)을 토스트에 찍어 먹기도 하고요."



-브런치 레스토랑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귀에 담아도 좋을 도움말을 주시죠.

"제 생각으론 음식점이란 자체가 경쟁사회 그리고 특히 대구에선 많이 힘든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053)475-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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