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곰탕 삼국지(下) 대한민국 3대 곰탕

  • 입력 2010-02-19   |  발행일 2010-02-19 제43면   |  수정 2010-02-19
현풍곰탕…밥과 국은 따로…소양·참기름이 맛 원천
서울 하동관…놋그릇 사용…소양·살코기·내장이 조화
나주 하얀집…황색 계란지단 눈길…사태·양지머리 위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곰탕 삼국지(下) 대한민국 3대 곰탕
현풍곰탕

◇…한국 3대 곰탕

곰탕 이전에 '곰국'이 있었습니다.

곰탕은 푹 고아서 국물을 낸다는 뜻인 '고음(膏飮)'에서 유래됩니다. 19세기말 고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는 고음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죠.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떼기, 꼬리, 양, 곤자소니, 전복, 해삼을 큰 솥에 넣고 푹 고아낸 음식이다.'

전복, 해삼 등 해산물도 들어가니 요즘 버전과는 좀 다릅니다. 나중에 고명으로 썬 대파 등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작고한 음식평론가 조풍연씨는 1940년대에는 육류와 함께 무, 다시마 등을 넣은 곰국이었다가 광복 이후 육류만을 재료로 쓰는 오늘날의 곰탕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죠.

하여튼 현재 한국의 3대 곰탕은 경상도에선 현풍 곰탕, 호남은 나주의 하얀집, 서울식은 서울 명동의 하동관입니다.

맑기로 보면 하얀집과 하동관은 매우 맑아요. 하지만 현풍곰탕은 곰탕 특유의 뿌연 빛을 갖고 있는 게 대비됩니다. 하얀집은 곰탕이 아니라 꼭 갈비탕 같아요. 하동관은 비교적 뼈와 살코기, 내장을 축으로 한 뒷고기를 잘 조율한 것 같아요. 소양과 곤자소니, 애기집, 사태와 양지머리가 고루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현풍곰탕은 살코기는 없고 소양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요. 특이한 차이점은 하동관과 하얀집은 국밥식으로 국에 밥을 토렴해 내지만 현풍은 밥과 탕을 따로 냅니다.


◇…현풍곰탕

달성군 현풍면 하리 128의 1.

40여년 전만 해도 거긴 벽촌이었어요. 식당 앞에는 비포장도로가 있었습니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정미소, 양조장, 면사무소, 주재소(파출소) 직원, 수리조합 직원뿐이었죠. 박소선곰탕은 지금과 스타일이 조금 달라 다른 부산물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우족 육수에 밥 말아 김치와 함께 내놓았습니다. 구마고속도로(1977년 12월 준공) 공사가 시작됐고, 도로공사와 동아건설 직원들이 박소선할매집을 '함바(飯場·공사장 부속식당)'로 찍은 겁니다. 이 무렵 서울로 올라가서 호텔 지배인으로 활동중이던 외아들 차준용씨가 고향에 내려와서 현재 버전으로 가게를 특화시킨거예요.

현풍은 가마솥 대신 백철 솥을 사용합니다. 물도 과감하게 수돗물, 화력은 가스를 사용합니다. 가마솥은 관리를 잘 못하면 철성분이 맛을 감퇴시킬 우려가 있어 꺼리고, 요즘 수돗물은 잘만 끓이면 약수 이상의 맛을 낸다는 겁니다. 여기 맛은 소의 위인 양에서 옵니다. 양은 펼쳐 놓으면 거의 가로·세로 1m 정도의 크기이고, 크게 네 부분으로 이뤄져 있어요. 내벽을 감싼 검정 털가죽을 벗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죠. 솥 안에 넣기 전에 우족은 수세미로 깨끗하게 씻어 뜨거운 물에 넣어 멸균을 해요. 우족을 고기 전에 중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참기름을 몇 번 휘두른 뒤 덖습니다.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1인분 9천원.


◇…서울 하동관

1939년 청계천변 수하동에서 태어난 하동관.

1대 류창희, 2대 홍창록, 3대 김희영 할머니로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북촌식 곰탕의 원형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66년 시집 온 김 할머니는 44년간 친척 경조사는 물론, 영화구경 한번 못가고 오직 주방 가마솥을 직접 챙기는 진정한 곰탕 명인이죠. 제대로 된 국내산 암소만으로 곰탕을 빚기 때문에 한 그릇에 1만원(특은 1만2천원)입니다. 재탕불가, 매일 오후 4~4시30분 칼같이 문을 닫습니다.

