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음식관광박람회 결산

  • 입력 2009-11-13   |  발행일 2009-11-13 제43면   |  수정 2009-11-13
위클리포유 '미식가 쓴소리'시리즈 특별전시 '인기만점'
(사)대구음식문화포럼 창립총회 성황
올해 처음 열린 친절시연대회도 성공적
전국적인 홍보마케팅 통해 대회 알려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음식관광박람회 결산

지난 5∼8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EXCO에서 열린 제8회 대구음식관광박람회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영남일보 주말섹션 위클리포유 시리즈 '미식가 쓴소리 릴레이' 코너를 관람객들이 읽어보고 있다.


◇…일취월장하고 있는 대구음식관광박람회

채 4억원도 안 되는 예산을 갖고 음식관광박람회를 꾸려나간다는 게 여간 힘드는 게 아닙니다.

원래 행사라는 게 국외자에게는 '비판·지적거리'지만 정작 행사 담당자는 그 일에 매몰된 탓에 '자화자찬'하기 십상입니다. 지난해까지 박람회 운영은 계명대에서 맡았는데 올해부터는 EXCO에서 담당합니다.

4일간의 고단한 일정을 모두 끝낸 제8회 대구음식관광박람회. 현재 대구시 북구 산격동 EXCO 5층 사무국에서 운영요원 6명이 정산 작업에 한창입니다.

이번 박람회의 핵은 전에 비해 상당하게 강화된 요리경연대회, 그리고 (사)대구음식문화포럼 창립과 친절시연대회였습니다. 요리경연대회의 경우 창작요리, 향토요리, 제과·제빵, 음식조각, 칵테일 등 모두 10개 부문이었습니다. 참가자는 모두 544명. 전국 40개 대학에서 381명이 참석했고, 이 중 타지에서 온 대학만 24개였습니다. 현재 전국에 이만한 규모의 요리경연대회는 거의 없습니다. 출전한 학교 지도교수들도 대회가 일정한 위상을 가진 탓에 참가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국적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홍보 파트는 취약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예산도 불려야 될 것 같습니다. 올해 16회를 맞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주김치문화축제 중 대통령상(상금 500만원)이 걸려 있는 '김치명인콘테스트'의 경우 고작 20명만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예산에선 대구가 따라갈 수 없네요. 광주는 무려 25억원입니다. 차제에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음식 출동

이번 박람회 기간 중 대구음식 선진화의 견인차가 될 (사)대구음식문화포럼이 창립됐습니다.

6일 오후 6시부터는 김범일 시장 등 2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영·호남 음식교류전이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영호남 음식의 한 흐름을 접할 수 있어 좋아했습니다. 전북 군산대 주종재 교수와 전주비빔밥 명인이 된 가족회관 김연임 대표가 마련해 온 무려 80가지의 호남 장아찌는 카메라 세례를 한몸에 받습니다. 원추리꼴, 다래순, 지부, 개자욱, 참나물, 더덕, 산뽕…. 호남에선 손만 대면 모두 장아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경상도 식단은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초입 큰나무집에서 찬조한 궁중한방백숙, 돔배기, 돼지고기 수육, 10여가지 장아찌류, 김갑동 족발의 족발, 동인동 산호찜갈비의 찜갈비으로 치장됐습니다. 아직 반찬류는 대구가 호남을 따라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미식가 쓴소리 릴레이 부스

'대구음식마인드를 바꾸자'라는 취지로 지난 3월27일부터 꾸려가고 있는 주말섹션 위클리포유 시리즈 '미식가 쓴소리 릴레이'가 관람객들에게 꽤 어필받았습니다.

