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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빵 우물' 원칙을 아시나요
모처럼 정식 레스토랑 원형 식탁에 앉은 홍길동 사장.
좌불안석입니다. 빵과 물컵이 있는데 도대체 어느 걸 먹어야 하는 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이때는 원칙이 있습니다. '좌빵우물'이라는 겁니다. 빵은 왼쪽, 물컵은 오른쪽이 자기 것입니다. 빵이 처음부터 테이블에 세팅된 경우 조금씩 집어 먹는 건 괜찮지만 원래 수프 후에 먹는 것이 정석이죠. 빵은 요리와 함께 먹기 시작해 디저트 전에 먹는 게 좋습니다. 양식에서의 빵은 다른 요리를 즐기기 위해 혀의 미뢰를 자극하고 입안을 소독하는 구실을 하죠. 바구니에 든 빵은 남자가 들어 여자에게 먼저 권하면 좋습니다. 잼은 아침에만 곁들여져 나오므로 점심과 저녁에는 잼을 요구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또 헷갈리는 게 있습니다. 맨손으로 먹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을 건 뭘까요? 전채로 나온 샐러리·파슬리·양파·당근·아스파라거스,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통옥수수·새우·크리스피, 디저트로 나오는 초콜릿이나 닭다리는 손으로 먹어도 실례가 되지 않습니다. 모듬 치즈쿠기 같은 카나페는 손으로 먹는 것이 올바른 방법.
식기세트(Silverware)가 꼭 대수술실 수술기구처럼 즐비하게 누워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양쪽 밖에서부터 차례로 사용하면 됩니다. 코스마다 필요한 포크와 나이프를 잘 매치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나이프와 포크는 보통 같은 수가 양쪽에 놓여집니다. 스푼은 좌측 나이프가 있는 곳 가장 바깥쪽에 놓여 있습니다. 전채요리로 생굴이 나올 경우는 접시에 포크를 얹어 따로 서브해 줍니다. 식탁에 놓이는 스푼과 나이프는 보통 각각 3개씩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요리를 먹게 되면 요리가 나올 때마다 나이프 또는 포크가 따라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 스테이크 썰기
한국인들이 가장 실수하는 대목이 스테이크 썰기입니다.
먹을 때마다 써는 게 너무 귀찮아 한꺼번에 다 썰어두는 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실수입니다. 스테이크는 '육즙미학'의 절정에 있습니다. 셰프는 300℃에 육박하는 고온의 그릴에서 고기를 그릴링하는데 이게 꼭 도자기 굽는 것처럼 초벌, 재벌 등 각기 다른 불기운을 중첩시켜 표면을 베이징덕의 파삭한 껍질처럼 보기좋게 굽습니다. 명셰프는 육즙을 갖고 축구선수처럼 드리블을 잘 해 중심부에 육즙이 고이게 합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시어링(Searing)'이라 합니다. 그래서 미식가일수록 육즙이 많은 걸 선호합니다. 우리는 대다수 미디엄을 시키는 데 일부 한국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거의 '웰던(Welldone)'에 가까운 미디엄(Medium)을 내니까 꼭 사전에 확인해봐야 낭패를 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육즙 상태가 아니면 종업원에게 클레임을 걸면 다시 서빙을 하게 돼 있습니다. 스테이크 표면은 속보다 훨씬 딱딱한데 이는 육즙이 증발되지 못하게 하는 방수막 구실을 합니다. 자, 그러니 한꺼번에 고기를 다 썰어놓으면 금방 육즙이 다 증발해버리니 고기의 진미를 맛볼 수 없겠죠. 그래서 먹을 때마다 먹을만큼만 써는 겁니다. 썰 때 밖에서 안으로 썰지 말고 가기 몸쪽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칼질을 하세요.
