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선반 만들어 '거실 도배' 아줌마들 '다육이 열풍'

  • 입력 2009-11-06   |  발행일 2009-11-06 제34면   |  수정 2009-11-06
물 많이 안줘도 잘 크고 일교차 따라 색 바뀌어
종류도 3만종…집안 인테리어용으로 인기만점
3040주부들 개인블로그까지 만들어 '서로 자랑'
전문 온라인 카페 만들었다하면 회원만 수천명
전용 선반 만들어
1년6개월 전부터 다육이에 빠진 김은주씨의 거실에는 200여개의 다육이 화분이 전시돼있다. 월동을 생각해 전용 창틀 선반도 만들어 줬다. 사진= 김은주씨 제공

오랜만에 '스무고개' 한번 해볼까요.

전 생물이고요. 대구·경북에서는 올해부터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30~40대 주부들에게 제일 사랑받지요. 저만 보고 있으면 시간이 엄청 잘 간대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여유를 느끼기도 한답니다. 저 때문에 남편과 싸우는 분도 있으세요. 그런데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돈을 좀 투자하셔야 해요.

동물이냐고요? 흠, 땡!

더 힌트를 드리지요. 전 따뜻한 사랑을 필요로 하고요. 고온건조한 날씨를 좋아합니다. 제 색깔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네요. 안타깝게도 그리 좋은 힌트를 드릴 수 없는 질문이네요. 초록·흰색 등 가지각색이거든요. 종류도 3만여가지가 되고요. 일교차에 따라 색깔이 변하기도 한답니다. 단풍처럼요. 더 신기한 건, 저에게 쏟는 애정의 깊이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거예요.

사는 곳은 어디냐고요? 담벼락·지붕 등 지구촌 곳곳이죠. 힌트를 좀더 드리자면 아파트 베란다나 직장인들의 책상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너무 쉬워졌나요?

전 주기적으로 목이 말라요. 물을 필요로 하지요. 흙과도 친해요. 흙은 늘 저와 같이 붙어있는 제 인생의 둘도 없는 동반자거든요.

야생화냐고요? 아닙니다. 아니고요. 얼추 감은 잡으셨는데요.

선인장도 저에게 속하는 식물입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일명 '다육이'라 불리는 다육식물이랍니다.

요즘 절 키우는 재미로 산다는 주부들이 참 많아요. 스스로 말하긴 좀 쑥스럽지만 '다육이 열풍'이라는 말까지 나돈답니다. ㅋㅋ

이번주 위클리포유에서 저의 최근 트렌드를 점검해 본다네요. 어떻게 키워야 제가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대요. 그럼 저한테 푹 빠진 분들, 그리고 저에게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분들, 지금 다음장으로 넘겨볼까요.

#사례 1

"야생화처럼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되고, 나름 즐기면서 키울 수가 있어서 좋더라고요."

예전부터 화초 키우기를 좋아하던 김은주씨(여·43·유통업)는 1년6개월 전부터 다육이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자택 인근에 다육농원이 있어서 한두번 드나들다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 것. 그렇게 사다 모은 다육이는 200여개. 김씨에게 다육이는 취미 이상이다. 다육이 하나하나가 인테리어. 다육이는 일교차에 따라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게다가 김씨는 다육이 전용 선반까지 만들었다. 다육이 월동 때문에 생각해 낸 것.

"여름 내내 난간대에서 다육이를 키웠는데 겨울에는 베란다에 들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들일 공간이 없고, 거실은 따뜻해 웃자랄 것 같아서 창틀과 창틀사이에 끼워넣는 방법으로 선반을 만들어 줬어요." 김씨는 이 선반을 자신의 블로그 '내가 나에게 주는 작은 행복'(blog.naver.com/eunju4981)을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사례 2

"다육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다육이 정원'을 차타고 지나가다 보고 처음 알게 됐어요. 몇번 들렀는데 다육이가 너무 예뻐서 뻑 갔죠."

