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월드 테이블 에티켓 (4)

  • 입력 2010-04-02   |  발행일 2010-04-02 제36면   |  수정 2010-04-02
소스는 셰프의 자존심…'인스턴트 소스' 달라 하지마세요
'필레'는 뼈 제거한 육류·생선
달팽이 요리는 '에스카르고'
전채 뒤 셔벗에는 알코올 함유
디저트는 본식만큼 다양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월드 테이블 에티켓 (4)

◇ 처음은 기본이 없었던 프랑스 요리

'서양요리 메카'로 불리는 프랑스 요리.

하지만 이탈리아가 한 수 위였죠.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요리를 나이프로 잘라 손으로 집어 먹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참 교양없는 식탁이였죠. 이런 분위기를 고양시켜 준 나라는 이탈리아입니다. 1553년 어느날 카트린느 드 메디치라는 이탈리아 피렌체 명가의 둘째딸이 요리사들을 몰고 프랑스 왕 앙리 2세한테 시집옵니다. 프랑스 요리가 이탈리아 요리와 충돌하는 순간이었죠. 프랑스 왕가에선 이탈리아에서 온 포크와 아이스크림을 보고 크게 놀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환상적이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도 실제로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 유럽 여러나라 음식문화가 찬조출연한 뒤 형성된 '짜깁기 요리'였던 겁니다.

통상적으로 프렌치 레스토랑에 와서 풀코스를 시키면 전채-수프-생선요리-셔벗류-앙트레(육류)-샐러드-치즈-디저트-과일-커피-식후주 순으로 서빙됩니다.

식전주는 '아페리티프(Aperitif)'라 합니다. 와인을 먹고나면 전채 요리가 나갑니다. 고전적으로는 세계 3대 요리로 불리는 푸아그라(거위간)를 더 맛있게 하도록 쿠키와 빵의 중간 스타일의 '비스코티'나 내열성 용기에 고기나 생선 등 재료를 채워 불에 익혔다가 차갑게 한 요리 '테린(Terrine)'이 섞이기도 합니다. 푸아그라가 날 것으로 제공되면 빵에 발라 먹어도 됩니다.

특히 프랑스 요리에서는 우리의 고명과 같은 가니시(Garnish) 라인이 중시됩니다. 프랑스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달팽이죠. 특별한 프랑스 달팽이 요리가 바로 '에스카르고(Escargot)'입니다. 왼손으로 전용 집게(Tong)로 고정시킨 뒤 오른손으로는 전용 포크로 빼먹습니다.

다음은 수프 차례입니다.

맑은 고기 수프를 '부용(Bouillon)'이라 합니다. 예전에는 바케트처럼 딱딱한 빵을 거기에다 찍어 먹었습니다. 약한 걸쭉한 수프는 '포타주(Potage)', 맑은 치킨·쇠고기 육수를 '콘소메(Consomme)'라고 합니다.

생선요리의 대표격은 '혀가자미 뫼니에르'입니다. 혀가자미는 프랑스 요리 단골 생선이고, 뫼니에르(Meuniere)는 우리의 부침개처럼 밀가구를 발라 버터로 구운 요리를 의미합니다. 연어 '소테(Saute)'도 인기입니다. 소테란 불에 살짝 구워내는 요리 방식입니다. 또 지중해 연안 토마토, 올리브, 마늘 등에 해산물과 생선이 들어간 수프형식의 생선요리인 '부이야베스(Bouillabaisse)'도 이름을 알아둬야 합니다.

생선요리와 육류 요리 사이에 나오는 알코올 도수가 있는 셔벗이 있는데, 이를 '소르베(Sorbet)'라 합니다. 일식으로 말하자면 회와 회 사이에 혀의 미뢰를 중립으로 돌려놓는 보리차와 비슷한 구실을 합니다.

와인은 취향에 맞게 시키면 되는데, 보통 식사가 50달러면, 와인도 50달러면 무난하지만, 손님 접대를 할 경우 100달러짜리 식사를 하는 데 30달러짜리 와인을 시키면 이 집 와인은 별로란 뜻입니다. 만약 와이너리 식당에서 이렇게 했다면 상대방은 "이 사람 와인에 대해 꽝이군"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 프랑스 식당 칼질 자신없으면 필레(Fillet)를 시키세요

메인 요리는 주로 육류가 나옵니다.

