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월드 테이블 에티켓(1)

  • 입력 2010-03-05   |  발행일 2010-03-05 제36면   |  수정 2010-03-05
웨이터 부를 땐 말없이 눈부터 마주친 뒤 눈높이로 손드세요
냅킨은 나올 때 접어서 자기 오른쪽에 두고
루즈 짙은 여성들은 식사 전 티슈로 닦아야
물수건 달라지 말고 화장실에서 씻고 와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월드 테이블 에티켓(1)

◇…헤이 웨이터! Oh no!

'사회적 권위'가 높아지면 나보다 남을 더 의식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조폭 세계도 권좌에 오르려면 부하를 체계적으로 나아가 감동적으로 관리할 줄 알아야 됩니다. 안하무인, 자가당착, 좌충우돌, 오만방자…. 대충 이런 버전으로 살면 고립무원, 외딴 섬처럼 살다 사라지죠. '남이 날 살려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남이 자신을 지켜주고 살려준 거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사랑과 자비의 양대 축은 배려와 용서라고.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용서를 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적 파워가 생기면 자꾸 매너, 에티켓, 범절 등을 운운합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예의와 결례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생사를 결정할 정도로 아주 분명합니다. 안목있는 CEO는 조선조 선비 못지않은 성정을 갖고 있습니다. 관상도 만만찮습니다. 웬만한 봉변을 당해도 눈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아닌지라 사업 파트너를 비롯, 동급 인사들과의 교류에서 만난 비례(非禮)에 대해서는 오래 맘속에 각인시켜 놓고 확실히 짚고 넘어갑니다. 고급 사교계에는 숱한 '죽음의 크레바스'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온한 것 같지만 실제 당사자들의 내면은 우주선의 회로처럼 극도로 센스티브하게 작동합니다. 그 회로가 노출되면 그자체가 흉이고 흠이 됩니다.

대구에서 웬만큼 돈을 벌었지만 가장 클래시컬하고 고급스러운 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기본기가 없는 홍길동씨. 그가 우연한 기회에 현재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스페인 엘 불리(El Bulli)에 초대받았습니다. 갑자기 홍씨가 친구 부르듯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무심결에 "헤이, 웨이터!"라고 외칩니다. 어이쿠! 이건 대단히 큰 결례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죠? 일단 웨이터와 눈을 마주치고, 그 다음 눈높이까지만 손을 올립니다. 현재 CEO와 VIP급 유력인사들의 비즈니스 공간이 호텔 양식당 등에서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고급 사교계로 진입했다면 그 사교계의 예법을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식 에티켓이 완비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습니다. 불과 150년전만해도 영국과 프랑스 등에는 제대로 된 식기가 없었고, 포크나 나이프도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도 없어 런던의 거리가 똥천지였을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의 자랑 베르사유 궁전에도 대중화장실이 없어 많은 귀족들이 궁전 옆에 노상방뇨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세계를 이끄는 레스토랑 매너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각 국가별 식탁 예절이 있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에게 통용되는 식탁 예절은 묵시적인 매뉴얼로 정리돼 있습니다.


◇…셰프와 함께 춤을 춰야 하는 손님

특히 양식당의 식탁은 일종의 무대입니다. 양식당 메뉴라인과 서비스 라인은 한마디로 오너셰프와 웨이터가 주연배우로 출연한 즉석 라이브 공연 같은 겁니다. 출연배우는 손님과 셰프, 그리고 웨이터입니다. 소품은 물론 인테리어이고, 주요 대사는 음식으로 보면 될 겁니다. 그런데 출연자인 손님이 식탁에서 연기를 포기하면 그 공연이 잘 되겠습니까? 현재 대구 양식당 테이블 문화가 푸석한 것도 바로 손님들이 연기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 상대 배우인 셰프와 웨이터의 연기도 날이 설 수 없죠. 이렇게 되면 양식 테이블이 고사국면으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레스토랑부터 분류해 봅시다.

레스토랑은 귀족적이고 격식을 갖춘 '다이닝 레스토랑'(Dining restaurant)과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보다 부담이 덜한 '캐주얼 레스토랑'(Casual restaurant)으로 양분됩니다. 이제 다이닝 레스토랑과 관련된 에티켓을 정리해보죠.


◇…냅킨 에티켓

퀴즈 하나.

포크 날이 왜 4개인 줄 아십니까? 왜 왼손으로 잡는 줄 아세요. 그것은 저승의 악마가 오른손에 삼지창을 들고 있다는 신화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크날이 4개이고 왼손에 쥡니다. 미국은 덜하지만 영국에서는 바뀌면 절대 안되죠.

냅킨 에티켓도 잘 알아둬야 될 것 같습니다. 셰프들의 손님 매너 채점표를 갖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은 냅킨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인격의 흔적이죠. 그런데 많은 이들은 마치 여관에서 퇴실할 때 침구를 정리정돈하지 않고 나오듯 냅킨을 아무렇게 내팽개쳐놓고 나옵니다. 그걸 치우는 웨이터로선 참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냅킨은 영국 기사들이 결투 신청을 할 때 던졌던 항전의 상징, 손수건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렇지만 손수건처럼 던져놓으면 안됩니다. 처음과 비슷하게 접어서 자기 오른쪽에 두면 '아 이분들은 우리를 존중하는구나'라고 여깁니다. 냅킨은 음식물이 옷에 튀지 않게 하는 방어의 천도 되고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는 티슈 역할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냅킨을 물수건으로 치부하는 데 이건 무례한 마인드죠. 하절기 일부 손님은 냅킨으로 목과 얼굴의 묻은 땀을 훔치기도 합니다. 참, 기겁할 일이죠.

어떤 구청 관계자는 레스토랑 입구에 세면대를 설치할 것을 종용하기도 합니다. 이건 레스토랑 문화에 정면 도전한 겁니다. 식사 중인 손님이 다른 손님 손 씻는 걸 본다는 것, 이건 양식을 먹지말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손은 화장실에 가서 씻어야죠. 냅킨은 반으로 접어 접힌 부분이 몸쪽으로 가도록 무릎 위에 놓으면 됩니다.


◇…핑거볼은 손씻는 물

비행기, 선박 등 식탁이 흔들리는 곳에서는 와이셔츠 안으로 한쪽을 집어넣어 앞가리개처럼 늘어뜨려도 좋습니다. 특히 루즈를 진하게 칠한 여성분들은 냅킨을 잘 사용해야 됩니다. 어떤 분들은 냅킨으로 루즈를 닦는데 이도 무례한 일이죠. 이때는 티슈에 양쪽 입술을 눌러 커피 등을 먹었을 때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게 호감을 받는 처사일 겁니다. 간혹 생선 요리의 경우 핑거볼(Finger bowl)에 슬라이스 레몬 등이 띄워져 있는데, 무경험자들은 디저트인 줄 알고 마시는 실수도 있습니다. 핑거볼의 물은 손씻는 용이니 착오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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