하동관의 명물은 '깍국'입니다. 일명 서울식 깍두기 국물입니다.

특히 대구의 대동과 부산안면옥의 온육수 같은 깍두기 국물을 양은 주전자에 넣어 원하는 손님에게 육수처럼 부어줍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매일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담급니다. 여느 집에선 무를 씻은 뒤 그대로 썰어 간을 하지만, 여기선 육즙을 더 풍성하게 내기 위해 구두약 두껑을 이용해 껍질을 벗기죠. 표면적이 더 넓어지니 더 잘 숙성되고 별도로 물을 넣지 않아도 꽤 많은 국물이 생겨납니다. 양념도 젓갈도 새우젓만 사용해요.

김치를 담그는 동안 2층에선 고기를 썹니다. 하동관에서 사용하는 고기는 크게 양지머리, 차돌박이, 우삼겹으로 불리는 업치, 소양, 암소 생식기, 곱창 등입니다. 하동관의 곰탕 맛은 일부 칼맛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봐요. 써는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양의 경우 직각 썰기 대신 45도 각도로 칼을 뉘어 으슷썰기를 해요. 써는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기와 기름의 비율을 적당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칼잡이들은 내장은 날의 끄트러미 3분의 1, 양지머리 등 정육은 중간 부분만 사용합니다. 자연 칼날이 오래 되면 파도처럼 너울거립니다. 능숙해지면 살코기 썰기를 맡습니다. 정육을 썰 때 결대로 썰면 안됩니다. 직각으로 가야 덜 질깁니다. 400인분 큰 가마솥에 물을 붓고 사골과 살코기, 소양, 창자 등을 넣고 4~5시간 곱니다. 고기는 찬물보다 뜨거운 물에 고아야 맛도 좋고 잡내도 내려가죠. 원하는 이에게 콩나물국밥처럼 생계란도 올려줍니다.


◇…나주 하얀집

나주 향교 앞 거리는 나주곰탕촌으로 유명합니다.

종가격인 하얀집을 비롯해 남평집, 노안집, 이조, 미향 등 6곳이 모여 있어요. 나주곰탕이 뜬 건 1973년 11월 개통된 호남∼남해고속도로 때문입니다. 70년대 이전까지는 곰탕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곰국'으로 불렸어요.

일제 때 나주에 쇠고기 통조림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소 부산물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5일장인 나주장도 곰탕 발달에 한몫했죠.

나주곰탕은 다른 곳에 비해 살코기가 매우 많이 들어갑니다. 살코기 때문에 사골에서 나온 뿌연 육수가 말갛게 변합니다. 소뼈와 정육이라도 부위별로 익는 시간이 다르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뼈는 뼈대로 재벌 삼벌로 거듭해 맛을 내고, 고기도 삶아 첫 번째 건져 양념해 얹은 것과 다시 국과 함께 끓입니다. 매일 오전 2시30분 여주인 황순옥씨(67)가 직접 육수 장만을 해요. 살코기를 고을 때 10년 이상 간수를 뺀 왕소금을 두 바가지 정도 넣습니다. 고명으로는 황색 지단과 대파 썬 걸 넣지요. 곁반찬은 깍두기와 김치입니다.

황씨의 얘기에 의하면 사골은 육수를 시원하게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잡뼈와 등뼈, 안심뼈 등은 개운한 맛을 냅니다. 기름은 종일 걷어내죠. 오전 3시 초탕, 오전 8시5분쯤 고기를 건져내고 다시 살코기 등을 넣고 재탕에 들어갑니다. 사골과 살코기의 비율이 잘 맞아야 말간 나주식 곰탕이 나온다고 합니다.

하얀집은 특이하게 초장방형 구조입니다. 길이가 약 33보. 50년대만 해도 지금과 달리 상당수 손님들이 기름이 목에 때를 빼내는 역할을 한다면서 선호했지만 지금은 모두 걷어냅니다. 그만큼 나주 사람들의 입맛도 변한 거죠. 개인적으론 하얀집은 고기가 너무 많아 좀 텁텁하고 현풍은 참기름 때문에 너무 고소한 게 '옥에 티'였습니다. 하동관은 깍두기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곰탕 삼국지(下) 대한민국 3대 곰탕
서울 하동관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곰탕 삼국지(下) 대한민국 3대 곰탕
나주 하얀집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