7개월째 다육이에 빠져 산다는 정영숙씨(여·38)도 다육이 중독자. 정씨는 "다육이는 물을 많이 안줘도 잘 커서 키우기 수월하다"고 했다. 아직 다육이 초보지만 벌써 집에 다육이 화분이 100개나 전시돼 있다고. 갑자기 집안이 화분으로 가득차자 남편이 핀잔을 준단다. 그러면 정씨는 이렇게 맞대응을 한다고. "집 나가더라도 다육이는 다 가지고 갈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씨의 친구인 박순덕씨(여· 38)도 정씨의 소개로 다육이를 접하게 돼 다육이 중독자 증세를 앓고 있다. 매일 '다육이 정원'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다육이를 찜해 두고는 매장에 와서 가지고 간단다. 베란다에 벌써 20개의 다육이 화분이 장식돼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주부들 사이에 올해초부터 '다육이 열풍'이 불고 있다.

화훼단지에서는 다육이를 팔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하루에 2~3곳씩 다육이 오프라인 매장이 생길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육이는 다육식물을 일컫는 애칭. 사막과 같은 건조한 날씨의 지역에서 살아남는 식물로,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만여 종이 있고, 대표적인 다육이로 선인장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육이는 선인장과 달리 잎과 줄기에 가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육이 열풍의 실체를 알아보려 지난 2일 칠곡군 동면면에 위치한 '다육이 정원'을 찾았다.

2천~3천 종류의 다육이를 판매하고 있는 이곳은 대구·경북 최대의 다육식물농장 규모를 자랑한다. 다육이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다육이를 가장 좋아하는 연령층인 30~4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다육이 정원'은 동명(同名)의 온라인 카페(cafe.daum.net/happy2853)도 운영 중이다. 개설한지 2년 정도 됐는데 벌써 회원수가 7천500명. 다육식물 전문 카페 중 회원수가 전국에서 2번째로 많다.

닉네임 '누노'로 활동 중인 다육이 정원의 이동현 사장은 "올해 초부터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요. 하루 방문객 수도 2천500명에 이릅니다. 다육이가 국내에 들어온 지는 10년 이상 됐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붐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도 서울·대전 등 전국구"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육이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다육이는 일교차에 따라 색이 바뀌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탁월하다. 실내 인테리어 효과를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키우는 사람이 만들어 주는 환경에 따라 수형·모양 등이 변한다. 따라서 더 예쁘고 멋지게 키운 자신의 다육이를 개인블로그 등을 통해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오래 키울수록 예쁘고 가치가 커지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또한 다육이는 종류가 많아 여러 종류를 모으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고, 희귀한 종류의 경우 먼저 구하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에서는 한달이나 보름에 한번씩만 물을 줘도 잘 자라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도 잘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식물처럼 공기 청정·산소 배출·전자파 차단의 효과도 있다. 가격도 1천~2천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해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다육이를 키울 때 애로점도 있다. 다육이 키우는 사람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시기는 장마철. 갑자기 접한 습한 기운에 고온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다육이가 물러버리기 일쑤이기 때문. 이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단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다육이를 보다 잘 키우는 고수들만의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다육이에게 장마 때 비를 전부 맞혀도 될 만큼 물을 많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었다. 쉽지는 않을 듯 했지만 그의 말은 이러했다.

"다육이는 햇빛을 최대한 많이 보게 하고 물을 적게 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아파트 베란다와 같은 환경에서는 물을 많이 주면 안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물이 빨리 빠질 수 있게끔 건조한 흙을 사용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하는 등 다육이에게 물을 많이 줘도 괜찮게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비법입니다. 그런 환경을 조성해준 뒤 물을 많이 주면 더 근사하고 예쁜 다육이로 키울 수 있게 된답니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인 셈이지요."

>>>'다육이 정원' 이동현 사장이 추천하는 '다육이 톱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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