생선을 먹을 때 한국인들이 가장 혐오스럽게 평가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외국에선 생선을 절대 뒤집지 않습니다. 누워있는 상태로 고기를 다 먹어야 됩니다. 또한 입에 있는 가시를 절대 식탁에 그래도 뱉으면 야만인이란 핀잔을 듣습니다. 입속에 들어간 가시를 발라낼 때는 손으로 집어내지 말고 포크에 살짝 뱉은뒤 접시 한쪽에 놓습니다. 혹은 티슈를 입에 갖다대고 뱉어야 됩니다. 휴지통은 없으니 접시 아래 살짝 끼워두거나 호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집에 와서 버려도 됩니다. 실제 미국 상류층 인사 중에는 불룩할 정도로 많은 쓰레기 같은 티슈를 호주머니에 넣고 퇴실하는 걸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생선에 레몬을 뿌릴 때는 한 손으로 짜되 옆사람에게 튀지 않도록 가리거나, 생선 위에 놓고 한쪽 끝을 포크로 고정해 나이프로 가볍게 눌러 즙을 내야죠.
◇ 나이프와 포크 노하우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나 포크는 줍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을 주워 주는 사람은 웨이터입니다. 따라서 떨어진 물건은 웨이터가 주워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웨이터 귀에는 고성능 센서가 부착돼 있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잘 처리해 주며 식기류는 딴 것으로 바꾸어 줍니다. 그러나 같은 식탁에 앉아 있는 여성이 물건을 떨어뜨리고 자신이 이것을 주우려고 할 때는 남성이 재빨리 주워 웨이터에게 건네주고 새 것으로 바꾸어 주도록 합니다.
손에 쥔 나이프와 포크를 세워서는 안됩니다. 식사도중 무의식적으로 양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손에 쥔 채로 식탁위에 팔꿈치를 세울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옆에 앉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는 행동으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나이프에 음식이 묻었을 때 그대로 입에 가져가는 일은 위험하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입에 가져가서는 안됩니다. 또한 포크는 요리를 덜기 쉽도록 굽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포크는 오른손에 쥐나 왼손에 쥐나 질긴 것은 꽂아서 먹고 연한 것은 떠서 먹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 다 먹고난 나이프와 포크는
요리를 다 먹은 후 나이프와 포크는 나란히 접시 오른쪽 아래로 4시방향으로 비스듬히 놓습니다. 나이프와 포크를 어떤 형태로 접시 위에 놓느냐에 따라 웨이터에게는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요리를 다 먹은 후 나이프는 바깥쪽, 포크는 안쪽으로 나란히 접시 중앙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비스듬히 놓아 둡니다. 이때 나이프의 날은 안쪽(자신)으로 향하게 하고, 포크는 등을 밑으로 둡니다. 식사 중에 나이프와 포크를 잠시 놓아 둘 때가 있습니다. 이때 나이프와 포크 끝 부분을 접시위에 걸쳐 놓고 손잡이 부분은 테이블위에 팔자형으로 놓는 미국식과 접시위에 바로 X자형으로 놓고 손잡이가 접시 둘레에 오도록 놓는 영국식이 있습니다.
◇ 식사중에 금할 사항
트림은 절대 금물이죠. 손으로 입술을 만지거나 귀, 코와 같은 곳을 긁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상체를 지나치게 앞으로 숙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식탁 위에 팔꿈치나 손을 얹어놓거나 포크 또는 나이프를 손에 든 채 식탁 위에 팔을 얹어도 안됩니다. 사용하지 않는 손은 언제나 무릎 위에 놓아두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죠.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식탁에서 다리를 꼬는 일은 절대 금물이죠. 다리를 꼬게 되면 냅킨이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식탁을 치기도 하여 수프를 엎지르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 여성분들에게 한 마디
몸의 체취를 예쁘게 감추기 위해 향수를 많이 뿌리는데,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여럿이 정찬을 할 경우 절대 역할 정도로 진한 향수를 뿌리고 나가지 마세요. 식감을 극도로 떨어뜨리고 음식 풍미를 제대로 음미 못하게 하는 처사라는 걸 명심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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