이때 일반 스테이크를 시키면 어느 정도로 구울까요 라는 주문이 붙는데 이게 귀찮으면 필레를 시키면 됩니다. 필레는 생선과 육류의 뼈를 발라낸 것입니다. 격식있는 자리서 칼질이 서툴다면 차라리 필레가 낫습니다. 다져썬 편 육류는 '팔라드(Paillard)'라고 합니다.

우린 쇠고기를 제일로 치는데 외국 유명레스트랑에서는 양고기가 더 고급스럽게 취급됩니다. 참고로 양고기 꼬치구이는 '브로셰트(Brochette)'라 합니다.

이제 디저트입니다.

우린 달랑 식혜, 종이 커피 한 잔 등으로 끝나지만 프랑스 요리는 이탈리와 요리와 함께 본식사 못지않은 육중한 디저트 라인을 자랑합니다. 치즈, 아이스크림, 셔벗, 초콜릿, 무스, 푸딩, 커피, 심지어 식후주로 코냑까지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게 치즈입니다. 프랑스에는 약 400종의 치즈가 있고 대표적인 건 카망베르, 브리, 로크포르 등입니다. 카망베르는 나폴레옹 애처인 조레핀의 체취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음식을 먹다가 느끼해서 타바스코 핫소스나 불 핫소스 등을 시켰다면 어떨까요.

유럽의 미슐랭 레스토랑, 국내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 인스턴트 핫소스를 달라고 하면 이는 주방장 얼굴에 먹칠을 하는 처사입니다. 요리사마다 자신이 직접 소스를 개발하고 만드는 데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당신이 다른 소스를 주문했다면 셰프는 즉각 "내 소스는 못먹겠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안 갈 식당이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겠지만, 손님들과의 비즈니스 디너라면 호스트를 무안하게 할 수도 있으니 삼가는 게 정석입니다.



◇ 프랑스 요리를 먹는 사람을 위한 팁 하나 더.

애피타이저를 먹고 난 뒤 나오는 셔벗에는 알코올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인 코스에 들어가기 전 입을 개운하게 한다는 뜻이죠. 보통 '칼바도스'라는 사과술을 넣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는 '좋은 음식 맛있게 먹자'는 뜻의 '보나페티(Bon Appetit)'를 한번 외쳐봅시다. 마지막으로 손님접대를 해야 할 때 손님에게는 '노 프라이스 리스트(No price list)'를, 자신에게는 가격표 붙은 메뉴를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줍니다. 물론 국내 특급호텔급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알아두세요.


◇ 양식당 기본 용어 챙기기

마리네이티드(Marinated)는 절였다는 뜻이며, 소티드(Sauted)는 뜨거운 불판에 빨리 익힌 것이고, Gratin(그라탕)은 밑불이 아닌 윗불로 한 요리입니다. Stew(스튜)는 졸인 것, Flamb(플람베)는 코냑 같은 술을 넣어 불꽃으로 요리한 것, Pure(퓨레)는 걸쭉한 스타일로 주로 채소요리에 많이 쓰고, Mousse(무쓰)는 푸딩보다 더 부드러운 상태. Souffl(수플레)는 아주 부드러운 케이크, Parfait(파르페)는 아이스크림과 케이크의 중간쯤으로 보면 됩니다. 셔벗과 아이스크림의 차이는 셔벗은 우유가 들어있지 않은 것입니다.

다음은 재료 차례입니다. Sirloin은 등심, Tendrloin은 안심, Veal은 송아지, Ribeye는 뼈가 붙어있는 갈빗살. Wagyu는 일본의 화우(和牛)로 거의 대부분 호주에서 키운 것이죠. 스테이크도 등급이 있습니다. 특급호텔이나 레스토랑이라면 대부분 프라임급을 씁니다. 최고급이다. 혹시 코베(Kobe)라고 쓰여있다면 '일본 고베 쇠고기'를 의미하고 세계 최고수준으로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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