박람회 사무국에서 모두 24회분을 패널로 만들어 출입문 좌측 입구에 세워뒀습니다. 저는 틈만 나면 그 부스에 가서 관람객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수성구의 한 식당주인 김모씨(55)는 연방 기사 내용 중 맘에 드는 구절을 메모지에 적고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내용 중 첫회에 나온 박경동 효성병원장의 쓴소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손님들이 아무꺼나·같은 것과 같이 주체성없이 남들이 시키는 음식을 따라 주문하는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꺼나 요리를 주문하면 조리사들은 덩달아 아무꺼나 조리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호텔 관계자들은 19번째로 나온 인터불고 호텔 장진익 대표의 "호텔 식당에 올 땐 반드시 예약을 하라"는 주문에 공감을 많이 하더군요. 구청장 중에서 음식 마인드가 높은 윤순영 중구청장의 패널에 선 한 시민은 "윤 청장의 본식 같은 후식 만나기 힘들다는 푸념에 크게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사찰요리를 전시했던 부산 영산대 한국식품조리학과 학생들은 패널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직접 행사장에 나와 본인의 패널 앞에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던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이사장은 "신문에 나왔을 때와 이렇게 직접 패널로 만들어진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음식도 스토리델링으로 디자인하라'는 타이틀을 요즘 백번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요리경연대회 개선점은

가장 비중있는 경연대회는 문화관광부장관상이 걸려 있는 라이브로 진행된 창작요리 한·외식 부문이었습니다.

영예의 대상은 한식의 경우 '한국을 담은 그릇'이란 제목으로 나온 전북 완주군 우석대 팀, 외식의 경우 '사과이야기'를 내민 충남 홍성군 청운대 팀이 차지했습니다. 대구경북 참자가들은 추풍낙엽, 단 한 명도 수상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일부 관계자는 "이 대회가 승부보다는 미래의 유명 셰프로 성장해갈 학생들을 격려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취지라면 사전에 지역 출전자들에게도 상을 안배할 필요도 있다"면서 항의를 했습니다. 일리는 있지만 공정하게 심사해야만 대구음식박람회가 지역색을 벗어나 더 빨리 국제화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참가자는 거의 대학 1~2년생이었습니다. 유명 셰프에 비하면 아직 '병아리'에 불과한 초보자들이죠. 이런 학생일수록 기발한 발상은 잘하죠. 그런데 맛이나 상품화 대목에선 아쉬움이 많은 법입니다. 이들은 세 가지(전채요리, 본요리, 디저트)를 창작스타일로 연출해야 됩니다. 대다수 4명이 한 팀을 이뤘는데 한달전쯤 무슨 음식을 만들건가를 지도교수와 상의한 뒤 출전작품을 연마해왔습니다. 다들 퓨전스타일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보였습니다. 한식과 외식 불문하고 이들의 마인드는 거의 양식스타일에 치중돼 있습니다. 맛보다는 멋에 더 치중했습니다. 테이블 세팅은 물론 각종 색깔의 소스를 바닥에 흡사 푸드 페인팅하듯 그림처럼 그려냈습니다. 특히 한식의 경우 재료만 한식일 뿐 데코레이션과 음식을 담는 식기라인이 거의 요즘 양식당에서 유행하는 아이보리톤의 쟁반류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창작포인트는 대부분 이런류였습니다.

'기존 스테이크는 거의 쇠고기다. 나는 돼지고지, 아니면 일반 생선을 갖고 하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소스를 기존 버전에서 벗어나 유자, 복분자 등 한국적 소스를 만들거나, 쇠고기 대신 오리나 메로와 같은 생선으로 만든 퓨전 스테이크도 만들자.'

그래서 그런지 맛이 별로였습니다. 음식의 시각적 특성만 비약적으로 노출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꼭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누가 식재료를 알록달록 세련되게 잘 포장하는 가를 겨루는 대결장인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인드가 만연되면 '교육용 음식'이 실제 식당에선 거의 외면당할 것 같습니다. 음식이 너무 작품 같으면 상품을 선호하는 일반 식당주에겐 현실을 모르는 실험용 음식으로 배척받을 것 같습니다.

참, 내년에는 식재료를 대회 당일 공개해 현장에서 요리 아이템을 짜내게 하는, 아직 국내에선 낯선 '블랙박스제 요리경연대회'도 실시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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